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것 저것 떨어진 것들이 꽤 돼서 마트에 갔었습니다.
일산 코스트코에 갔었는데요, 아마 몇달만에 간 것 같아요.
돼지고기 코너에 보니까 전에는 보지 못했는데 오늘은 제주산 흑돈이라고 구이용 삼겹살이 눈에 띄었습니다.
정말 껍질에 거뭇거뭇한 털이 보이는 것이 흑돈이 맞는 것 같은 거에요.
가만 생각해보니, 집에서 삼겹살 구워 먹는 것이 언제적인지...기억도 나질 않는 것에요, 그렇게 자주 구워먹는 집에서.
삼겹살 구워먹겠다고 흑돈을 집어드는 스스로에게,
'그래, 이제 정신 좀 차렸구나, 삼겹살이 눈에 보이니.. ' 싶었습니다.
집수리 한다고, 정리한다고, 살림을 제대로 하지 못했더랬습니다.
솔직히 밥을 끓여먹기는 하였으나, 대강대충 끼니만 때우는 수준에 불과했던 거죠.
오늘도 별로 나을 것은 없습니다.
그러나 적응기라 스스로 변명을 하고 있는 중입니다.
오늘보다는 내일, 내일보다는 모레, 더 먹을만한 밥상을 차려낼거라고...
오늘의 메뉴는 파무침에 삼겹살구이,
김치와 열무김치,
원주 고기 넣어 끓인 콩나물국과 콩나물 무침, 그리고 조기찜.
(저희 집의 경우 쇠고기는 딱 두가지입니다.
한우와 수입고기가 아니라, 원주 고기와 원주 고기가 아닌 것.
다른 댁에서는 어떤 지 모르겠는데요, 저희 집에서는 식구들이 기막히게 압니다.
쇠고기 다져서 볶은 것 한조각을 먹어도, 국 국물 한숟갈을 떠먹어도... )
삼겹살은 다용도실로 옮겨 단 가스불에서 구웠더니,
식당 바닥도 더럽히지 않고 냄새도 안배고...좋으네요.
다용도실에 가스를 다느라 설치비를 거금 15만원이나 냈는데...써보니, 15만원이 안아깝습니다.
아, 가장 중요한 삼겹살 맛 얘기를 안했네요.
강추입니다, 특히 껍질이 쫀득쫀득 맛있습니다.

냉동고에서 꺼내두었던 양지머리의 핏물을 빼고,
센불에서 팔팔 끓여 거품을 걷어내가며 콩나물국을 끓이다가 문득 부엌을 보니,
부엌이 너무 이쁜 거에요.
노랑과 연두의 조리도구통과 냄비가, 새로 바른 타일과 세트처럼 어울리고..
그래서 밥하다 말고, 한커트 찍어봤습니당. ^^

밥 다 먹고 설거지하면서, 조리도구들 정열방식이 맘에 들지 않아서,
다시 꽂아주고...
막쓰는 믹싱볼들도 다시 정리해서 넣어주고..
지금 일상적인 식사에 많이 쓰는 생활식기만 제대로 되어있을뿐,
볼이나 냄비, 프라이팬류를 다시한번 정렬해야합니다.
손에 착착 붙게 정리하려면, 끝도 없습니다.
또 키작은 서랍장의 서랍 5개, 원목그릇장의 서랍 5개, 새로짠 그릇장의 서랍 2개,
창가에 있는 캘빈 그릇장의 서랍 한개,
싱크대의 서랍7개,
도합 스무개의 서랍도 정리해야하고...할 일이 태산인데...지금 자꾸 눈꺼풀이 무겁게 내려앉네요.
에라 모르겠다, 서랍의 내용물은 밖에서 안보이니까, 담에 하고,
일단 지금은 자자!
정리 마쳤다고 긴장이 풀린 탓인지, 자꾸 졸립고, 하품만 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