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원래 덩치에 걸맞지 않게 만성적인 빈혈이 있습니다. 아마도 초등학교 5학년때부터 였을겁니다. 걸핏하면 어지럽고 두통도 늘상 따라다닙니다.
늘 철분제를 먹는데, 게으르다보니 잘 먹다가 잊어버리면 또 한동안 빼먹게 됩니다. 그러다보면 또 어지럽고...
한동안 또 그놈의 게으름병 때문에 철분제를 빼먹었더니 급 피로에, 어지럼증에, 두통에... 에구, 이럴땐 고기를 먹어줘야 한다, 싶어 지난주에는 열심히 먹어대주었지요.
이상하게 몸이 허하다 싶을때는 알아서 몸에서 고기가 막 당겨요, 전..
애들 임신했을때에도 다른건 별로 인데 어찌나 고기만 먹고 싶은지... 그때 먹은 양이 아마 어마어마할거예요. 소 몇마리는 족히 되지 않을까...

추석때 시댁에서 갈비 한봉다리?? 선물로 들어온것중에 한팩을 그냥 주셨습니다. 집에와서 달아보니 1키로 정도더군요.
찜을 하려고 해동해 놓고 보니 기름이 너무 많고 먹을게 없어서 사태 한근 사다 섞어서 모처럼 갈비찜 해먹었어요.
진짜 오래간만에 갈비찜 했더니 기름지긴 해도 맛있네요. 사실 갈비찜은 내손으로 재료 사다가는 안해먹게 되잖아요.
다른분들은 갈비찜 어찌 하시는지...
저는 핏물 잠시 빼고 끓는 물에 슬쩍 한번 데쳐요. 그래야 기름이 좀 빠져 나가서..
배는 갈아서 건더기를 채반으로 걸러내요. 건더기까지 넣으면 좀 껄끄럽다고 하나.. 좀 그래서요.
그리고 배즙하고 청주 섞어서 갈비랑 사태랑 조금 재워 놔요.
냄비에 무를 넉넉하게 깔고, 위에다 고기 재워 둔것 올리고, 양파 간것에 간장양념 만들어서 위에 팍 부어요.
물은 넣지 않고 그대로 압력솥으로 3-40분 끓이면 땡입니다.
물 넣으면 너무 국물이 흥건해지더라구요.
갈비찜 국물까지 하나도 버리지 않고 애들 밥 비벼 먹였어요.ㅎㅎㅎ

지난 주말이 아니고 지지난주 주말, 닭도 튀기고 새우도 튀기고 감자도 튀겼습니다.
밥은 하기 싫고 고기는 먹고 싶고... 뭐 그렇더라고요.
그냥 새우랑 닭이랑 소금, 후추로만 살짝 밑간한뒤에 치킨 튀김가루에다 버무려서 튀겼어요. 허니머스타드에 찍어 먹었지요.
감자만 썰어서 찬물에 살짝 담갔다가 꺼냈어요.
저게 저래뵈도 접시가 무지 넓적해서 양이 꽤 많은데, 닭이 한마리, 감자가 큰거 세개, 대하가 아주 큰넘으로 스물 다섯마리였는데,... 모자랐습니다. ㅠ.ㅠ
애들이 이건 뭐...한도 끝도 없이 먹어대는데...
옛날 가뭄에 어른은 배고파 죽고 애들은 배터져 죽었다던가.. 남편이고 저고 몇개 집어 먹고는 애들 먹는거 쳐다 보다가, 남편은 오밤중에 배고프다고 라면 찾더라구요. ㅠ.ㅠ;;;

날이 선선해져서 문득 따뜻한 국물이 땡기는 날, 장봐다가 알탕을 끓였어요.
요 허연게 애들용으로 끓인건데요, 나름 맛있게 한다고 오만 잡다한 것을?? 다 넣었더니 맛있어 졌어요.
왜 집에서 이런거 끓이면 파는것 처럼 감칠맛이 나지 않는다고 하나... 조미료를 안넣으니까요.
확실히 귀찮아도 육수에다, 이것저것 다 넣고 끓이면 맛있어요. ㅎㅎㅎ
멸치국물에 미더덕도 한줌, 새우도 몇마리, 바지락도 조금 넣었어요. 그러고보니 이게 알탕이냐 해물탕이냐.. 뭐 그러네요.

이런거 끓이는 날은 언제나 애들용, 어른용 두냄비 합니다. 어른껀 당연히 고춧가루 팍팍 넣고 맵고 얼큰하게 해야 제맛이지요.
애들 아빠 퇴근시간에 맞춰 다시 끓이려고 파랑 쑥갓은 넣기 전입니다.

추석때 시댁에서 햇밤도 한봉지 받아왔었는데, 냉장고에 그냥 몇주 쳐박아 놨다가 꺼내서 일삼아 열심히 깠습니다. 가져오자 마자 소금물에 담가놨던거라 다행히 벌레 먹은데 없이 멀쩡하더라구요.
깐밤은 대부분 냉동실에 넣어두고 일부는 밥할때 몇개 올려 쪘지요.
밤 올린 밥, 우리 큰아이는 너무 좋아하고 작은아이는 싫어하더라는..
한 뱃속에서 나온 넘들인데 입맛이 다른것이 참...

밤 깐김에 약식 후딱 해놨습니다. 물론 꽃게님 식으로 간단하게...
전기밥솥에다 한솥 해서 식은후 저렇게 죄 랩으로 소포장 해둡니다.
큰넘이 어린이집 다녀와서 간식으로 두개 먹고 작은넘도 두개 먹고,
나머지는 비상시를 위하야 몽땅 냉동실에 들어갔는데, 한주 밖에 안지났는데 지금 벌써 딱 세개 남았네요.
바쁜 아침에 식사대신 먹고, 요즘 과자 파동이라 간식 대신 먹고...
냉동시켜둔 밤이 있어서 다음주 쯤 한번 또 해놔야 겠습니다.

여전히 고기가 모자란 연휴 한날 또 닭한마리 잡았지요. 이번에는 차이원님 식으로 썬드라이 토마토 올려서 오븐에다 구웠어요.
이날은 아예 넉넉하게 한다고 두마리 구웠더니 잘 먹고 서너쪽이 남네요.
옆에다 고구마도 썰어서 굽고 샐러드도 하고 그랬거든요.

아, 맨날 이렇게 잘해먹느냐.. 하심 그건 아니구요, 대개는 주말에만...ㅠ.ㅠ
그 증거로 어제 저녁. 단백질이라고는 찾아볼수 없는 애들 저녁밥입니다.
작은넘이 인상 팍 쓰면서 호박나물 싫어~하다가, 몇대 맞고 다 먹었습니다.ㅎㅎㅎ
사실 어른들 먹을 찌개랑 매운 고추장 불고기가 있었는데, 애들은 어차피 못먹는거라 따로 해줄까 하다가 말았다는...
니들은 너무 고기만 먹는 경향이 있어, 가끔 야채도 좀 먹어줘야해-->라는 엄마의 뜻이지요.

요즘 멜라민 파동으로 진짜.. 파는 간식거리 먹을게 없습니다.
저희 집은 원래 과자는 잘 안사먹는 집이었는데도 나름대로 피해를 봤어요. 쿠키 만들때 애용하던 엠엔엠 초콜릿...ㅠ.ㅠ 사다 둔거 죄다 갖다 버렸어요.
해서, 강남콩 냉동실에서 잠자던것 꺼내 왕창 팥배기 마냥 강남콩배기를 만들어 두고요,
그걸로 황남빵을 만들었지요.
레서피는 베이킹스쿨 사이트 가심 있어요.
과정은 그다지 어렵지 않으나 생각보다 좀 많이 달아서 어른들은 좀 별로네요.

반드시 블랙커피랑 먹어야 되겠어요. 그냥 먹으니까 너무 달아서 느끼해요.
애들 간식 하루 주고 이 역시 낱개 포장해서 냉동실 들어갔습니다.
어린이집 다녀오면 꺼내서 전자렌지 30초 돌려주면 갓만든듯 맛있어 집니다.
사이즈가 작아서 애들은 각각 두개씩은 먹어요.
이런 비상식량 저장해두고 있으면 뿌듯하지요. ^^

요즘 큰아이네는 주마다 야외활동이 있네요. 요건 어린이집 보낸 도시락 간식.
계란과자인데요, 레서피는 역시 베이킹스쿨 가면 있습니다.
파는 계란과자보다 훨씬 부드러워요.
작은아이가 아주 좋아하네요.

아침으로는 빵을 자주 먹기 때문에 과자를 구워도 또 빵은 맨날 또 구워놓습니다.
요건 집에 먹다남은 선식이 있길래 잡곡 식빵 레서피에서 잡곡 대신 선식을 넣었어요.
요거 말이지요, 완전 대박이네요.
선식이 원래 무지 곱고 부드럽잖아요. 그래서 식빵도 멀티그레인 넣은것보다 훨씬 부드럽고 고소해요.

크림치즈랑 잼을 바른 빵으로 한끼 때우립니다. 옆에는 다방커피식 냉커피요.
요즘 약아져서 식빵 믹스 미리 만들어 둡니다.
맨날 만드는 빵.. 요새 거의 비슷해서요.
이 빵 저빵 다 만들어 봤는데, 역시 식구들 제일 잘먹는것은 보드라운 식빵이더라는...
그래서 물과 버터 빼고 밀가루에 설탕, 소금 등을 계량해서 비닐 봉다리 봉다리 담아 둡니다.
인스턴트 드라이 이스트 쓰는 분이라면 이스트도 함께 섞어두면 되요.
한봉다리 꺼내서 믹싱기에 휙 붓고, 물만 부으면 바로 반죽 들어갑니다.
반죽이야 반죽기가 하는거고, 실온 발효하고, 대충 꺼내서 모양잡아 틀에 담아주는 수고만 하면 식빵쯤은 거뜬히 만들수 있지요.

식빵만 만들다가 질릴때쯤 가끔 이런것도 한번씩 만들어 줍니다.
할라빵 레서피는 검색하여 보시면 나오구요..
사실 빵 레서피는 다 거기서 거기라 식빵 반죽으로 모양만 이렇게 만든다고 해서 안될것도 없습니다.
아래는 네가닥으로 땋았구요, 위에다 조금 작게 세가닥으로 땋은것을 이층으로 쌓아서 만듭니다.
저는 요빵으로는 크림치즈 발라서 먹는거 제일 좋아하구요, 애들은 버터 발라서 토스트 하는것을 제일 잘 먹네요.
남편 아침으로 빵 두쪽에 계란 후라이 하나, 토마토 반개, 우유 한컵 따라 주고요,
애들은 빵 한쪽에 계란 반개씩, 토마토 대신 달콤한 사과 한쪽씩 주어요.
아침 차리는데 5분이면 됩니다.

요렇게 생긴 파이 많이 보셨지요??
안에다 초코 푸딩 필링을 채우고 위에는 생크림 토핑을 얹었어요.
파이는 거의 1년에 한두번 밖에 안만들게 되는데, 아무래도 칼로리가 높아서 말이지요.
그리고 식구들은 거의 안먹고 파이는 오직 저만 먹게 되거든요.
너무너무 단게 먹고 싶어서 어제 만든거예요.

제가 가진책에 나온 제목으로는 chocolate dream pie인데, 비슷한 버전이 제가 알고 있는것만 대여섯가지가 있습니다.
보편적으로는 초콜릿 푸딩파이 정도로 통하는것 같아요.
여러 책에 많이 나오는걸 봐서 우리나라에서는 좀 생소하지만 구미에서는 흔한거 같습니다.
이번에 제가 만든것은 안에 초콜릿 푸딩을 만든다음 크림 치즈를 섞었는데,
그냥 초콜릿 푸딩만 채운게 가장 기본이 되는 거구요,
안에다 견과류를 섞기도 하고 위에 생크림 대신 치즈 크림을 얹기도 하고.. 등등 그렇더라구요.
만들기가 쉬워요.
파이지를 먼저 만드시는데요,
굳이 초코 파이지로 안하시고 보통 쓰는 레서피로 하셔도 되구요, 쿠키 갈아서 대신 하셔도 되요.
요새 파는 과자 못믿어서 저는 다 만들었습니다.
저는 중력 한컵+1/4컵에다 코코아 가루 2큰술, 설탕 2큰술, 소금 반작은술 섞고요,
차가운 버터 6큰술 넣고 푸드 프로세서에다 순간 동작으로 드르륵 드르륵 서너번 하고요,
여기다 계란 흰자 1개 분하고 바닐라 에센스 조금 넣고 또 몇번 돌려서 뭉쳤지요.
비닐 봉다리에 뭉쳐서 냉장고에 한 30분 두었다가 꺼내서 파이지에 밀어 올리는데, 원래 9인치 정도에 하면 딱 맞는 분량이고요, 저는 틀이 좀 작아서 반죽이 좀 남았네요.
포크로 위에다 마구 찍어서 공기구멍 만드시고요, 요걸 250도에서 11분 내지 15분 정도 구우면 되요.
(구울때 들뜨지 않게 위에다 유산지 한겹 깔고 돌이나 콩이나 무거운거 조금 깔으셔야 해요.)
필링은요,
냄비에다가 설탕 4큰술, 전분4큰술, 소금 조금 넣고요, 우유 한컵하고 계란 노른자 2개를 섞어서 확 부어요.
중불에다가 저으면서 가열하는데, 금방 끓으면서 되직해져요.
그러면 불 끄고 초코칩 한컵 넣고요, 잘 녹이시고요,
아직 따뜻할때 크림 치즈 반팩(통에 든거 한팩이 200그람짜리니까 반이면 100그람 되겠네요. 저는 대충 눈대중으로...) 넣고 주걱으로 잘 섞어 주세요.
구워둔 파이지에 필리을 채우고 냉장고에서 한시간 정도 식힌다음에, 생크림 한컵 내지 한컵 반을 휘핑해서 위에다 올려요.
베리나 체리같은게 아주 잘 어울리니까 장식으로 조금 올리셔도 되고요, 저는 초콜릿 조금 긁어서 올렸지만요,

냉장고에서 하룻밤 정도 팍 묵혔다가 완전히 차게 되었을때 먹으면 맛있어요.

잠이 조금 부족했는지 오후 내내 머리가 아파 저녁 준비하다 말고 소파에 길게 누웠어요.
큰아이가 오더니 엄마 머리 아파? 그러면서 고사리 같은 손을 제 이마에 대더니,
아픔아 아픔아 물러가거라~ 하면서 노래를 불러주어요.
시키지도 않았는데 약서랍을 열어서 게보린 한알을 꺼내 물과 함께 가져다 주고는 이마에다 뽀뽀도 쪽!!
아빠를 닮아서 애어른 같은 게 좀 있는 넘이랍니다.
눈을 지그시 감고 있으려니까 또 누가 와서 뽀뽀를 하네요. 살짝 들여다 봤더니 작은넘이 싱긋 웃어요.
아, 그래 너도 있었지, 그래그래...
요즘 저는 참 좋아요.
처음 엄마가 되었을때 죽을만치 힘들었던 때가 있었던거 같아요.
언제 이 짓이 끝나나, 날짜만 세고 있었지요.
결국 육아는 끝이란건 없다는...
엄마란, 한번 되면 평~생 엄마인걸요.
너무 잘하려고 하면 할수록 그 부담에 짓눌려 힘들었던 경험이 있어요.
살림이란 것도, 좋은 엄마가 되려는것 역시 그런거 같습니다.
그냥, 너무.. 잘하려고 안합니다. 뭐든지...
적당히 포기할건 포기하고, 할수 있으면 하고 못하면 말고...
하루하루 열심히 보내는것이 최선인거 같아요.
그저 돌아보면 아이들은 훌쩍 이만큼씩 커있습니다.
내 품안에 폭 안겨 젖을 빨던 그 아이는 어디로 갔는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