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집수리를 시작하면서,
참 우습게도, 저는 별로 할 일이 없을 줄 알았어요.
집수리는 기술자 아저씨들이 하는 거고, 저는 볼 일 보러다니고, 지인들 만나서 근사하게 밥먹고,
할 때가 지나서 확 풀어져버린 퍼머도 하고, 그러고 살줄 알았던거죠.
그랬는데..웬 걸... 집수리 내내 얼굴에 화장도 한번 제대로 못했습니다.
(그 결과, 지금 얼굴이 엉망입니다..ㅠㅠ...)
어제, 정리는 접어두고, 퍼머를 하러 갔더랬습니다.
기록을 보니, 지난 3월에 하고 안했다네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제가 원래 곱슬머리인지라, 아주 컬이 없지는 않았어요.
(저 같은 사람만 있다면 미용실 경영에 상당히 지장이 있을 듯..^^)
일요일에는 단정하게 하고 나가야할 약속도 있고 해서, 비가 오는 와중에도 퍼머를 했습니다.
7월달부터 해야지 해야지 벼르고만 있던터라, 머리가 거의 단발로 자랐고,
머리를 많이 자르지 않은 상태에서 퍼머를 했더니, 이전의 헤어스타일과는 약간 다른 느낌!
머리 하고 기분이 좋아져서 집에 돌아와,
전날 밤 재워두었던 돼지고추장불고기 굽고,
된장찌개 끓이고, 호박 양파 채썰어 넣고 부침개도 한장 부쳤습니다.
된장찌개에 얼려둔 바지락이라도 좀 넣었으면 좋았을텐데..생각도 못했습니다.
아직도 요리에 관해서는 머릿속이 하얀상태인듯.

어제 하루 집안 정리하지 않고 놀았길래, 오늘은 아침부터 좀 극썽을 떨었습니다.
지난번에 후배가 정리해서 넣어준 다용도실의 식품수납장을 정리해줬지요.
후배가 처음부터 자리를 잘 잡아줘서, 크게 바꾼 건 아니지만,
그래도 수납장 선반의 높이 조정해 가면서, 잘 정렬해서 넣었습니다.
다용도실 정리는 이제 끝!
부엌에서 쓰는 양념도 정리했어요.
그런데...집수리 전, 거의 모든 양념을 작업대에 내려놓은 상태로 쭉 늘어놓고 쓰던 것에 비하면,
많이 불편합니다. 다 집어넣고 쓰는 것이.
그래도, 한번 그래 보려고 합니다.
작업대 위에는 조리도구통들과 전기주전자, 커피머신, 정수기, 그리고 식기건조대 정도만 올려놓고 살아볼까 하는데요..
잘 되려는지...^^;;

다용도실 정리하면서, 무청시래기도 불렸습니다.
무청시래기, 하나로에서 사다 먹는 건 맛있는데,
오늘 불린 시래기는 어느 식당에서, 영농후계자가 재배해서 파는 거라고 해서 산 건데요,
맛이 하나로에서 파는 것만 못합니다.
일단 찬물에 불린 후 가스불에서 1시간30분동안 삶았습니다.
물을 갈아줘 가며 찬물에 담갔다가, 물기를 꼭 짠 후 된장, 조선간장, 마늘, 들기름, 들깨가루에 조물조물 무쳐뒀다가,
찬물 붓고 국물이 자작자작해질때까지 약한불에 끓였습니다.
그랬더니, 제법 맛이 괜찮네요.

닭날개에 허브솔트로 밑간해서 냉장고에 두었다가.
다시 마른 녹말가루를 충분히 뿌린 후 약 10분 정도 놔뒀다가 2번 튀겨냈는데요,
이건 정말 제가 튀겼어도 정말 맛있는 거에요.
거죽이 바삭바삭 맛있으니까, 생전 그런 거 안묻는 우리집 식구들 튀김옷이 뭐냐고 묻네요.
달랑 마른 녹말가루 뿐인데..
집에서 밥을 먹으니, 이제 살만합니다.
외식할때, 정말 별별거 다 먹었습니다.
불갈비, 회,순대국, 칼국수, 막국수, 한정식, 호텔 조식, 탕수육과 짬뽕 등등....
그래도, 뭐니뭐니해도 역시 집에서 먹는 밥이 최곱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