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다 지나가리니……. 이 추위 가면 시나브로 날이 풀리고 꽃도 필거야’
‘그래도 지난번보다 덜 추워 다행이다.’
뭔가 울컥하고 올라오는 걸 마음 한켠으로 밀어내고 지나쳐온 서울시청 앞.
사람들은 희망광장이라 부르더군요. 쌍용차를 비롯한 해고 노동자들의 농성장입니다.
스티로폼 깔고 비닐만 덮고 자야 했던 지난 10일,
11일 추위 때 보다는 1인용 텐트도 쳐지고 상황이 좀 나아진 듯 보이긴 하지만
비닐 천막 뒤로 지어지고 있는 새 청사 건물과 길 건너 ‘국가인권위원회’ 간판은
인권과 노동권에 대한 ‘?’를 찍게 만들더군요.
#2
배추 전에 막걸리 한 잔.
이런저런 얘기들.
비 오던 날 저녁, 후배 집에서 만난 풍경입니다.
희망광장 사람들에게도 이런 풍경이 있어야 하지 않겠습니까?
#3
“간 좀 볼래요?” 하며 H씨가 시금치 무침 하나 집어 입에 넣어줍니다.
“괜찮아. 맛있어요.” 라고 좀 덤덤히 대답했더니,
“아무것도 안하고 해주는 거 먹는 게 젤 맛있지.” 라고 돌아서 H씨 부엌으로 갑니다.
토요일 저녁, 김밥먹자기에
“저녁에 김밥은 부담인데, 엄청 먹을 텐데, 게다가 난 하기 싫은데, 하지만 해주면 먹을 수 있어.” 이런 대답을 했고
H씨 벌떡 일어나 김밥 준비하더군요.
뭐, 어쨌든 저는 H씨 말대로 아무것도 안하고 맛있게 먹게 된 토요일 저녁의 김밥입니다.
싹틔운 현미에 베란다 화분에서 키운 돗나물도 넣은, 봄이 들어 있는 김밥입니다.
사람들과 나누고 싶은 밥입니다.
#4
100일도 안된 아기입니다.
배추 전에 막걸리 한 잔 하던 후배의 아기입니다.
이 도련님 방긋 웃는 사진 한 장 찍겠다고 한 참을 앞에서 재롱떨었지만
어찌나 도도하신지 카메라만 대면 웃음이 짧아지거나 고개를 돌리더군요.
꽃도 그냥 피는 건 아니라고 하더군요.
희망도 그렇게 함께하고 나누는 마음이 있어야 만들어지지 싶습니다.
봄이 들어 있는 김밥,
그래서 꽃이 핀 밥
함께 들어요.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