으슬으슬 추운 것도 아니면서 왠지 움츠려드는 날씨가 연속이다.
뭘 먹나 궁리하다. 갑자기 생각난 여름 음식들, 호박잎, 고구마줄기, 쑥갓버무리, 곤드레 밥, 깻잎볶음.
움츠렸던 몸과 마음일랑 한여름 햇살처럼 확 퍼지라고 지난여름 밥상 올립니다.
뜨끈한 된장찌개에 호박잎, 쌈 싸먹어도 맛있고 적셔먹어도 맛있는데...
지난여름 말려 놓은 고구마줄기, 아쉬운 대로 주말엔 불려서 볶아먹기라도 해야겠습니다. 냉이, 쑥이 마트엔 나왔을 테니, 냉이 쑥국이라도 끓여야겠습니다. 봄을 타는지 축축 쳐지네요. 힘냅시다. 아자~ 힘!!!
싸움 기술
K에게
‘비교하지 말라’는 말을 참 많이도 한 듯하다. 사람들은 살면서 알면서 또는 자신도 모르게 참 많은 비교를 한다. 이런 버릇은 심지어 다툼에서도 흔히 나타난다. 비교가 자신의 논리와 정당성의 근거를 제시하기 쉽기 때문일 거다.
하지만 K야, 뭔가를 이해하기 위한 비유와 사례를 넘어서는 비교는 다툼에서 특히 삼가야 해야 하는 일이란다. 다툼이란 생활에서 흔히 마주하는 작은 토론이든 말싸움이든, 감정이 상해서 해대는 말이든 모든 인간관계속에서 벌어지는 걸 말한다. “누구도 하는데, 나는 왜 안 돼?” “너도 그랬잖아!” 하는 따위의 감정 들어내기가 대표적일거야.
사람 사이가 마냥 좋고 원만할 수만은 없기에 싸우기도 하고 토라지기도 한다. 하지만 이런 싸움에도 기술이 필요해. 상대를 이기려는 마음만으로, 내 주장을 관철시킬 목적으로 섣부른 비교를 한다면 상대에게 상처를 줄 수 있기 때문이야. 그 상처는 어떻게든 내게도 남는 거란다.
언젠가 ‘누구와도 무엇도 비교하지 말고, 비교로 상처를 받지도 상처를 주지도 말라’고 했던 말 기억하니? 싸움에 있어 비교는, 상처를 주고받는 문제뿐 아니라 다툼이 일어나게 된 원인을 가려버리기도 한다. 문제해결을 어렵게 하는 거지. 있는 그대로 보기에서 멀어지게 만드는 거고. 그래서 더욱 싸울 때 해서는 안 되는 거다. 좀 창피한 예를 들자면, 네가 술 먹고 늦게 들어와 엄마한테 야단맞으며 했던 말 있잖아 “아빠도 늦게 오는데 왜 나한테만 뭐라 해” 이 말이 당장은 상당히 효과적인 대응처럼 보여. 왜냐하면 아빠와 단순 비교로 엄마 말문이 잠깐 막히는 걸 너도 경험했을 테니까. 또, 나름 근거도 있고 잘하면 아빠와 연대할 수도 있는 것 같기도 해. 그런데 문제가 해결되지 않았잖아. 왜냐하면 진짜문제는 술 자체가 아니라, 너의 안전에 관한 걱정이거든. 그럼 걱정은 누가 하는 거니? 엄마가 하는 거지 네가 하는 게 아니잖아. 따라서 엄마의 걱정을 덜어주는 게, 진짜 문제 해결이야. 이런 경우, 네가 술을 안마시거나 엄마를 설득할 뭔가가 필요한데, 아빠와 비교하는 게 어떤 도움이 되겠니? 아빠와 비교한다고 너의 안전이 담보되는 게 아닌데, 엄마 걱정을 덜어 줄 수는 없어. 그저 말싸움에서 이기고 싶은 게 아니라면 섣부른 비교가 문제 해결에 전혀 도움도 되지 않는다는 거 이해 할 수 있니? 게다가 너의 비교로, 내가 행여 참담해 한다거나 엄마로부터 “당신 때문에 제가 그렇잖아!” 하는 원망을 듣는다면 어떻게 될까? 또 2차 3차의 문제를 만든 게 되겠지.
토론 자세든 싸움 기술이든 대화법이든 뭐라 부른 든 네가 꼭 익혔으면 하는 자세란다. 비교하며 대화하지 않기. 비교는 오직 실체에 접근하기 위해, 이해를 돕기 위해서만 상상하기. 특히 순간을 모면하기 위해 싶게 내뱉지 말기. 그럴 때 너의 설득력은 훨씬 빛을 발할 거다.
사랑하는 딸,
오늘도 행복하렴
** 앗 사진이 일부 사라졌네요. 업로드되어 있긴 한데 보이지 않아요
제가 뭔가를 잘못 클릭한듯 한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