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시피 없는 포스팅 입니다. 죄송합니다. (__)
자게에 랍스터 글이 올라왔는데 별로라는 분들이 많으셔서 좀 놀랐어요. ^^;
저는,,,랍스터를 겁나게 좋아하거든요.
홍콩 사람들이 달걀 국수를 깔고 그 위에 찐 랍스터와 치즈소스를 듬뿍 얹어서 먹는데
그렇게 먹어도 맛있고,
회를 떠서 hot pot에 샤브샤브로 먹는 것도 좋아하고,
태국에서 그냥 레몬만 잘라서 넣고 눈 깜짝할 사이에 쪄내 준 걸 버터만 살짝 얹어가며 먹는 것도 맛있었고,
이번 미국 동부 여행길에 보스턴에서 먹은 랍스터도 괜찮았어요.
게나 새우보다 단맛이 적은 대신 대게나 새우에는 없는 랍스터 특유의, 어떻게 설명하기 힘든
미묘하게 떫은데 고소한, 그 맛이 제 입에는 잘 맞는데
조리를 잘 해야지
조금만 더 익혀도 그냥 뻣뻣하고 퍽퍽해져버리고,
잘 조리한 것도 식으면서 맛이 금세 변해서
식어도 단맛이 여전한 게나 새우와 비교하면,
별로라고 하시는 것도 이해가 가요.
랍스터,
바다가재를 먹을 때마다 생각나는 웬수가 있습니다.
재작년 저희 곁을 떠난 니치.
저희가 대서양 작은 섬에서 조난 비슷한 상황에 처한 적이 있었는데
준비해간 식량도 다 바닥나서 몇 가구 안되는 마을 어른들께 감자 몇 개, 사과 몇 알 이렇게 얻어서 연명을 하던 중
할아버지 한분이 구럭에 걸렸더라시며 바다가재 한마리를 주셨어요.
물고기 모양으로 생기지 않은 해산물은 (갑각류 패류 기타등등)
잘 먹지 않는 남편을 위해 살짝 삶아서 살을 발라, 조금 남은 치즈를 모두 긁어서 소스 비슷하게 시늉만 해서 얹은 다음
오븐에 넣었다 먹는 랍스터베이크 씩이나 하려고
캠핑카 안의 고물 오븐에 불을 붙이느라 잠시 바닥에 엎드렸다 일어났는데
오잉?
랍스터가 실종된 겁니다.
랍스터 자국들만 남아있는 접시를 보고 잠시 제 정신을 탓하며 작은 캠핑카 부엌을 샅샅히 뒤졌어요.
그런데 진작 참견하고 난리였을 니치가 저쪽 구석에서 조용히 고개를 외로 꼬고 우물쭈물하고 있는 겁니다.
우리집의 유주얼 서스펙트이긴 하지만 설마설마 했어요.
제가 일루와! 했더니 씩 웃으면서 돌아서는데 주뎅이에 치즈소스가.
하마터면 니치의 멱살을 잡을 뻔 했어요.
그날 밤 저희부부는 랍스터 삶은 물에 삶은 파스타로 끼니를 삼았다는 그런 슬픈 이야기예요. ㅜㅜ
저희 사는 곳에서 가까운 바닷가 마을은 요즘 랍스터가 제철이라 시간을 맞춰서 가면 배에서 올라오는 랍스터들을
살 수도 있다는데 그 시간을 아는 사람만 안다고 해요. --;
그래서 저희 같은 사람들은 바닷가 pub에 앉아서 주는대로 먹어야 합니다.
어제도 먹었습니다.^^
자리가 나기를 기다리면서 일단 맥주 한 잔.
긴 바닷가 산책 끝에 마시는 맥주는 정말 맛있습니다.
장난하시나 지금? 반마리를 누구 코에 붙이라고?
(한국에서는 이렇게 표현한다고 했더니 매니저가 고개를 갸우뚱갸우뚱)
저희가 노느라 늦는 바람에
아침에 들어온 랍스터가 다 팔리고 마지막 한 마리 남은 걸 둘이 사이좋게 나눠 먹으라고
(코에 붙이지 말라고 처음에는 신신당부하더니 나중에는 코에 붙이고 있는다면 디저트를 공짜로 주겠다고 --;)
반마리씩 갈라서 담아 준 겁니다.
집게발의 비주얼에 멈칫한 남편을 달래서 남편은 피쉬앤칩스를 따로 시켜서 먹고
제가 한마리 다 먹어치웠습니다.^^
(그리고는 디저트가 나올 때까지 집게발을 코에 붙이고 앉아있었습니다. 으하하하)
입가심은 방금 튀겨낸 도넛에 딸기와 고추를 넣고 만든 소스를 뿌려 바닐라 아이스크림과 함께 먹으려고 했으나
아이스크림은 접시 뒤에서 치성 드리던 뽀삐가 접수.
에스프레소 싱글샷으로 마무리
다시 한번, 바자회 고생해주신 여러분들께 감사드려요.
특히 소이캔들 사주신 분들께 ^^;;
제가 나중에 번개를 칠터이니 캔들 뚜껑을 들고 나와주셔요.
한 턱 쏘겠습니다.ㅎㅎ
덤으로, 랍스터도 맛있고 잉글리쉬 크림티도 근사한, 작고 예쁜 마을 Alnmouth는 안구정화 하시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