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에게
개학이구나! 날이 흐린 게 을씨년스럽다. 이왕이면 화창했으면 좋으련만.
이런 날일수록 옷 든든히 입고 감기 조심해야 한다.
봄이 온다하지만 3월은 아직 오락가락 할 때니 둔하고 귀찮더라도 조금 두툼하게 입거라.
기숙사 생활은 어떠니? 4명이나 함께 있으니 불편하지는 않니?
연휴 내내 친구들 만났다는 얘기는 들었다.
“너무 늦게 입사(入舍)시간까지 놀지는 말고 적절하게…….
술은 천천히 마시고, 끼니 거르지 말고, 돈 없다고 패스트푸드로 때우지 말고,
밤엔 엄마한테 꼭 문자나 전화하고” 자꾸 잔소리만 는다.
어젠 교보문고 책 보러 갔다가 책을 한권 샀다.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이다.
그저 우연인 듯 묘하게 이어지는 인연에 관한 소설 같지만 삶을 대하는 태도, 현재라는 시공간을 받아들이는 자세에 관한 이야기로 읽혔다. 술술 읽히기도 하고 요즘 일본의 트렌드인지, 우리 사회의 어떤 현상의 반영인지, 이런 유의 일본 소설책이 많더구나. 새 학기 정신없는 시간이긴 할 텐데, 그래도 놓치지 말고 읽어보렴. 지난 번 준 ‘습관의 힘’은 읽었니? 아직이면 이번 주말 집에 왔을 때 가져가 읽어보렴.
이번에 네게 선물할 책은 또 있다. ‘고민하는 힘’의 저자 강상중의 ‘살아야 하는 이유’다. 아마도 작년 일본 대지진 이후 일본 사회에 대한 반영인 듯한데, 우리가 알고 있는, 추구하는 행복이 어떻게 만들어졌는지 묻고 답하는 걸로 시작한다. K야, 사람은 누구나 행복과 자유를 바라지만 이것 때문에 사는 걸까? 행복과 자유가 인생의 목표일까? 저자를 따라가 보렴.
이 책에서도 마지막은 ‘태도’의 가치를 말한다. 삶을 대하는 태도는 문득문득 왜 모든 걸 원점으로, 개인적인 것으로 돌려놓는 것처럼 보일까? 마치 종교처럼 느껴지는 걸까? 이런 생각도 곁들이며 저자를 따라가 보렴.
네 나이 때, 아니 네가 태어나고도 한창을 나는 ‘자기계발서’라는 걸 외면하고 살았다. 왠지 진정보다는 술수처럼 느껴졌었거든. 마치 화려한 포장술 같았다고나 할까. 요즘은 참 용감할 만큼 오만하고 어리석었다는 반성을 한다. ‘습관의 힘’은 습관이 어떻게 만들어지고 왜 쉽게 고쳐지지 않는지 실험과 조사 과학이라는 이름으로 설명한다. 과거에 만들어졌지만 지금 나타나고 있는 현재성을 증명하고 고쳐지는 듯해도 일정한 스트레스 상태에서 다시 물거품이 되는 습관에 대해 설명한다. 이 책을 보며 습관에 대해 통찰이 있길 바라지만 그보다 넘쳐나는 자기계발서도 철학이 있고 사유의 깊이가 있음을 알고 이를 가릴 줄 아는 눈을 뜨는 계기가 되길 바라는 마음으로 선물했다는 걸 알아주렴.
얼마나 자주 집에 올지는 모르지만, 이런 책 얘기가 주말이면 자연스럽게 흘러나오길 바래본다. ‘유신을 말하다’까지 4권의 책을 올 봄 딸에게 줄 목록으로 추리고 습관, 태도, 인연이란 키워드로 이 책들을 다시 훑어보았다.
세월의 터울이라는 게 있어, 아무리 ‘지금 알고 있는 걸 그때 알았더라면’ 하며 아쉬워한들 그땐 결코 알 수도 이해할 수도 없는 것들이 있다고 해. 대표적인 게 부모의 잔소리지. ‘요즘 같은 날씨에 옷 든든히 입어라.’ ‘공부는 체력이다 밥 잘 챙겨먹어라.’ ‘크던 작던 습관이 중요하다. 운동해라.’ 네게 하는 이런 잔소리들 사실 예전에 할머니한테 충분히 들었단다. 하다못해 ‘술은 천천히 마셔라’ 이것도 할아버지한테 야단맞았던 내용이다. 그 땐 몰랐었어. 아니 이해 못했지. 그 분들의 삶을 몰랐고 이해 못했고 동경하지 않아서 일거야.
K야, 3월말쯤 네가 중간고사로 바빠지기 전에 태도와 습관과 인연으로 비벼지는 삶에 대해 술잔기울이며 얘기해보고 싶다는 욕심을 내본다. 치맥 쏠게 ㅋㅋ
“인생이란 인생이 던지는 물음에 하나하나 답해가는 것이고, 행복이라는 것은 그것에 다 답했을 때의 결과에 지나지 않는 것이고. 행복은 인생 목적이 아니고, 목적으로 구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행복이나 미래를 추구하기보다 좋은 과거를 축적해가면서 살아가는 것, 과거의 축적이 그 사람의 인생이고 지금을 소중히 하며 좋은 과거를 만드는 것이 인생을 소중히 하는 태도”라고 말하는 강상중의 말을 인용하며 이만 줄인다.
오늘도 행복하렴!!
오늘은 이 말을 생각하고 또 생각해 보길 바란다.
<<인생을 소중히 한다는 것은>>
“좋은 미래를 추구하기보다 좋은 과거를 축적해가는 마음으로 살아가는 것.
두려워할 필요도 없고 기가 죽을 필요도 없이
있는 그대로의 자신으로도 괜찮다는 것.
지금이 괴로워 견딜 수 없어도, 시시한 인생이라 생각되어도,
마침내 인생이 끝나는 1초 전까지 좋은 인생으로 바뀔 가능성이 있다는 것.
특별히 적극적인 일을 할 수 없어도, 특별히 창조적인 일을 할 수 없어도,
지금 거기에 있는 것만으로 당신은 충분히 당신답다는 것.
그러니 녹초가 될 때까지 자신을 찾을 필요 같은 건 없다는 것.
그리고 마음이 명령하는 것을 담담하게 쌓아 나가면
나중에 돌아보았을 때는 저절로 충분히 행복한 인생이 되어 있을 것이라는 것.”
최근 바뀐 일상,
H씨 “아침을 안 먹으니, 너무 한가해서 좋네.”라는 말에,
“그렇지, 아침을 꼭 먹어야 하는 건 아냐. 하루 두 끼가 좋다니까!” 맞장구를 쳤지만. 출근하는데 그냥 넘어갈수 없었다. 계피, 곶감을 넣고 푹 고은 생강차와 삶은 달걀, 삶은 팥으로 차린 아침상. 정작 아침 굶으면 큰일 나는 줄 알던 H씨는 “지금 괜찮은데”하며 계란 하나 작은 통에 담아가고 차 마시는 걸로 끝냈다.
찬밥이 딱 한 그릇 반쯤 있던 날, 그것도 누룽지 포함.
청국장을 국처럼 말아먹는 나는,
청국장 심심하게 끓여 누룽지 밥 말아 먹으며 상에 놓은 무조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