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침에...친정어머니께서 전화를 하셨습니다.
"아직 집에서 밥 못해먹지??"
"아뇨, 오늘 저녁부터 해먹으려고 해요. 왜요?"
"연한 열무로 김치 담아놓았는데, 밥 해먹을 수 있으면 갖다 주려구"
"무거운 김치를 들고 어떻게...제가 갈게요"
"아니다, 내가 들고 갈게, 넌 정리해."
얼마후 이제 팔십을 바라보는, 제 노모(老母)께서 김치통을 들고, 땀을 뻘뻘 흘리며 들어서시는게 아니겠어요?
"아이구, 이렇게 무거운데...내가 잠깐 가면 될껄.."
"아니다, 전철 타고 왔는데, 들고 올만 하더라.. 허긴 지하철에서 내려서 너희집쪽 출구는 계단이길래, 잠깐 나오라고 하려고 보니, 핸드폰도 두고, 마침 동전도 없고..그래도 괜찮다 올만하더라"
딸이 부엌도 고치고, 냉장고에 냉동고에 모두 바꿨다고 하니 궁금하셨던 모양입니다.
그 무거운 열무김치 한통을 들고 오셔서, 잠깐 계시다 가셨습니다.
엄마가 주신 열무김치도 있겠다, 저녁에 또 외식해야하는 거 아니냐는 kimys에게,
"열무김치 해서, 오늘 저녁부터 집 밥 먹읍시다!" 했습니다.
그래놓고 보니 정말 집에 아무 것도 없어서, 잠시 마트에 다녀왔어요.
집수리도 수리지만, 냉장고 바꾸려면 냉장고 비우는 것이 좋다고, 아무것도 사다 넣지 않았거든요.
저녁시간이기도 했지만, 마트에 사람이 얼마나 많은지....
그동안 제일 굶주렸던 것이 과일인지라, 수박, 참외, 복숭아 정신 없이 담고,
고추장불고기용 돼지고기, 튀김용 닭날개, 섭산적용 쇠고기 다짐육도 카트에 넣었습니다.
돌아와서 냉장고를 채우는데 어찌나 뿌듯한지요.
게다가, 제 새 냉장고, 선반이 접혀서 수박이 통째로 들어갑니당~ 자랑입니당~
장보고 돌아와보니, 길도 막혀서 오후 6시30분도 넘어서 귀가했습니다.
그때부터 부랴부랴 준비해서 8시나 다 되어서 밥을 먹었답니다.
한건 아무 것도 없는데,
장본 거 냉장고안에 넣어주고, 마늘 다듬어서 다지고, 파도 다지고,이렇게 밑준비를 하다보니,
시간이 다 간거 있죠?
고기반찬은 아무 것도 못하고,
그저 오이맛 고추 송송 썰어서 된장에 무치고,
오랜만에 맛살과 어묵, 오이와 붉은양파를 넣은 어묵샐러드 하고,
굴비 굽고,
김치, 열무김치, 김, 그리고 뭇국해서 저녁을 먹었는데요, 그동안 요리를 오래 쉬긴했나봐요, 일에 두서가 없어요.ㅠㅠ
부엌을 바꾸고,
즐겨쓰는 도구들의 위치가 많이 바뀌었고,
또 작업대도 달라져서, 적응하는데 시간이 꽤 필요하겠다 싶었는데, 의외로 쉽게 적응이 되네요.
게다가, 새로 길게 뽑은 아일랜드가 생각보다 더 커서, 식사준비하는데 꽤 편했습니다.
아닌게 아니라, 부엌을 고치기 전에는 그리 좁은 부엌도 아니었으나 싱크대 상판위로 이것저것 올라와 있는 것들이 너무 많아서,
실제로 음식을 만들 수 있는 작업대의 길이는 1미터 정도에 불과했는데,
고치고난 후에는 개수대쪽에도 80㎝ 정도의 작업공간이 나오고, 아일랜드 쪽에도 2m 정도의 공간이 나와서,
아주 넉넉한거에요.
이 병렬형 작업대가, ㄱ자형 작업대보다 불편할 수도 있는데,
일단 길이가 넉넉하게 나와주니까, 꽤 괜찮은 것 같아요.
무엇보다 좋은 건 거실을 바라보면서 식사준비할 수 있다는 거!!
하루 살아봤는데...배치를 바꿔야할 것이 슬슬 나타나기 시작합니다.
다음주. 새로 맞춘 주방가전용 정리장이 들어오면 다시한번 정리해서, 더 편하게 쓸 수 있도록 세팅해야할 것같아요.
그렇게 되면 제 부엌을 더 사랑하게 되어, 부엌에서 아주 살게 될지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