뭐땜에 그랬냐면요...
오늘 아침 준비하려다.. 냉장실 가운데에 놓인 새우게장 통을 발견.. 열어보았죠.
얼마전 김치 냉장고 청소하면서... 일반 냉장고로 입주한 새우, 새송이, 마늘, 고추... 애들이 오늘 딱 걸린거죠.
작년... 추석에 가족여행으로 제주에 갈려고 준비하는 전날.... 추석 선물로.. 대하랑 꽃게랑 들어왔어요....
몽땅.... 게장을 담았어요. 새우랑 새송이, 통마늘, 양파, 풋고추도 함께요
한동안 잘 먹었는데.. 관리를 잘 못해서리(너무 짜게 맛들기 전에 냉동실에 보관해야 하는데)
그냥 김치 냉장고에 방치한 채로...잘 먹지 않고..해를 넘긴거에요..
그걸... 얼마전..김치냉장고 청소하면서. 버릴까말까 하다가... 너무 아깝더라구요.
그래서... 작은 통에.. 새우는 새우대로... 야채는 야채대로 따로 담아 덜어놓고 국물은 끓여 부어 놓았던 거에요.
새우는.... 물에... 담갔다가 한번 오븐에 구워보았는데..이미.... 간이 될대로 된 것을 구우니.. 너무 짜서.. 그냥 먹기는 좀 그렇더라구요...

대하에 간장을 품고 긴 세월을 산 자태가.... 고스란히 남아있죠?
대하를 무척 좋아하는 우리 가족들이지만... 아무리 좋아하고 배가 고파도.. 맛이 이상한 것은 절대 손을 대지 않기에..그냥...냉동시켰다 쩌 먹거나 구워 먹었으면...싶은 후회가 밀려오지만.. 죽은 자식..뭐 만지기라고...하지요?.....이궁
새우는 그렇다치고...
새송이도 조금 짜다 싶어서.... 물에 잠시 담구었다가 베 보자기로 볼끈 짜서... 갖은 양념해서 무쳐먹으려다 보니..색이 너무 진하다 싶더라구요.. 마늘도 그렇구요..그래서... 올해 담근 양파 장아찌를 꺼내어 채썰어서 함께 버무릴려고...준비하려다..불현듯..정말 불현듯...
분장실의 강선생님코너가 떠오른 거에요.....
선후배의 만남이잖아요...선배님.... 2008년산 새송이와 마늘... 후배... 2009년산 양파...
얘들을 서로 합쳐서 조물락조물락 무치려니깐... 애들이 대화를 합니다.
"선배님~~~~ 근데... 왜 얼굴이 까무잡잡하세요?"
"응..그건 말이지...... 니들이 알 턱이 없지..니들이...우리처럼... 동생들 똥기저귀를 빨아봤겠니? 아님.... 나이먹은 신랑 코를 닦아 줘 받겠니...(허걱..이건... 이건 강선생님 대사인데...ㅎㅎ)"
".........."
"똑 바로 해 이것~~~드라~~~~~~~ 장아찌란 모름지기..... 그 얼굴에서...깊이가 느껴져야 하는거야..니들처럼 희언한 얼굴로 몰 알겠어??? "
모..이런 말이 막 들려오면서... 영광인줄 알아 이것~~드라... 도 떠오르면서....그러더라구요.
그래서 마침 주방으로 나온 막내한테..들려주었더니만...
"왜....재미가 좋아???" 하면서...... 철딱서니없는 엄마 취급을 하네요....
정말.. 요리할 때...혼자 중얼중얼 거리면서... 대화를 하는 것도 참 재미있어요... 물론 혼자 속으로요^^
그렇게 이것들아~~~ 하믄서 무쳐진 새송이양파장아찌무침... 이거..생각보다 맛이 좋았어요.

오늘은... 냉동실에 한토막 남아 있던 민어도 구웠는데....
워낙 큰 걸 사와 정말 맛있게 먹고.... 민어 머리하고 꼬리만 남았어요...
어두육미라고.... 생선 대가리가 젤 맛있다고 하던데... 사실 먹잘 것은 많지 않아요.
그래도..민어라고.. 맛있게 먹었어요.. 굽다가 좀 태워서 탈이긴 했지만요....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