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씨, “K 감기가 심하데요?”
나, “왜요? 어젠 멀쩡했잖아, 옷 좀 두껍게 입고 다니라고 하지…….”
심상하게 대답하고 돌아서는데, H씨 “이리 와 봐요.”하고 부른다.
“기숙사가 그렇게 따뜻하지는 않나 봐, 첫날부터 침대매트가 차갑다고 했어, 2층이잖아. 그래서 두꺼운 매트커버라도 가져다주려고. 서울 갈 일 없어요?” 라고 묻는다.
“가는 거야, 내일 약속이 있긴 한데. 저 이불을 들고 시내 들어갈 수가 있나 버스탈건데. 게다가 K가 이불 가져왔다고 반길지도 알 수 없고…….”
어미와 아비의 차이쯤 될까? 아이 잠자리가 추울까 어떻게든 이불부터 챙겨주려는 어미와 가져가는 방법과 아이가 반길지 여부 따위를 빠르게 계산해서 번거로움을 피해보려는 애비의 속셈이 부딪친 경우일까.
“차 가져가면 안 돼요?”
“퇴근시간에 서울을 차 가지고 들어가라고?”
“하긴 그러네, 그렇다고 버스타고 저걸 들고 가긴 힘들지.”
“꼭 가야 한다면, 못 가져 갈 거야 없지만 지가 알아서 하라고 해. 감기 걸렸으면 알아서 병원가든가 옷이든 이불이든 가지러 집에 오든가 하겠지. 이제 다 컸잖아!!!”
“아~ 쫌! 그러지 말고! 아픈 애한테 꼭! 내가 알아서 할 게. 내일 안 되면 수요일에라도 갔다 와야지.”
이런 얘기가 오갔던 어제 저녁이었다.
오늘 오후 “감기는 어때? 점심은 먹었어?” 문자 보냈지만, 수업중인지 아직 답이 없다. 어쩌나……. ‘좀 일찍 퇴근해서 갔다 와야 하나? 그냥 놔둘까?’ 생각만 많아진다. 동전이라도 던져야겠다.
바람 불고 괜히 움츠려들던 어느 날, 냉장고 뒤져 떡, 시판만두, 버섯 있기에 끓인 떡만두국과 김치 그리고 절임깻잎무침.
작년 여름 처치곤란으로 자라던 깻잎을 소금에 절였었다. 겨울 들어 간간히 절인 깻잎 꺼내 물에 잠시 담갔다가 무쳐도 먹고 볶아도 먹고 물기만 꼭 짜내 쌈으로도 먹는다. 사진은 고추장 약간과 유자청으로 무쳤다.
뜨끈한 들깨감자수제비에 연근초절임, 콩햄
대충 띄운 수제비 모양이 손가락보다 두껍게 보인다. 해도 좋은데 왜 이리 춥게 느껴지는지. 모두 감기 조심하시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