끼니 거른적 없이 다 챙겨먹었는데 시국이 시국이니만큼 사진도 별로 남긴거 없이 그렇게 지냈습니다.
며칠 손님 치르고 나니 오늘은 정말 손가락 하나 까딱하기 싫고 걍 아침부터 이불하나 두르고 앉아서 인터넷만 하네요.. 오후에 소독한다고 했는데 이러다간 눈꼽달고 아저씨 맞이하게 생겼어요..
남편은 부산사람. 밥국이란 거 경상도 음식인가봅니다. 전 처음 들었어요. 술 마신 다음 날 해장으로 어머님께서 끓여주시는 것 같은데 아직 저는 맛을 못봤답니다. 근데 어찌나 밥국밥국 하는지 설명만 듣고 끓여봤어요. 2-3번 시도 했는데 다 아니랍니다..멸치다시에 무랑 김치여코(경상도에선 넣는다는 말을 여코~라고 하시더군요) 콩나물 여코, 찬밥 여코, 수제비 몇개 여코, 떡 여코 끓이면 된다. 라면도 있으면 좀 여코.
하시길래 다 여코 했습니다. 근데 이게 아니라네요..밥을 넣어서 퍼지게 끓이는 줄 알았더니 김치국마냥 국물이 있고 밥은 그냥 만다느 느낌으로 하는 거랍니다. 저는 죽처럼 끓이는 건 줄 알았거든요..그래서 제가 걍 먹었어요.
회식한다해서 맘 놓고 빈둥대고 있었더니 11시 넘어서 몇분 모시고 왔더라구요. 빛의속도로 제육볶음에 계란말이, 부침개 했는데 배부르다고 별로 안드시고 가셨어요. 남는거 버리기도 아깝고 해서 걍 신랑밥에 얹어서 제육덮밥으로 먹으라고 줬더니 한접시 뚝딱 비워버리네요. 역시 초딩입맛.
가끔씩 저녁에 가볍게 샐러드만 먹고 싶다고 합니다. 그래도 힘들게 일하고 왔는데 풀만 먹으면 안되지 싶어서 와인에 재두었던 닭가슴살 그릴에 구워 샐러드에 얹고 식빵 한쪽에 마늘버터 발라서 주었어요. 오렌지 드레싱 만들기도 쉽고 상큼하니 좋더라구요. 걍 믹서에 오렌지 반개랑 올리브유 넣고 갈아서 파슬리 좀 섞었을 뿐인데..
요즘 더울때 어머님이 주신 오미자 원액에 물타서 얼음넣고 마시면 색깔 환상이고 넘 시원하네요. 완소.
강된장 비빔밥 해먹으려고 첨으로 나물도 해봤어요. 강된장 생각보다 쉽고 반응도 좋던걸요. ㅎㅎ
비오던 어느 날은 잠자던 쑥 가지고 수제비 반죽해서 항아리 수제비도 해봤어요. 데코용이라 그런지 입구가 좁아서 결국 다른 그릇에 옮겨먹느라 설거지거리만 늘렸어요. 그래도 본건 있어서 항아리 뚜껑에 감자전도 올려보고.
목포로 워크샵 다녀온 신랑이 세마리에 5만원 주고 사온 대게에요. 한마리는 마늘버터 발라 굽고 두마리는 걍 쪄서 먹었는데 살 통통하게 다 들어있더군요. 둘이 코박고 먹느라고 사진도 없어요. 게딱지에 밥비벼먹은거 정말 감동이었는데..신랑은 너무 맛있어서 머리가 찌릿찌릿 하다고 하더라구요. >.< 가신 분에 대해서 주거니 받거니 하면서 소주한병, 와인한병 깔끔하게 비웠던 날입니다.
새 식구를 들였답니다. ㅎㅎ 애완동물도 아니고 할아버지에요. 매일 메뉴도 적고 가격도 적고 혼자 장난을 치는데 손님이 맨날 장부에 달으라고만 하고 결제를 안해줍니다.
프렌치토스트는 식빵에 딸기쨈 바르고 슬라이스햄,치즈 한장씩 넣은 후 계란물 입혀서 시나몬가루랑 슈가파우더 뿌려주니 부드러워 잘 넘어간다고 좋아하더라구요. 3500원에 아메리카노까지 준다고 했는데도 바가지라고 합니다. 쳇. 누군 땅파서 장사하나요.
남포동 먹자골목에 가서 비빔당면이랑 너무 부실하지만 맛있는 김밥, 시뻘겋지만 한개도 안매운 떡볶이도 먹었어요.
남포동 국제시장엔 정말 없는게 없더라구요. 시장구경 좋아하는 저는 진짜 신났어요. 그냥 놀러간건데 장을 봐왔지 뭐에요 --;; 어묵이 31종류도 넘는 듯. 골라먹는 재미 있습니다. 붕어빵 모양도 있고, 만두모양도 있고. 문어 들어간것, 날치알 들어간것..셀수도 없더라구요. 만원주고 한봉다리 사왔어요. 국제시장 유부전골이 유명하다는데 배불러서 못먹고 걍 냉동된 유부 사왔어요. 전골해먹을때 넣어먹으려구요.
어묵이 두껍고 진짜 좋더라구요. 기름기도 별로 없고. 끓는물에 살짝 담근 후에 팬에 지져도 먹고, 김치넣고 국도 끓였는데 어찌나 탱탱한지..국도 몇번 데웠는데도 흐물흐물해지지도 않고 씹을때 뽀드득거리기까지 하더라구요.
선물용으로 택배로도 보내준다는데 요런 아이템도 괜찮을 것 같단 생각이 들었어요.
이번 달은 손님맞이 주간인가 봅니다. 지난 주말 21명 집들이 했고, 화요일엔 어머님과 손님 몇분 오셔서 다과 했는데, 비스코티 넘 딱딱해서 민망하고(오도독오도독 저는 좋지만 어른들껜...--;;, 쿠키도 참 모냥 빠집니다)
어젠 또 신랑 절친부부가 서울서부터 내려와서 소고기 파티 했어요. 결혼하고 지방으로 뚝 떨어져나오니 친구들 한번 놀러오질 못하는데 엄청 반갑더군요..며칠내내 청소하고, 음식하고 했더니 오늘은 진짜 한없이 게으름의 나락으로 빠져요..
이렇게 뒹굴대다 저녁엔 엊그제 끓여놓은 순두부찌개 먹을거에요..일부러 이틀치 끓여놓고 반만 뚝배기에 옮겨줬거든요. 고추기름을 처음써봐서 무서워서 조금 넣었더니 허옇고 맛이 좀 덜했어요. 좋아하는 계란 하나를 풍덩 빠뜨렸는데도 먹는게 신통치않아서 자존심 상했습니다. 남은 건 기름도 과감히 투하하고 더 진하게 끓여서 만회해봐야지요.
집들이 도와주러 오신 친정엄마가 전업주부 되어버린 딸래미 보기가 약간 그러하신 듯 하네요.
살림에 올인하지 말고, 너 할거 해라 하시더라구요..아직은 살림이 잼있다고 변호하면서 왠지 기분이 깔아집니다.
주말엔 예전 직장동료가 결혼식있다고 내려온다면서 얼굴보자고 하고..
괜스레 살림이 잼있는게 챙피한 일 처럼 느껴져서 속상해요..
이제 슬슬 밖으로 눈을 돌려야 할까보네요. 새댁놀이.. 더..즐기고 싶은데 말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