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우리 친정 이사오는 날인데
비가 진짜 징하게 내려서, "엄마 진짜 대박 부자 되려나보다" 했는데
우와..이건..장마도 아니고....
나쁜 사람들 각성하라고 하늘에서 한마디 하시는 모양입니다.
"정신차려 임뫄들앗!!!!!!!!!!!!!!!!!!!!!!" "칵 !! 기냥!!!!!!!!!!!!!!!!!!"
...
노통님 서거 다음다음날이, 선약되어있던 저희집 저녁초대날 이었어요.
결혼한지 한달이 다 되어가는데도 저녁초대 한 번 않는 아들과 며느리가 괘씸하셨는 모양인지
지지난주 금요일, 떡볶이 먹으러 오라셔서 저녁에 터덜터덜 갔더니
저녁 한번 언제 차려줄래~ 라고 시아빠께서 넌지시 물으시는데
괜히 뜨끔하고 죄송스러워서
"이번 월요일에 오빠 쉬시니까..그때 모실께요" 말씀을 드렸었는데..
참 마음아픈 일이 생겨 버렸어요.
괜히 무를 수 없는 노릇인데, 마음이 썩 내키지 않는 슬픈 주말을 보내고..
무거운 발걸음으로 장을 보러 갔는데...꽃게 세 마리가 만오천원이라니요..꽃게철 아닌가요?
물가때문에 마음이 더 안좋아졌었어요.
그래도, 내 부모님이나 다름없는 분인데..곁에 계실 때 잘 모셔야지...하는 마음에 힘을 내보았습니다.
그래, 이왕 하는거..
내 아들래미 제대로 먹고 사는지 은근히 시험하러 오시는 자리이기에
좋은 재료 사다가 집에 왔는데..
정신을 놓고 다녀서일까요..오는길에 장바구니를 두어번 떨어뜨렸더니..
꽃게 다리가 성한게 없네요;;
저 배에 붙은 삼각형(이름이 뭘까요;;)은 떼서 육수 내는데 씁니다.
꽃게다리 끄트머리,꽃게 배에 있던 삼각껍질, 화이트새우 너댓마리,
대파 한단분량의 파뿌리, 양파반개, 다시마 손바닥크기,
고추씨 세큰술, 마늘 열알정도, 국물멸치 열마리..
이렇게 푸욱-우려낸 육수는요, 어떤 국물요리에 들어가도(고기요리 말구요) 맛이 마술이 되는 육수예요.
육수에도 정성을 들여 구수하게 끓여 낸 꽃게탕은, 입 짧으신 울 시아빠께서 두그릇이나 비우셨어요.
시아빠 : "여보 맛있지?? 와, 진짜 맛있는데??"
시엄마 : ............(묵묵부답)
손위 시아주버님이 계신데, 아직 총각이예요.
76년생이시고, 건장하고, 직업좋고, 성실하고, 착하고, 성격 좋은데!
왜..베필을 못만나셨을라나요.
여튼. 시아주버님은 돼지고기 없으면 식사를 안하신다길래,
시아주버님 드시라고 동파육도 만들구요
(시아주버님 키토산 알러지 있으신건 몰랐는데, 이것 없었으면 죄송할 뻔 했지요)
시엄마는, 고기 안좋아하신다길래 들깨가루, 들기름으로 맛을 낸 묵도 무쳐놓았구요.
꽃게탕 국물 내느라 집어 든 화이트새우 남은걸로
간단하게 손 잘 가는 마늘새우 해 놓았어요.
밑반찬도 없더란 말 나옴 어쩌나 싶어 연근 조려놓고
시엄마가 주말농장에서 키우신 시금치는
아삭한 맛 살도록 볶아 냈어요.
자이언트 어린이 좋아하는 오징어채도 볶아놓고
(무치는것과는 또 다른 별미예요)
경상도 분들 초댓상에 전이 빠지면 서운해 한다길래
뼛속까지 경상도분인 울 시엄마 드시라고 전도 두가지 지져놓았구요.
김치를 제가 담군 게 없어서, 노각 사다가 무쳤는데..
역시나 "여자는 김치를 잘 담가야 한다" 시며 네가 한 김치를 달라시는 시부모님께
'제가 한 게 이것 뿐이라..'라고 했더니.. 김치를 먹어봐야 하는데..하시더라구요....
그렇게 정신없고 바쁘게 준비해서 차렸는데,
일곱시엔 오실 줄 알았던 어른들께서 아홉시에 오셔서..
두어번 덥혀놓고 상 다시차리고..치우고 나니 열두시더라구요.
자이언트 어린이는 할 줄 아는게 없으니 도움도 안되고..
맘도 안좋은데, 아주 몸살 날 뻔 했어요. 나쁜양반. 늙어서 보자. 메롱-
모두가 행복했으면 좋겠고
모두가 웃는 세상이 빨리 왔으면 좋겠고
모두가 정치인을 믿는, 그런 훈훈한 나라가 되었으면 좋겠고
모두가 맘속에 모난 말 담지않는 그런 날이 왔으면 좋겠고..
바라는 것 투성이예요.
정작 내가 노력한 게 뭔지, 반성이 많이 되는 하루입니다.
갑작스런 비랑 천둥번개에, 피해 보신 분 없길 바랍니다.
* 요리법은 http://blog.naver.com/prettysun007 제 블로그에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