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 참 이상한 징크스가 있는데요,
우리 집 식구들끼리만 밥을 먹을때는 새로 한 반찬이든 먹던 반찬이든 상에 올라가는 반찬 가짓수가 많은데요,
누군가 식구 아닌 사람이 우리 집 식탁에 같이 둘러앉게되는 날엔 이상하게도 반찬이 적은 거에요.
바로, 오늘도 그랬답니다...ㅠㅠ...
오후에 지인 한분이 업무 때문에 저희 집에 오셨더랬어요.
업무 성격상 사무실에서 뵙는 것보다 집에서 만나는 것이 편하고,
집안 식구들도 다 잘 아는 분이라 집에서 뵙게 됐는데요.
업무가 생각보다 길어져서 저녁 준비할 때가 다 된 거에요.
그래서 간다고 하는 지인에게, "저녁 드시고 가세요"하니까,
사양도 하지않고, "그럴까요? 선생님께서 손수 해주시는 밥 한번도 못먹어봤어요." 하는 거에요.
헉, 정말 그런 거 있죠. 오랫동안 알아왔고, 오랫동안 같이 일을 했었는데,
제손으로 따뜻한 밥 한끼 대접하지 못한거 있죠.
그래서,
아일랜드 앞 의자에 앉으시게 하고, 저는 식사준비를 하면서 이런저런 업무 얘기도 하고,
사는 이야기도 하고...
그랬는데...반찬이라고는 딸랑 유린기와 가지찜뿐.
김치와 오이맛고추 무침, 그리고 된장찌개였습니다.

이렇게 접시만 큰 걸 써서, 뭔가 있어 보이나,
실은 그저 그런 유린기 한 접시!
유린기 레시피는 여기 있습니다.
http://www.82cook.com/zb41/zboard.php?id=note&page=1&sn1=&divpage=1&sn=off&ss...
제가 좀 자신있게 만드는 요리중 하나가 유린기인데요,
그 이유는 소스를 끓일 필요 없이 분량을 잘 섞기만 하면 된다는 거.

가지찜은, 저 어렸을 때 친정어머니께서 여름이면 퍽 자주 해주시던 반찬이었습니다.
가지는 너무나 싫었지만,
가지속의 고기만 먹으면 엄마한테 혼나니까, 고기를 먹기 위해서 억지로 가지까지 먹었던,
추억의 음식이지요.
가지를 적당한 크기로 자른 후 +자로 칼집을 내고,
그 속을 고추장으로 간한 돼지고기 다짐육을 채워넣어 찌는 건데요,
엄마께서는 이걸 밥할때 함께 넣어서 쪄주시곤 했었어요.
저는 오늘 전기찜기를 꺼내서 쪘어요.
다른 글의 댓글로도 썼는데요,
이번 부엌을 고치면서 신경을 썼던 것 중 하나가 소형주방가전들을 쓰기 좋게 수납하겠다는 거 였습니다.

수리 하기 전에,
키큰장에 가전제품을 많이 넣어뒀는데, 바로 그앞에 김치냉장고가 버티고 있고,
또 잡동사니를 때려넣었던 바퀴달린 플라스틱 서랍장이 있어서, 쓰고 싶을 때 마음대로 꺼내 쓸 수 없었어요.
이번에 정리를 하면서 바로 이 소형가전들 쓰기 좋게 하려고 그릇장을 두개나 맞췄던 거구요,
그 덕에 100% 만족할 수는 없으나 80%쯤 만족할 수 있을 만큼 소형주방가전들이 정리가 되었습니다.
그 바람에, 믹서든, 전기찜기든, 파니니그릴이든, 마음껏 꺼내쓸 수 있는 거죠.
게다가 전에는 작업대가 비좁아서 어디 뻗쳐놓고 쓸데도 없었는데,
작업공간이 넓으니까 전기찜기 꺼내놓고 써도 다른 일 하는데 아무 지장이 없는 거에요. ^^
더운 여름, 힘들게 부엌 고친거...슬슬 보람이 느껴집니당.
내일이 9월1일 이에요.
지난 7월말부터 8월 내내, 제 생활리듬이 깨져서, 엉망이었는데,
이제 찬바람도 불테고, 정신 좀 바싹 차리고 살아봐야겠어요. 요리도 열심히 하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