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은 제 곁에 계시지 않은 친정아버지께서, 폐암 수술을 받으시던 날입니다.
새벽부터 병실로 가서 아버지 뵙고, 수술실 앞에서 하루종일 지키고,
수술 마치시고 중환자실로 옮기셨는데, 보호자, 근처에서 대기하라고 하길래,
친정어머니와 둘이서 병원 근처 찜질방에서 눈을 부치는 둥 마는 둥 한...바로 그날 입니다.
공교롭게도 그날이 친정어머니의 생신날.
하루 종일 엄마랑 저랑 둘이서 그저 목으로 물 몇모금 넘겼습니다.
마치, 우리 둘이 뭘 먹기라도 하면 , 아버지 수술이 잘못되기라도 하는 것 처럼.
아버지 수술 마치시고 잠깐 동안 나가서 설렁탕 한그릇 사먹은 것이 고작이었습니다.
2년전의 어머니 생신은....
작년 어머니 생신은..
어머니가 도저히 견딜 수가 없다시면서...혼자 훌쩍, 전남 광주에 사시는 친구분 댁에 내려가버리셨어요.
친구분과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면, 작년의 그날을 잠시 잊으실 수 있으리라 생각하셨던 것 같아요.
그리고...어제가....아버지 가시고 두번째 맞는 친정어머니의 생신이었습니다.
제 맘 같아서는 생신 당일날 모여서 식사를 했으면 했는데...
"1월15일날은...니 아부지 생각 나서...모두 모여서 웃고 떠들고 할 수 있을 것 같지 않다..."는 어머니.
그래서 일찌감치 11일날 저녁, 식구들이 모여서 밥을 먹었습니다.
그리고 제가,
"엄마,15일날은 제가 아침일찍부터 엄마랑 같이 있을게요!"하고 약속을 미리 해뒀습니다.
그리고 어제 아침 9시쯤 친정에 가서 어머니를 모시고 나왔습니다.
중학교생 조카까지 데리고, 나선 곳이 춘천!
'닭갈비'랑 '막국수'랑 '산천어회'를 먹는 것이 목적이었습니다.
목적대로, 춘천에 가서, 일단 12시도 안된 시간에 닭갈비를 먹고,
산천어 축제가 열린다는 화천으로 갔습니다.
지난 여름 용화산자연휴양림에 놀러갔다가 화천에서 하이록 고기를 사다가 구워먹는 이후,
화천이 너무나 친근하게 느껴집니다.
18일까지 산천어축제가 열린다고 하길래 가보았는데...정말 사람도 어마어마하게 많고, 놀거리도 많네요.
남들은 산천어 직접 낚시해서 회를 떠먹는다고 하는데...우리는 그냥 사먹었습니다.
맛은 좋았는데..값에 비해서 회를 조금 주더만요...좀 넉넉하게 주는 것이 앞으로 관광객유치를 위해서 더 좋을 텐데..
빙어튀김도 한접시 먹었습니다.
그리고 돌아오는 길에 막국수를 또 한그릇씩 먹었습니다.
아침 11시30분부터 오후 4시30분사이에,
닭갈비, 산천어회, 빙어튀김, 막국수를 먹어댔으니...참 우리 식구들도 대단하죠?? ㅋㅋ...
어제 짧은 여행은, 맛있는 걸 많이 먹었다는 사실보다는...
엄마도 그렇고, 저도 그렇고....
아버지를 추억하면서, 더이상 눈물을 흘리지 않게되었다는 것에 더 의미가 있습니다.
솔직히....전, 제 눈에서 눈물이 마를거라고는 생각하지 않았어요.
언제까지나 아버지는 눈물속에서 추억될거라고 생각했는데..이제는 울지않고도 아버지를 그리워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엄마도 그렇고요.
아직도 많이 그립고, 너무 보고 싶고, 생각만 하면 가슴 한쪽이 시큰거리지만..
그래도 고통없는 곳에서 편하게 계실 아버지를 생각하면...차라리 다행이다 싶기도 해요.
어제..그렇게 여러가지를 먹었으면서 먹는데 정신이 팔려서, 사진을 못찍었네요..ㅠㅠ..
대신 서비스 셧으로 우리 모녀입니다.
(조카는 죽어도 사진을 안찍겠다 하여..ㅠ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