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해 보시는 분이 없으셔야할텐데..

집수리를 마치면,
'빠빠빠빠밤~~'하는 귀에 익은 멜로디와 더불어 바뀌어진 저희 집 구석구석을 구경시켜드리려고 했는데,
그게 참 여의치 않게 되었어요.
완전히 정리되려면 앞으로 2주는 걸릴 듯 합니다.
제가 9일날 쓴 희망수첩에, 계산착오가 있었다고 했는데요,
이번에 부엌을 리모델링하면서, 제가 얼마나 형편없는 사람인지 깨달았습니다.
부엌을 정리하면서, 내내 제 자신이 얼마나 한심하던지...
가끔씩 이사를 하면 짐이 준다고들 하더니, 정말 그런가봐요.
이달 말일이면 저희가 이 아파트에 입주한지 만 17년이나 됩니다.
참 오래살았지요. 한군데에서 오래 살다보니, 어쩜 그렇게 쓸데 없는 짐이 많은지...
딸아이 나이와 똑같은 삼십년된 밀폐용기에서 부터,
시중에서 판매되는 음료수의 빈 유리병,
선물용 굴비나 버섯 등을 포장했던 바구니,
고장도 난데다가 고친다해도 100볼트여서 쓸수도 없으나 선물받은 것이라 끼고 있었던 소형가전제품,
다리부러져 못쓰게 된 원목상 등등,
살짝 과장하자면 작은 트럭으로 한차는 버린 것 같아요. ㅠㅠ.
뭐 하나도 버리지 못하는 여자, 바로 접니다. 이번에 여한없이 버렸더니, kimys도 놀라네요.
그렇게 내다버리면서, 아깝기도 하고, 살림을 이렇게 형편없이 한 제 자신이 한심하기도 하구요.

그리고 제 계산착오였던 부분은...바로 수납이었습니다.
참 오만하게도, 자기가 갖고 있는 살림이 얼마나 되는지 가늠도 못한채,
"주방 수납장 만큼 남기고 나머지는 몽땅 버릴꺼야!" 했었으나, 그게 말도 안되는 얘기더라는 겁니다.
먼저 주방에는 폭이 50㎝에 깊이가 70㎝나 되나 키는 천장까지 닿는 수납장 하나,
역시 폭 50㎝에 깊이가 60㎝인 키큰 수납장, 그리고 이보다 덜 깊은 키큰 수납장,
이렇게 천장까지 닿아서 넣어도 넣어도, 또 넣을 수 있는, 블랙홀 같은 수납장이 세개나 있었어요.
짐을 꺼낼 때 이 수납장들에서 온갖 주방용품들이 쏟아져나오는데...정신을 차릴 수 없었습니다.
이런줄도 모르고,
공사시작전에 제가 이번 부엌에서 제일 신경을 쓴 건 깔끔하고 이쁜거였습니다.
예쁜 부엌, 그래서 식사준비할 때 신나는 부엌을 꿈꾸었던 거지요.
그 결과, 그전에는 두사람만 들어가면 엉덩이가 부딪힐 정도 였던 부엌이 서너명이 움직여도 될 정도로,
시원한 부엌이 되었습니다.
또 하나는 일상생활에서 항상 쓰는 식기들이 한자리에 모여있지 않아서,
매일매일 밥상을 차릴 때 쓰고 싶은 그릇을 쓸 수가 없었어요.
그래서 '늘 쓰는 식기들을 편안하게 쓸 수 있게 모아주자' 였습니다.
그리고, 수납장을 깊게하지 말아서,
냄비며 가전제품들을 한줄로 수납, 꺼내 쓰기 쉽게 해야지...였습니다.

이건 아주 성공적입니다.
폭이 40㎝, 깊이가 45㎝인 이번 수납장에는 식기들이 아주 쓰기 좋게 정리가 잘 되었습니다.
요렇게 손이 잘 닿을 수 있는 3칸, 4줄, 모두 12칸에 항상 쓰는 식기들을 수납하였지요.

특히 기분 좋은 건, 늘 가까이 두고 싶은데,
그동안은 수납장에 여유가 없어서, 그릇장에 모셔두고 자주 쓰지 못했던 유기들을 부엌으로 꺼내왔다는 것입니다.
이젠 아주 자주 쓸거에요.

외관상으로는 이렇게 멀쩡히 정리된 듯 하나,
카메라를 살짝 옆으로만 돌리면, 아직도 완전 폭탄입니다.
가전제품들을 하나도 해결하지 못했습니다.
그릇이며 냄비, 쓰려고 남겨둔 밀폐용기 등을 거의다 자리를 잡았고,
냉장고와 냉동고도 모두 설치가 끝났는데요.
(냉동고 유감은 다음번에...^^;;)
소형가전제품들은 하나도 해결하지 못하고, 아일랜드 아래며, 식탁 주변에 널브려져 있습니다.
애초부터, 싱크대 재질로 가전제품용 깊은 수납장을 짰더라면 좋았을텐데,
이렇게나 많을거라는 상상도 못했어요.
깊이 70㎝짜리 키큰장과 메탈랙에 올려놓고 썼던 소형가전을 꺼내는데, 끝도 없더라는...ㅠㅠ....
사정이 이럼에도 불구하고...
부엌을 고치지 전에는 부엌을 고치고나면, 모든 걸 수납장안으로 집어넣고,
싱크대 상판에는 아무것도 올려놓지 말아야지 했으니...ㅠㅠ
결국 문제를 해결하자면 뭐든 때려넣은 수 있는 깊이감이 있는 수납장을 짜넣어여 하는데요,
문제는, 제가 좀 별스러워서,
주방은 모를까, 식탁이 놓여있는 식당까지 싱크대 재질로 수납장을 짜고 싶지는 않았어요.
그래서 가구점에서 키큰 장식장 하나는 구입해서 어제 들여놓았는데, 폭이 좁아서 뭘 하나 제대로 넣을 수가 없었어요.
속상해서 징징거리며, 가구점 사장님께 전화로 사정사정하였습니다.
그래서 가구를 넣었던 그 자리에 가전제품들을 쑥쑥 넣을 수 있는 그릇장을 하나 짜넣기로 하였습니다.
제가 '일하면서 밥해먹기' 인세받은 기념으로 짠 나무색깔의 그릇장을 짠 그 가구공장에서 만들기로 한거지요.
어제 밤늦도록,
가구점 사장님, 가구점 사모님과 통화하고, 이메일 보내고, 팩스 보내고 해서,
제가 생각하는 사이즈를 말씀드렸는데요,
이게 만들어져서 저희 집에 올때까지 꽤 시간이 걸릴 듯합니다.
그때까지 저희집은 여전히 폭탄맞은 집!!
ㅠㅠ, 금요일이면 시누이네 3주나 가 계셨던 시어머니께서 돌아오십니다.
어머니께 말끔한 집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었는데...ㅠㅠ..어림없는 일인가 봅니다.

어쨌든, 오늘부터는 적어도 식생활만큼은 정상적으로 할 수 있을 듯 합니다.
3주나 밥을 안해서 밥하는 거 다 까먹은 것 같고,
반찬은 뭘 해야할 지 머릿속이 하얗지만, 아무튼 예전처럼 먹고 살듯은 합니다.
냉장고 바꾼다고 장을 통 보지 않아서 아무것도 먹을 것이 없는 냉장고 속 좀 채우고,
이제부터 희망수첩에서 음식사진도 보여드릴 수 있을 것 같아요.

저희 부엌이 완전히 정리되면(시간은 좀 걸리겠지만..)
저희 집 구석구석 보여드릴게요.
저희 집이 어떻게 변했는지 궁금하시다면 희망수첩에 자주 들어오셔서 글도 읽어주시고, 댓글도 팍팍 남겨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