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6.17 목요일의 아침상...
오늘 저녁은,
아르헨티나와의 축구시합이 있는 날.
분명 오늘 밤에도,
통닭집마다 전화통에 불이 날테고...^^
저희집은 무쇠솥에 닭 튀겨내느라
부엌 안이 후덥지근... 저도 땀 꽤나 흘릴 듯 해요...^^
이래저래... 안팎으로 뜨거운 열기가 예상되는 밤이네요.
지난 토요일, 우리 선수들의 월드컵 첫 경기가 있던 날,
아이들을 데리고 빨간악마 티셔츠를 사러 가기로 했었는데
다른 약속이 생기는 바람에
결국 옷은 다음에 사기로 약속을 하고... 차일피일 미뤄왔었지요.
그러다가,
오늘의 응원을 위해서 드디어 어제,집에서 가까운 홈플러스에 가서,
아이들에게 빨간악마 티셔츠를 사 줬어요.
간김에 겸사겸사...비누와 생필품들 몇가지도 사고...
그러면서 생선파는쪽을 한번 둘러보니...
요즘에 전어를 파네요.
한 팩에 3마리를 넣어서 3600원...
한마리에 1200원 꼴이지요.
냉동했다가 해동시켜 파는 것이긴 하지만,
불현듯이 가을마다 전어 맛있게 구워먹던 생각이 나서..
게다가 값도 비교적 저렴한 편...
요즘 평균적인 생선들의 가격을 생각해 볼 때 말이지요.
결국 한 팩을 사 왔어요.
무엇보다... 가을에 한창 전어물이 좋을적에 이렇게 얼렸다가
냉동실에 두고두고 꺼내먹으면
그 맛이 어떨런지...궁금해서 사 본 거지요.
맛이 괜찮으면, 올 가을 전어철에 저도 전어 한 열댓마리만 손질해서,
냉동실에 좀 넣어두면 좋을 듯도 해서요...^^
이렇게 어제 사 와서,
먹기전에 바로 손질해서 먹으려고 그대로 김치냉장고에 넣어 두었다가
오늘 아침, 전어와 한치를 손질하려고 꺼냈어요.

전어도 비늘이 억센 편입니다.
칼로 비늘 박박 긁어내고, 아가미와 내장도 따 버리고...
한치도 마찬가지로 내장 제거 해주고...
깨끗이 손질을 끝냈지요.
일단 이리 두었다가,
이따 밥 먹기전에 구워내고 데쳐내고 하려구요.
밥은 이미 안쳐놨으니...
그 다음으로 가장 중요한 국부터 끓여 놔야 하니까요.

오늘 끓일 국은 감자국.
1년 365일 언제든지 집안에 감자 두어알만 있으면
간단하면서도 국물맛은 시원하게 한 솥 넉넉히 만들어지는..
순하고도 맛난 국이지요.
우리 예인이는 어릴적에 이 감자국 정말 많이 먹여서 키웠어요...^^
어느새 훌쩍 커서 이제 중 1...
벌써 키가 엄마보다 더 커지려고 합니다.
어릴 적, 줄기차게 먹였던 밥과 국...
그때 먹은 감자의 힘일까요?...^^
그 익숙한 감자국을 끓이기위해,
멸치와 다시마로 맛난 육수를 먼저 팔팔 끓여내고 있는 중입니다.

육수가 끓는 동안 감자 두어알을 꺼내어서,
감자국 재료로 듬성듬성 썰어 두면서.
마지막에 남는 일부분은 이렇게 채를 썰어서 준비 해 둡니다.
아이들 아빠가 좋아하는 감자채볶음을 해 주려고 그러는거지요...^^
어차피 감자 껍질 깍아서 이렇게 도마에 올린 김에...
국에도 쓰고 반찬에도 쓰고 하면
밥상이 더 다양하고 풍성해 지니까요...^^

국을 끓이면서,
동시에 감자채 볶음도 이렇게 볶아냅니다.
양파와 당근도 한 줌 얼른 채썰어 넣고 같이 볶아주면
은근히 달큰하니...감자 볶은 것과 맛도 잘 어울리고요.
뭐든 가스불 여유만 있다면
다른 것 한가지 만들적에 지체없이 함께 하면 금방이예요.

다시 감자국으로 갑니다...
충분히 끓인 냄비에서
육수를 빼 낸 건더기는 건져내고 난 다음,
맑게 남아있는 국물에 먼저 썰어놓은 감자를 넣고 끓여야겠지요?
감자는 같이 넣어서 끓일 양파와 대파보다 익는 속도가 훨씬 더디니까요.
감자가 폭신하게 익었다 싶을때에
양파 채 한 줌에 어슷썰은 대파 한 줌을 투입...
마지막에 간은 새우젓으로 맞추기...
이러다보면 어느새 맛있는 감자국이 한 냄비 뚝딱 만들어 져 있지요...^^

또 한쪽 가스불 위에 미리 올려놓은 냄비안의 물이 끓으면,
손질해 놓은 한치 2마리를 넣어서
너무 오래 두지 않고 조금 익었다 싶으면 바로 건져냅니다.
이러면 한치도 데쳐졌구요...^^

예본이는 전 종류는 마다하지 않고 무엇이건 다 좋아하는데...(땡초넣은 것만 빼고...^^;)
그 많은 전 중에서 가장 좋아하는게 바로 배추전이지요.
배추를 갈라서 겉의 질기고 퍼런 잎사귀는 우거지로 만들고...
속으로 들어갈수록 노랗게 밝아지는 단맛나고 싱싱한 배추잎사귀를 씻어서
부침개 반죽을 만들어서 배추잎사귀 앞뒤로 그 반죽을 묻혀,
기름 넉넉히 부은 팬에 착 펼쳐 넣고 맛나게 지져내는 배추전...
저 어릴적에 국민학교 다녀오면
얼음넣은 시원한 미숫가루 한 사발과 함께
집에서 엄마가 자주 부쳐주시곤 했던 일상의 간식입니다.
전으로 부쳐낸 그 배추의 단 맛을 요 꼬맹이가 아네요...^^
배추전 부칠 배추잎들을 떼어서 깨끗이 씻어 준비해 두고,
배추전 부치는 김에 풋호박도 하나 꺼내어
이렇게 통째로 큼직하게 동글동글 썰어 봅니다.
싱싱함을 뽐내는 듯,
썰어낸 단면에 곧바로 송글송글 호박의 수분이 맺히는 게 보이시지요.
남편의 주문이라면 또 몰라도...
엄마는 아이의 주문은 외면하기 힘든 것이 현실...^^

볼에다 반죽물을 만들어서
배추잎과 호박을 모두 넣고는,

배춧잎부터 앞위로 반죽 적셔서
팬 위에 올려 지글지글 부쳐줍니다.
팬 하나로 하는 것이 아니라,
왼쪽에는 일반 후라이팬, 오른쪽에는 더 큼직한 무쇠전골팬...
이렇게 바쁜 아침에 뭐 한가지 부쳐낼 적에는
가스불 여유만 있다면
팬 2개를 올려서 일을 해야 퍼뜩퍼뜩 금새 끝나지요...^^

먼저 지져내기 시.작한 배추전은 이제 마무리 단계..
지금부터는 호박전도 부치기 시작합니다.
기왕이면 이렇게 중간에 빨간고추 동글썬 것 하나씩 붙여서 구우면
더 먹음직스럽고 좋아요.

후딱 부쳐낸 전 2가지...
풋호박전은 쫀득쫀득하면서도 수분과 찰기가 넘치고...
배추전은 꼭꼭 씹을수록 단물이 줄줄 나오네요.
심심하게 초간장 하나 만들어서 같이 곁들이면
밥 반찬으로도 술안주로도 아쉬울 게 없어요...^^
앞서 보여드렸듯이,
큼직한 팬 2개를 나란히 가스불에 놓고 부쳐내면
그냥 간단한 반찬 하나 만들어내는 시간에
이렇게 푸짐하게 맛난 전이 마련되지요.

마지막으로 손질해 놓은 전어를 가져와서,
소금 조금만 솔솔 뿌려서 구울 준비를 합니다.

15분이면 되겠다 싶어서 그렇게 타이머를 맞춰서 구웠더니
이 정도로 알맞게 잘 구워져 나왔어요...^^
보기에는 이렇게 먹음직스러워도...
냉동해 두었다 해동한 전어는 구워먹어본 적이 없는지라...
맛이 어떨런지 은근히 걱정이 조금 됩니다.
전어 굽는 냄새에 집나간 며느리도 되돌아 온다고 하는데...
오늘 따라 생선굽는 냄새도 거의 안나서 더 그랬었지요...^^

이렇게 준비해서 차려낸..
오늘 목요일의 아침상입니다.
오늘은 고기반찬 한가지 없이,
어제 아침에 비해 단촐하니 소박하게 차려냈지요.
저도 수월하고,
먹는 사람 뱃속도 편안하고...^^
살짝 데쳐낸 야들야들한 한치 2마리..
데친 오징어도 초장에 찍어 먹으면 맛나지만...
데친 한치는 그보다 훨씬 상급의 맛... 아시지요?

한치 찍어 먹으려고 초장 한종지 낸 김에,
고동도 한 접시 삶아내고...
한창 맛이 들어 밥도둑인 열무김치도..

감자국 끓이는 김에 후다닥 볶아낸
감자채볶음...
양파, 당근 가릴 것 없이 모두 섞어서 젓가락으로 집어
아이들도 다 잘 먹어요.
똑같이 기름으로 감자채를 익혀내는 것이지만,
이 한국판 감자채볶음이야말고
패스트푸드점 감자튀김과는 비교불가...^^

먹음직스럽게 잘 구워진 전어 2마리.
이렇게 맛나게 구워졌는데,
해동전어맛은 가을 제철에 먹던 그 맛과는 아주 차이가 나네요.
혹시나 맛이 어떨런지 싶어서 구워 봤더니...
전어 갈무리 해서 냉동해 두고 먹으려는 계획은 취소합니다.
'다음에는 뼈없는 물고기 사 주세요...'
예본이는 먹으면서 그러고 있고...^^
아이들이 편안하게 한점씩 뜯어 먹기에는 가시가 너무 많으니...
청어와 더불어 아이들 발라먹이기에 아주 힘든 생선 1순위지요.
먹다 남은 이 전어는
저녁식사때 간장양념으로 달큰하게 조려서 나올껍니다.
이 아까운 생선을 버릴수는 없고...
양념맛으로라도 먹어서 없애야지요..^^

오늘의 밥상을 풍성하게 만들어 준 배추전과 호박전...
배추를 젓가락으로 길이대로 쭉~기다랗게 찢어서
초간장에 찍어 먹는 맛...
배추를 반죽적셔 굽기만 했는데 이렇게 맛있을 수 있구나...
감탄이 나오는 그런 맛이지요.
또 큼지막한 저 풋호박맛은 어떻구요...^^

밥을 먹으려면 없어서는 안되는 기본중의 기본찬,
김 구운것과 배추김치.
이 배추김치는 몇주 쯤 전에
작년 1월에 담가놓은 대구아가미젓을 양념에 갈아넣고 담은 것인데,
젓갈맛이 아주 진한것이
맨밥 한공기를 저절로 부르는 김치예요.

반찬이 무엇이건 제일 중요한 건...
이 따뜻한 밥과 감자국 한 그릇...^^

오늘 아침상은 이렇게 해 먹었지요..
어제 기름진 음식을 먹었던지라,
오늘은 맑고 담백한 감자국의 국물로 속을 씻어 주었어요.
배추전같은 음식이야 기름에 부쳐냈다고 해도...
이런 소박한 음식들은 뱃속에서도 아주 편안하게 받아들입니다.
오늘 밤을 위해서 9호짜리 생닭도
한 마리 토막쳐서 준비해 놨고...
아마 초저녁 즈음부터 지글지글 닭 튀기는 소리가
여기저기에서 넘쳐 날 듯...^^
뱃심이 있어야 우리선수들 힘차게 응원할 수 있을테니...
오늘 저녁은 필히 든든하게 드세요.
이기면야 제일 좋고... 지더라도 뭐 어때요.
그들은 열심히 뛰고...
우리는 아낌없이 열심히 응원을 하고....
각자의 자리에서 최선을 다 하면 그 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