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늘, 저녁 식사 약속이 있었습니다.
어머니 편찮으셔서, 제 손으로 차릴 수 있는 입장이 못되서, 광화문의 한 식당에 예약까지 했었습니다.
그런데 갑자기 계획이 바뀌었습니다.
어제 시어머니께서 큰 시누이집에 가셨거든요.
근 한달이나 감기 때문에 입원까지 하시고, 고생고생하셔서 그냥 집에 계시면 좋으련만, 바람 쏘이러 나가신다며,
실은...저 숨 좀 쉬라고 하시는 거죠, 입원에, 퇴원후 집에서 간호며, 저 수고 했다고 휴가 주시는 거죠, 압니다,
한달동안 시장도 못갈정도로 어머니께만 매달려있었거든요.
그렇다고는 해도, 어머니가 안 계시다고 해서 영 몸과 마음이 편한 것만은 아닙니다. 워낙 연세가 많으시잖아요.
어쨌거나 어머니께서 주신 시간...잘 써야죠. 벌써 월요일, 화요일, 수요일, 약속 줄줄이 잡는 중입니다. ^^;;
어머니께서 시누이네 가시고 나서,
예약했던 식당 예약 취소하고, 집에서 먹기로 하고, 그때부터 메뉴를 짜고 준비했습니다.

오늘 아침 9시쯤, 코스트코 거쳐서, 연남동 중국재료상, 사러가슈퍼까지 세군데서 장을 봤습니다.
돌아와서는, 채소 밑준비해 놓고,
쓸 그릇 까지 꺼내 봤습니다. 이렇게요.

오늘의 주빈(主賓)이 과일을 무척 좋아합니다.
그래서 샐러드는 과일샐러드를 했습니다.
과일은 사과, 바나나, 파인애플, 키위, 그리고 말린 망고,
소스로 버무리고, 삶은 달걀을 바닥에 깐 다음 과일샐러드를 올렸어요.
샐러드 드레싱은....음, 한상차림의 감자샐러드편에 있는 드레싱인데요,
마요네즈에 연유와 식초 소금 후추를 넣고 다진 오이, 다진 당근, 다진 양파를 넣는 거에요.
맛이..꽤 괜찮아요.
말린 망고는, 다른 과일에서 생길 수 있는 수분을 흡수하라고 넣은건데...
실은 말린 살구를 넣으면 더 맛있는데 살구가 없어서 망고를 넣었는데요, 다들 망고를 젓가락으로 집어들며,
이건 뭐냐고 묻는 거에요.
"망곤데..왜 맛이 없어?"하니까, 맛이 없는 건 아닌데, 뭔지 궁금한 맛이래요. ^^

피단과 새우를 곁들인 해파리냉채를 했어요.
해파리냉채는 제가 즐겨하는 메뉴인데요, 요즘은 좀 자주 안했더랬어요.
오랜만에 하니까 괜찮던데요.
소스는 제가 즐겨 쓰는 다진 마늘, 간장, 식초, 설탕, 참기름, 소금 등을 넣은 마늘 소스를 썼어요.

새우에 베이컨을 말아 오븐에 구웠어요.
꼬치는 짧은 걸로 골라서 하나씩만 끼웠어요.
아, 꼬치는 어제 한번 물에 푹푹 삶아 말려뒀구요.

닭꼬치도 했습니다.
녹차우린물에 양념하는, 제가 즐겨하는 닭꼬치에서 약간 변형해서,
말린 딜도 조금 넣고, 스테이크 시즈닝을 좀 넣어, 서양맛이 좀 나게 바꿔보았어요.
닭꼬치와 새우꼬치는 반으로 칸이 나눠진 접시에 담아냈습니다.
일단 이렇게 먼저 내고, 뜨겁게 먹어야 맛있는 음식은 다음에 냈습니다.
그래서 완전히 차려진 식탁 사진은 없습니다.

차가운 양상치와 함께 먹는 뜨거운 버섯, 버섯샐러드의 묘미지요.
백일송이, 느타리, 양송이, 표고를 볶아서 양상치 위에 얹고 간장소스를 뿌렸어요.

볶음우동은 냉동사누끼우동면 삶고,
양배추, 초록 피망, 붉은 피망, 양파, 당근, 표고, 그리고 새우를 넣고 볶았는데요,
쥐똥고추를 다섯개나 넣어 칼칼하게 했어요.

갈비찜에는 무, 감자, 당근, 밤, 그리고 전복을 넣었습니다.
나름 럭셔리 갈비찜이지요. ^^
케이크에, 찐빵에, 과일에...사진에는 없지만, 디저트까지 빵빵하게 먹어준, 오늘 저녁이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