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니가 얼마 전에 베란다에서 물이 역류해서 쌀자루가 다 젖는 바람에 쌀이 못쓰게 되었다고 속상해 하길래, 그 쌀을 가져다 달라고 했어요.
어차피 조만간 조청을 만들 생각이었기 때문에 기왕이면 맛없는 쌀 소비도 해줄겸 해서 넉넉하게 얻어다가 만들기로 했지요. 하여간 저도 참 일 벌리는재주가 있습니다. ^^
조청은 작년에 한번 만들었었고, 올해가 두번째입니다.
시어머니께 전수받은 고추장을 담그려면 꼭 조청이 넉넉하게 들어가야 하는데,
시중에서 <100% 쌀조청>이라고 써 있는걸 사다 썼는데도 너무 달았어요.
조청때문에 고추장도 달아지는것 같아 직접 만들어 쓰기로 했지요.
예전에 할머니가 살아계실때, 해마다 겨울이면 시골에서 가마솥에 한솥씩 끓여다 주시던 쌀엿이 생각납니다.
집에서 조청을 끓여보면 시중에서 파는것중 진짜로 믿을만한 100%는 아마도 없는것이 아닐까.. 그런 의심을 하게되요.
왜 그렇게 달디단지... 설탕을 넣지 않고서야 그렇게 달게 된다니.. 의심을 할수 밖에 없는거죠.
자, 지금부터 조청 만들기를 시작합니다. ^^
먼저 전기밥솥에 밥을 합니다.
쌀이 상태가 너무 안좋았습니다. 젖었다 말랐다를 했던거라..
쌀이 죄다 부스러져서, 밥이라기 보다는 거의 죽에 가까운 형상...ㅠ.ㅠ;;;
뭐 그래도 상관없습니다. 오늘 만들것은 식혜가 아니라 조청이니깐요.
이렇게 10인분 밥솥으로 두솥 가득... 하고도 +a..를 처리 해야 합니다. 헉!
뜨거운 밥을 큰 곰솥에 퍼다 담고(양이 많아서 전기밥솥으로는 해결이 안되요.) 찬물을 적당히 붓습니다.
양이 정해진것은 아니나 굳이 많이 부을 필요는 없고 쌀이 푹 잠길정도를 봐서 잡으면 됩니다.
여기에 엿기름 한봉다리를 후루룩~ 털어 줍니다.
(밥 10공기에...사용한 엿기름 봉지를 보니 500그람짜리더군요.. 그거 한봉지 다.. 밥 비율대 엿기름 양을 가지고 너무 연연해 하실 필요는 없어요. 경험상 식혜만들때나 조청 끓일때나 엿기름 좀 아낀다고 덜 넣어도 크게 문제되지는 않고요, 조금 더 넣어도 또 별 큰 문제가 안생겨요.)
식혜 만드는 것이 아니니 굳이 엿기름을 따로 빨아서 건져서 하는 수고를 할 필요가 없습니다. 나중에 밥알과 엿기름 건지는 다 걸러 내게 되거든요.
뜨거운 밥+찬물이 섞여 온도가 미지근해지면, 주걱으로 밥알을 잘 해쳐?? 놔야 합니다. 그래야 엿기름 물이 고루 들어서 고루 삭게 되요.
저는 손 깨끗이 씻고 손을 푹 담가서 비볐어요. 가장 확실한 방법이니깐요..
다 잘 섞이면 요대로 따뜻한 곳에서 식혜밥 삭히듯 두시면 되요. 한..5시간에서 8시간정도 걸리지요.
전기압력솥에서 하면 온도가 너무 뜨거워서 실패하기 일쑤예요. 일반 전기밥솥이 있으면 거기다 하면 되고요,
저는 가스오븐에 넣어두고 발효모드로 5시간을 삭혔습니다....
보통 식헤 할때처럼 밥알이 열댓개쯤 떠오를때 꺼내면 딱 좋아요.
그러나 저는 거의 밥알이 뭉개졌기 때문에 떠오르는걸로 알수가 없었습니다.
그럴때는 이렇게 하시면 됩니다. 밥알을 한두개쯤 검지손가락위에 올리고 엄지손가락으로 살짝 문질러 보세요.
미끈거리면서 흩어져 버리면 덜 삭은 겁니다. 물에 젖은 휴지마냥 또르르 말리면 잘 삭은 겁니다.
얘는 또르르 말린 상태. ^^
체반에 베보자기 하나 깔고 건더기를 걸러 냅니다. 건더기에 국물 하나 없게 꼭꼭 힘주어 짜주세요. 국물이 중요한거니깐요.
이렇게 건더기와 국물 분리...
뒤에 있는 솥의 국물은 하얀색입니다. 끓이면 색이 점점 진해질껍니다.
엿기름과 함께 섬유질만 남은 쌀찌꺼기는 버리면 됩니다.
펄펄 끓이기.
사진상태가 안좋지만 색이 더 짙어진건 보이시죠??
처음에 센불로 놓고 끓기 시작할때 거품이 일면서 자칫 잘못하면 확 넘어요.
거품 한번 걷어내고 중불로 줄여서 그냥 끓였어요.
이정도까지 졸였습니다.
반찬 만들때나 그럴때 넣기 좋으려면 농도가 좀 훌훌 해야 좋거든요.
대신 덜 달아요.
여기서 조금 더 졸이면 엿이 되는거예요.
똑같은 과정을 이틀에 걸처 두번 반복해서 이렇게 두통이 나왔네요.
반찬에도 넣고 고추장에도 넣고... 울 큰넘처럼 숟가락으로 퍽퍽 퍼먹기도 하고...ㅎㅎㅎㅎ *^^*
쭈욱~~ 늘어지는 조청...맛있습니다....자칫 정신줄 놓고 마구 퍼먹게 생겼어요...
이건 두번째 만든건데, 먼저 만든것보다 자칫 조금 더 졸여져서 농도가 되졌어요.
반찬 만들기에는 요것보다 조금 더 묽어야 좋습니다.
처음껀 딱 맞았는데 언니가 들고갔네요.ㅠ.ㅠ;;;
만들어보면, 파는 조청을 안사먹고 싶어질겁니다.
저건 다 가짜야!!라고 말하고 싶어지는거죠..
시중것보다 덜 달면서도 깊은맛.. 혀에 너무 쩍 달라붙지않는 깔끔한 그런 감촉... 그런게 있습니다.
이틀 죽어라 고생해서 나온 것치고는 허무한 양입니다.
그나마 홀랑 언니 한통 집어주고 나니 아.. 나 왜 이리 소득없이 사서 고생하고 사는거냐?? 뭐 그런 기분도 살짝...ㅎㅎㅎ
그래도 맛있어서.. 그나마 다행이지요.ㅋ
저... 왜 이러고 살까요?? ㅡ.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