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3.15 오늘 저녁밥상>
오늘은 학과 MT로 남편이 좀 늦게 돌아온데다가,
예인이도 학교에 오래 있다가 깜깜해지고도 한참을 지나서는...
그렇게 늦게 집으로 돌아온 바람에...
저녁식사가 평소보다 좀 더 많이 늦어졌었지요.
함께 할 식사를 준비하며...
멸치볶음을 하려고 멸치부터 다듬어 봅니다.
작고 보드랍고 여린 멸치는 그냥 써도 되는데,
조림용멸치를 한 봉지 큼직한 것으로 사서 볶아 봤더니
영 억세고 야물고 크기까지 어지간히 큼직큼직해서는...
대가리째 통째로 꼭꼭 씹어먹기가 좀 불편한 면이 있어요.
그만큼 맛도 좀 떨어지고요.
이런 경우는 번거롭더라도...
시간과 수고를 들여가면서
더 맛있게 손질을 해 줘야지요.
한참이 지나서...
이제야 다 되었네요.
좀 크기가 있고 약간 억센듯한 멸치는
번거로워도 이리 다듬어 볶아야 맛있지요.
멸치 대가리와 똥 떼어내고
맛있게 먹기 좋도록 이 정도 다듬는데 드는 시간...
보기보다 참 오래 걸린답니다.
예전에 올렸던 재첩국 집에서 끓일적에..
정성들이며 재첩 껍질까고 다듬을 때와
거의 비슷비슷할 정도예요.
그래도 어쩌겠어요.
이리 다듬어서 만들어 먹는 멸치볶음맛은 그 수고를 다 잊게 할 만큼...
정말 맛있으니...
선택의 여지가 없는거지요.
후라이팬에 한 가득...
이렇게 볶아냅니다.
마늘조각도 썰어 두었다가 기름에 향이 돌도록 같이 볶아서 넣어줘야
멸치 볶아내는 기름맛도 더 좋아질 뿐 아니라,
같이 씹히는 볶은마늘 맛도 참 순하면서 구수하고요.
몸에도 좋고 맛이 꼬신것까지 말할 필요없는 호두 역시...
우리집 멸치볶음에 빠지지 않는 재료고요.
그리고...이어지는 반찬 3종입니다.
진미채무침과 마늘쫑무침,
그리고 다시마채 볶음이지요.
다시마채볶음과 마늘쫑은 만들어 놓으니 양이 많아서
다른 반찬통을 2개 더 꺼내어 덜어놓았지요.
요즘 잘 만들어 먹는 반찬 중 한가지가 바로 갈치포조림.
바로 만들어 먹으려고 냉장고안에 있던 갈치포를 꺼냅니다.
말린 갈치를 깨끗이 씻어 먹기좋게 잘라서
이렇게 준비를 했네요.
맛있게 양념장을 만들고,
냄비에 일단 2/3양만큼을 넣어 끓입니다.
바글바글 양념장이 끓을 때
준비해 놓은 갈치포를 넣고
나머지 남겨놓았던 1/3만큼의 양념장을
갈치포위에 부어주지요.
이것도 생선조림 밑반찬인지라
너무 많은 양념물에 잠기도록
국처럼 그리 끓여놓으면 또 맛이 없으니...
적은 양념을 가지고 만들면서도
고루 갈치포에 양념이 배이도록 하려고
이리 하는 것이랍니다.
갈치포는 금새 익으니
오래오래 끓일 필요가 없고요.
바글바글 한번만 제대로 더 끓여주면
서서히 식으면서 갈치포 속까지 알아서 양념이 잘 배입니다.
잘 익었다 싶을 때 바로 불 끄면서
여기에 먹음직스럽게 보이고 또 맛도 더 좋아지도록
송송 썰어둔 청홍고추 조금 얹어주면서...
방금 갈아 놓은 꼬신 깨소금을 적당히 뿌려주기만 하면 끝.
사진으로 간단하게 남겨 두었기에...
얼마전 담은 석박지예요.
무를 이렇게 삐져서 썰어 준비해서는...
양념만 척척 버무려 내면 되는...
세상에서 가장 쉬운 김치라지요.
무가 맛난 계절에는 이 이상 간단하고 쉬운 김치가 없쟎아요..
이것도 사진을 남겨 두었기에..
같이 담은 열무김치네요.
맛있게 김치양념 갈아넣고...
국물 자작하니 시원하게 만들었지요.
큼직한 사각유리용기에 한 통 채워 놓으니
열무김치 참 좋아하는 아들녀석 생각이 나면서
엄마 맘은 참 편합니다.
비록 이리 만들어두어도 금새 없어져서는
얼마 못가긴 하지만요.
열무김치 역시 김장김치 같은 것과 비교를 해 보면
정말로 만들기가 훨씬 수월하니...
시장 오가며 한 단씩 사다가
그때그때 만들어 먹으면 되니까요.
이리 만들어 벌써 다 먹고,
거의..오늘이 끝물입니다.
다듬어 놓은 멸치로 볶아낸 멸치볶음도
이제는 반찬통에 옮겨 담고요.
말 그대로 아이들 먹기에는 이 이상 있을까 싶을 정도로..
영양덩어리 밑반찬 이지요.
큼직한 후라이팬에 한 가득 볶아내다보니 양이 많아서..
이렇게 3군데에 나눠서 반찬통에다 담았네요.
그 옆에는 같이 만들어 놓은 연근조림도 한 통...
나물도 볶고 이렇게 연근도 손질해서 졸이고 하면서
워낙에 늘 자주 보여주던 광경인지라
사진은 생략하면서 후다닥 만들어 낸 반찬들입니다.
역시 사진만 안 찍어도 얼마나 더 빨리 진행이 되던지...
음식 만들면서 손 씻고 닦고 사진찍고
또 다시 음식을 손질하고 만들기 시작하고...
또 손 씻고 사진 담아내고...
다시 음식으로 돌아와서는 조리를 계속하다가,
손을 씻고 닦고 다시 사진기를 손에 들고..
이런 과정이 들어가면 정말...
밥 한상 차려내는 시간이 배로 드는 듯 해요.
잘 하시는 분들이야 저만큼 이렇진 않으시겠지만..
워낙에 제가 사진을 능숙하게 잘 찍어내질 못해서 그렇기도 하고요.
무나물,콩나물 볶아낸 것 등등...
다들 좋아하는 얼갈이도 데쳐서 볶아서는
보드라운 얼갈이나물도 같이 조금 만들고...
이래저래 만들어 놓은 반찬통들이 나란히 나란히
이때쯤이면 부엌이 좀 정신이 없습니다...
해물 듬뿍 준비해서...
정구지파전 부칠 준비도 했지요.
반죽만 봐도 먹음직스럽지 않나요?
제가 그래요.
저는 반죽 버무릴 때...
벌써 그때부터 늘 그렇거든요.
자주 끓여 먹어도 질리지 않는 국...
시원한 조개미역국도 한 냄비 끓였답니다.
큼직한 개조개를 4마리 넣어서 끓였기 때문에,
국물에서 우러나는 조개다시가 제대로지요.
조개때문에 위로 거품이 많이 올라오는데
깨끗하게 미리 다 걷어내고 끓여도 좋고요.
시간을 들이며 은근하게 계속 끓이다보면
조개때문에 나는 이 거품들은
나중에는 다 저절로 사그라듭니다.
기름기도 전혀없이 담백한 맛...
아주 시원한 바다내음이 일품이지요...
밥상 차리기 직전에 무쳐내야 하는 골뱅이무침 준비 중...
내 입에는 괜찮다 싶은...
맛난 자연산골뱅이 캔 2개 준비하고,
채소도 푸짐하게 들어가야 더 맛나지요.
그래서 양배추채, 파채, 미나리와 당근 등등...
먹기좋게 썰어서 준비합니다.
큼직한 캔 2개면,
골뱅이 양도 이만큼 푸짐하지요.
집에서 무쳐먹는 골뱅이무침은 이래야 해요.
채소만 그윽한 골뱅이무침이 아니라,
골뱅이 건더기가 푸짐해야 합니다.
양념도 모자라지 않도록
이렇게 듬뿍 끼얹었으니...
이제 살살 버무려 내기만 하면 됩니다.
이렇게 주인공인 골뱅이 양이
같이 버무려낸 채소와 더불어 그윽하기에..
한 젓가락 한 젓가락...집어서 먹을 때마다
마지막까지 더 맛난 무침이예요.
매콤달콤하면서 새콤하고..칼칼한 양념 덕분에
밥과 같이 뱃속으로 뱃속으로,
참 잘도 넘어갑니다.
오늘은 좀 늦었지만...
이제 저녁밥상을 차려 보아요.
갈치포조림 한 접시...
콩나물볶음도 한 접시.
고기가 없어도 쌈장과 함께 찍어 먹도록
이렇게 그날그날 싱싱한 채소도 조금씩 늘 곁들여 냅니다.
오늘은 양파와 땡초,당근 썰어서 쌈장과 같이...
참조기 구운 것도 4마리 내고요.
우리 가족이 4사람이니...
각각 1마리씩 먹어야지요.
우리 예인이가 제일 맛있게 잘 먹는 밑반찬 중 한가지.
진미채무침 한 접시와..
마늘쫑무침도 그 옆에 내고요.
달달한 인기반찬 멸치볶음도 빠질 수가 없고..
거의 마지막으로 다 먹어가는 열무김치도...
달큰한 무나물볶음과..
쫀득한 연근조림...
보드랍게 호로록 넘어가는 얼갈이나물도 냈지요.
팍 익은 총각김치도 이리 먹기 좋게 한 입 크기로 썰어내면
우리입엔 참 맛난 밥도둑이고..
짠기 빼고 기름에 달달 볶아내서
씹을수록 꼬들거리며 참 구수한 다시마채볶음과...
그 동안 어느새 적당하게 잘 익어서 ..
더 무 맛이 좋아진 섞박지도 덜어서 내고요.
고기반찬은 없어도
그냥 쌈채소에 쌈장만 곁들여 내어도....
이것저것 골고루 쌈 싸먹는 것도 다들 좋아합니다.
해물 넣고 부쳐낸 정구지전도 큼직하게 구워냅니다.
이렇게 구워서 한 장 먼저 먹고,
어느새 다 먹은 빈 접시.
갓불 위에 반죽 올려 놓고,
바로 구운 파삭한 새 정구지전을 다시 가져다 먹곤 하지요.
그리고 푸짐하게 큼직한 접시에 덜어 낸 골뱅이무침과...
갓 지어낸 밥 한공기와 뜨거운 국 한그릇...
요즘 우리집 아침밥 먹는 시간이
전보다 좀 더 앞으로 당겨졌습니다.
다들.. 전보다 조금 더 일찍 일어나서,
늦어도 6시 이전엔 아침을 먹으니까요.
이번에 고등학교에 진학한 예인이가,
스쿨버스를 6시 반에 타야하니까 그런거지요.
어른들이야 그래도 다들 일찍 일어난다치고..
올해 초등학교 6학년이 된 막둥이 예본이도 일찍 일어나서
그 시간에 같이 식탁에 앉아서 밥을 먹는 모습이...
제 눈에는 참 예쁘고 대견하고 그렇네요.
위의 밥상은 아침밥이 아니라..
아까..좀전에 먹었던 오늘 저녁상입니다.
남편이 학교일로 어제 경주에서 하룻밤을 자고
오늘 늦게 돌아온 바람에...
아침에는 모두 같이 식사를 함께 하지 못했던지라..
오늘은 이 저녁밥상이
가족 모두 함께 둘러앉아 먹는 오늘의 첫 식사였지요.
신입생 과MT로 경주에 하루 다녀 와서
잠을 제대로 못 자서 무척이나 피곤한 남편...
그리고 올 해...고등학교 진학하고나서
거의 매 순간을 늘 피로에 찌들여 사는 딸래미.
오늘 저녁은 이 두사람을 생각하면서,
예인이가 잘 먹고 좋아하는 것.
그리고 남편도 평소에 잘 먹는 것으로 몇가지 찬을 준비했지요.
그러다보니...
평소에 예본이가 가장 좋아하는 고기반찬...
육류가 하나도 없네요.
6학년인 예본이는 요즘 한창 크려고 그러는지...
고기 고기 하면서 늘 이것저것 육류반찬을 골고루 찾고, 또 참 잘 먹습니다.
쌈도 있고 채조들이 많은데도 고기반찬 한가지가 없으니
섭섭해 하면서도
그러면서도 또 이것저것 차려낸 것을 골고루 잘 먹네요.
예인이를 보니..
중학교와 고등학교는 또 참 다릅니다.
바뀐 환경에 적응하려고 노력하고,
늘 경쟁과 긴장이 팽팽하게 이어지는 하루하루를 살아가면서...
더욱 더 열심히 하려고 늘 애를 쓰고 있는데...
제가 택한 힘든 길이니
더 열심히 해 보려는 모습이 보이는데..
엄마 눈에는 늘 짠하기만 합니다.
오늘 저녁 밥상에서..
정신없었던 이번 일주일을 어떻게 보냈는지
학교 이야기, 선생님과 친구들... 또 여러가지 활동 이야기 등등.
이런저런 이야기를 서로 나누며
모처럼 저녁밥상에서
그렇게 편안한 마음을 다들 같이 나누었네요.
앞으로 살아갈 세상은 참 험하기도 하겠지만,
그래도...
또 그만큼 이루어내고 성취할 수 있는 멋진 일들이
너희들 앞에 참 많을테니...
그저 힘 내라고 격려해줄 수 밖에요.
그냥 이렇게 모처럼 저녁시간에 다 같이 도란도란 둘러 앉아서
따뜻한 밥 한끼 함께 하면서...
바쁘고 급하게 달려오듯 살아 온 아이들도
또 우리 어른들도...
그렇게 마음이 치유된 시간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