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2003년 서울문화사에서 출간되었던 '칭찬받은 쉬운 요리'가 지난해 가을 절판되어서,
다른 출판사와 개정판을 내기로 했다는 말씀은 이미 드렸었을 거에요.
요즘 그 작업을 하고 있는데...이게...보통 일이 아니네요.
계약서에 도장 빵빵 찍을때에는 '한상차림'과 중복되는 요리 빼내고, 또 요즘은 재료를 구하기 좀 어려워진 요리도 좀 빼내고, 그만큼 다른 음식들을 추가하고 또 각종 유용한 정보들를 보충하면 되겠지,
하고 쉽게 생각했는데 해보니까 그게 아닌 거에요.
단 하나의 메뉴도, 그전 원고를 고대로 옮겨쓸 수 없는 거 있죠? 메뉴는 그 메뉴 그대로 하더라도, 레시피를 바꿔야한달지, 팁이나 응용요리를 추가해야해서, 원고를 전부 다시 쓰고 있습니다.
게다가, 당시 기획할 때 제목은 칭찬받은 쉬운요리였지만, 쉬운 요리보다는 '빨리 만드는 요리'에 편향되어 있어, 쉽지만 시간이 많이 걸리는 건 모두 빠져있는 거에요. 쉬운요리와 빠른요리가 절대로 동의어 일 수 없는데...
또 6년전하고, 재료도 참 많이 차이가 나는 것 같아요.
그때는 비쌌던 것 흔치않았던 것이 지금은 값도 싸지고, 흔해진 것이 있는 가 하면,
당시에는 많이 먹던 것인데 요즘은 잘 먹지 않게 된 것도 있구요.
이런 걸 모두 반영하다보니까,
같은 음식이라 해도 재료를 바꿔야 하고, 메뉴를 많이 추가해야하고, 여간 일이 많은 것이 아닙니다.
그래도, '한상차림'을 내놓은 출판사에서, 한상차림과 세트의 개념으로 하는 작업이라, 해놓으면 보람은 있을 것 같아요.
한상차림의 컨셉이 '집에서 먹는 외식'이라서 해삼, 장어, 도미, 삼겹살, 새우같은 고급 재료들을 많이 썼다면,
쉬운요리는 '평범한 쉬운 밥상'이 컨셉이라 흔하고 평범한 재료를 가지고 쉽게 만드는 것이거든요.
이 두권이 상호보완작용을 해줄 것 같은 기대감이 쏠쏠~~
다만, 지난 2004년과 2005년에 '희망요리수첩'과 '요리가 좋아지는 부엌살림'을 반년 차이로 거푸내고나서,
몸이 많이 안좋았던 경험이 있는 지라, 컨디션 조절에 각별히 신경을 쓰고 있습니다.
하루 일하면, 이틀 놀고..하는 식으로...^^
요며칠, 놀다보니, 너무 불안해져서, 1월말까지 원고 손털어줘야 하거든요..
오늘은 아침 일찍부터 컴퓨터 앞에 앉아서 작업하다가, 안동찜닭을 정리하게 됐어요.
안동찜닭도 한창때는 정말 많이 사먹기도 하고, 만들어먹기도 했던 음식인데, 요즘은 한물갔죠?

닭강정이나 해먹을까 하고 사다놓은 닭다리가 김치냉장고 안에 있길래,
오랜만에 안동찜닭이나 해먹어보자 하고 점심에 만들었습니다.

오랜만에 만들다보니까, 만드는 법조차 생각이 나질 않아서,
한쪽 책 펴놓고, 재료를 하나하나 보면서 계량했다는 거 아닙니까?...ㅠㅠ...나, 바부, 머리가 너무 나빠요.

만들면서 보니까, 제가 쓴 글인데도, 어쩌면 글을 그렇게 못썼는지..
만드는 법은 왜 그리 복잡한지..그럴 필요가 없는데..
부끄러움에 제 머리를 쥐어 뜯었습니다...^^;;

감자에 고구마, 당면까지 푸짐하게 넣은 안동찜닭 덕분에,
점심에는 쌀은 한톨도 안먹고, 요것만 먹었어요.
그런데..마른고추를 잘라넣을때 청양고추 마른 것을 섞어 넣었더니..입술이 아직까지 얼얼합니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