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겹던 밤수확이 끝나기가 무섭게 표고가 핍니다.
같이 산지 4년차라고 이것들도 눈치가 빤해서인지
잠시 쉴틈을 주지않고 멱살을 잡고 늘어지네요.
1차수확을 끝내고 서둘러 재배장정리에 들어갑니다.
작년봄 산불에 홀라당~ 해버린 그래서 그냥 방치하다시피 했었는데
그럼에도 이쁘게 잘 피어주는 녀석들에게 미안한 마음도 들고......
산불에 나무들이 타죽는 바람에
재배장 여기저기 하늘이 뻥~ 뚫려 햇빛이 쏟아지는 곳을 피해
그늘진 곳으로 옮기고 또 옮기고......
올봄에 새로 접종한 녀석들도 자리를 잡아주고......
그리고 며칠이 지나 2차표고발생이 시작됩니다.
폭우이후로 비가오지 않기에 고압분무기로 인공강우 한차례 해주었더만
이것들이 미쳤나~
불에 탔던 그래서 내다버린 표고목에서도 표고들이 피어나네요.
아까운 표고목을 왜 버렸냐는 마님의 추궁에
"가서 따오면 될거 아니여~"
그 한마디 때문이었는지 어쨌는지......
지겹도록 이어지는 표고밥상......
표고된장찌개에 표고밥에......
정말 질립니다.
눈치챘는지 모처럼 콩을 갈더만 콩비지......
친정다녀와서 구워주는 장어구이~
그나마도 장인어른이 막내사위를 위해 별도로 포장해서 보내주신......
그와중에도 지겹다~ 표고된장찌개~ㅠㅠ
표고가 질린다는 말씀 올리자
표고가 우리몸에 얼마나 좋은지 알기나 하냐~
표고란 무엇인가~
표고가 인체에 미치는 영향~
표고와 인간의 상관관계~
표고가 인간사회에 미치는 영향~
표고와 건축구조물의 역학관계......
아휴~ 그냥 조용히 처먹을테니까 일절만 해라~
어느 휴일에는 아이들과 고구마를 캤습니다.
"얘들아~ 오늘 고구마 캘까?"
"이야호오~~~"
고구마를 캐는 내내 아이들의 웃음과 환호가 끊이질 않습니다.
감자, 고구마캘때 가장 신나서 미친* 치맛자락 날리듯 하는 녀석들~
고구마순은 닭들먹이로 쓰고
순무우 조금 무우 조금 뽑아서 차에 실으니
짐칸에 한가득......
에휴~ 당분간은 또 고구마로 연명하게 생겼구나. ㅠㅠ
고구마수확이 끝나고 농장에서 먹는 점심식사~
아이들이 좋아하는 등갈비구이와
성질급한 제가 술안주로 먹어야 하는 목삼겹~
배추 한포기 뽑아다가 쌈으로
순무우 한개 씻어서 속쌈으로......
벌써 제법 맛이 들었습니다.
후식으로 먹을 것도 없고
알밤 몇개 주워다가 구워먹고
윗밭에 올라가 토마토 몇개 따다가 하나씩 먹고......
끊이지 않는 표고......
아~ 이젠 뭐 회덮밥이나 고추장에 쓱쓱비빈 보리산채비빔밥이라도......
아침부터 표고밥에 울렁거리는 속을 달래며
모처럼 숲속을 거닐어 보았습니다.
농장과는 또 다른 상쾌함~
머리가 맑아지고 더부룩했던 속이 뻥 뚫리는 느낌과 더불어 떠오르는 생각은
오늘저녁은 모처럼 일식으로 해결해볼까?
해서 마누라한테 문자를 보냈더만
쓸데없는 생각말고 일이나 하라는 단호하신 화답의 문자......
그려~ 앓느니 죽지~~~ ㅠㅠ
보름전쯤에 아랫집 형님댁에서 데려온 강아지 한쌍~
이제는 제법 커서 차소리 발자국소리을 알아듣고
집에 돌아오면 죽기살기로 쫒아와 바지가랭이를 물고 늘어집니다.
회충약을 먹였더니 숫놈이 물도 안마시고 빌빌거리길래 병원에 델구갔더만
이따금 뱃속에서 회충이 뭉치는 경우가 있다고......
주사 세대에 먹는약 3일치에 링거까지 꽂고 금의환양하신 이후로~
강아지들은 북어국에 카레밥에 고구마밥에......
제 팔자보다 녀석들이 훨 나아 보입니다.
다음생에는 나도 개로 태어나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