
며칠 비가 오더니
초여름 더위를 알리더니
갈길 바쁜가보다
감자 잎은 마르고
상추도 꽃대 올리고
쑥갓은 웃자랐다.
넘는 해 등지고 해바라기 서 있다
벌써 내일 올 녀석 기다리나보다
손가락 두 마디 호박은
주먹만치 자라 제 덩치 못 숨기고 들켰다.









장마가 온다기에 감자 캤다.
장맛비에 비 맞으며 감자 캐는 것도 굴척스럽고
잎도 말라가기에 좀 이른 듯하지만 캤다.
감자밭에 웬 지렁이가 이리 많은지…….
가을 무, 배추는 땅심 좋아 잘 자라겠다.
부지런히 음식찌꺼기 가져다 묻어주어야겠다.
플라스틱 노란 바구니에 알 굵은 놈들로 가득 담고
주로 조림용으로 쓰일 알 작은 것들은 마트 봉투에 따로 담았다.
호박도 하나 따고 꽃대 올린 상추도 마지막 갈무리 하고
천지사방 다 덮을 기세로 자랄 잡초도 뽑으며 흠뻑 땀에 젖고
잔뜩 모기에 물려 집에 돌아왔다.
근데 모기는 나만 물렸다.
감자는
비오는 여름 날 호호 불며 먹고 으깨 달달하게 먹을 우리 집 요긴한 간식거리다.
조리고 볶고 된장찌개로도 태어나고 수제비, 감자전 같은 별미로 다가올 녀석이다.
감자 캔 날은 김장한 날 만큼이나 뿌득하고 기분이 좋다.

어제밤 조려논 반찬용 알감자, 얼마나 연한지 그저 흙 떨어낸다고 손으로 문 질렀더니 껍질이 다 벗겨졌다.
중간에 한번쯤 더 끓여주면 2~3일은 충분히 먹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