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보통은,
외출에서 돌아오는 길에,
머릿속으로 '아, 집에 가서 저녁 반찬으로는 이렇게 이렇게 해야겠다'하는 계산을 합니다.
마구, 머리를 굴리다 딱 막히는 재료가 있으면 사들고 들어와, 어찌어찌 밥상을 차려내는 거죠.
그런데, 아무래도 무더위 때문에 뇌가 다 증발해버렸나봐요.
머릿 속이 하얀 것이, 아무 생각도 없는 거에요.
헐레벌떡 귀가하기는 했는데, 뭘로 밥상을 차려야할지 너무 막막한 거 있죠?!
생각을 마구 가다듬어, 일단 꽁치통조림 하나 꺼냈습니다.
김치찌개하면, 매일만 아니라면, 적당히 상에 올리는 간격만 조절하면 우리 집에서는 항상 통하는 메뉴입니다.
썰어놓은 김장김치 넣고 꽁치통조림 넣고 찌개를 했습니다.
그리고 또 뭘 해야하지?? 생각을 가다듬어보니, 냉동실의 고등어가 생각났습니다.
얼른 그릴의 불부터 켜고 그릴을 충분히 예열한 후 고등어 필레 두쪽을 구웠습니다.
김치찌개와 고등어구이?? 이걸로는 부족하잖아, 싶어서 냉장고 문을 열어보니,
현재 우리 집에서 가장 넉넉한 재료는 달걀뿐입니다.
달걀이 10개 정도 남아있는 상태에서 또 한판을 사왔거든요.
달걀 5개를 풀어서 달걀말이를 했어요,
그러고 보니, 며칠전 산 어묵에 사은품으로 딸려온 넙적한 어묵이 생각나는 거에요.
꺼내보니 딱 2장뿐!
어묵을 팬에 볶다가 굴소스로 간하고 참기름으로 맛을 냈습니다.
딱 요렇게 해서, 어느 집에나 항상 있을 법한 재료들로만 차린 밥상입니다.
제가 처음 낸 책 '일하면서 밥해먹기'를 읽으신분들이라면 기억하시겠지만,
우리 집 다용도실에는 항상 비축된 식품들이 있습니다.
반드시 한개라도 있는 게,
꽁치통조림, 참치통조림, 스팸, 옥수수 통조림, 토마토통조림 등입니다.
생물로만 밥을 해먹을 수 있다면 얼마나 좋겠습니까만은...현실이 그렇지 않잖아요.
다용도실에 똘똘한 통조림 몇개만 항상 준비되어있다면, 식사 준비가 빠르고 쉽습니다.
다른 건 몰라도,
김치찌개에 넣어먹을 꽁치통조림 하나,
양파에 섞어서 전을 부치면 맛있는 참치통조림 두어개,
정 반찬없을 때 지져서 반찬으로 내놓을 수도 있는 스팸,
전이나 콘버터 하면 좋은 통조림 옥수수,
주스 재료가 없을 때 급하게 주스를 해도 좋고, 소스를 만들어도 좋은 토마토통조림,
이 정도 갖춰놓으면 아무리 귀가가 늦어도 걱정이 없을텐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