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다들, 태풍 피해는 없으신지요?
다들, 무고하신지요?
다들, 별 일 없으셔야 할텐데....
태어나서 50여년을 살면서, 이렇게 무서운 새벽도 그리 많지 않았던 것 같아요.
새벽 5시반에, 저희 아파트 무너지는 줄 알고 잠에 깨어났더랬습니다.
거의 두시간동안 바람소리 창문소리가 어찌나 무서운지..
우리집 문짝이 떨어져서 마당에 세워져있는 다른 집 차위로 떨어지면 어쩌나,
영화해서 봤던 대로 아파트가 쩍쩍 갈라지면 어쩌나...
정말 노심초사했답니다.
아침에는 태풍 때문에 있는 기운 없는 기운 다 빼고,
낮에는 오늘 꼭 사야할 물건들이 있어서, 종로로, 명동으로, 논현동으로 돌아다녔더니,
완전 그로기상태입니다.
저녁은 뭘 먹어야할지...
kimys는 나가먹자고 하는데, 나가 먹을 기운도 없었습니다.
이때 반짝 하고 떠오르는 생각!
냉동실에 시판 물만두가 한봉지 있었어요.
고기 육수 내려면 또 양지머리 해동하고 어쩌고, 시간도 없고 해서,
마른 새우, 디포리, 멸치, 표고버섯 등을 넣고 육수를 진하게 냈습니다.
이 육수에 냉장고에 있는 대로 새송이버섯, 양파, 당근, 파, 마늘, 달걀을 넣어서 만두국을 끓였습니다.
국물이 정말 시원했어요.
울 시어머니, 너무 맛있다고 드셔서...약간은 송구했습니다. 집에 빚은 만두도 아니고, 오직 육수만 낸 건데...
그런데요, 약간 송구하긴 해도, 종종 이렇게 뻔뻔한 저녁상도 차리려고 해요.
식구들에게 말은 안했지만, 제가 딱히 어디가 아픈 건 아닌데, 요즘 컨디션이 바닥입니다.
식구들에게 일부러 아픈 척을 할 필요도 없지만, 없는 기운 있는 척도 하기 싫어서, 대충 살려구요.
그러다보면, 제 컨디션으로 돌아오겠죠, 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