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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짭짤 고소한 김혜경의 사는 이야기, 요리이야기.

식당에 가보니 39- 속리산 경희식당

| 조회수 : 16,216 | 추천수 : 123
작성일 : 2008-10-24 21:07:08


오늘 아버지를 뵙고...속리산 경희식당에 점심 먹으러 갔더랬습니다.
경희식당의 이두영사장님과, 제 친정오빠가 40년지기 친구라는 거...아시는 분은 아실거에요.
오빠와 고등학교때부터 단짝친구인데..
오빠가 대학교때...두영이 오빠 할머니가 하시던 경희식당에 놀러갔다가 벌어진 사건(?)도 있었습니다.

오빠랑 저랑 머리결이 비슷해서, 머리숱이 아주 많고, 머리올이 굵으며 약간 곱슬입니다.
경희식당에서 놀러가서, 문장대에 갔다오다가, 세차게 부는 바람 때문에 오빠의 머리가 산발(?)이 되는 바람에,
장발단속에 걸렸대요.
우리 오빠, 순경아저씨가 붙잡으면 좀 봐달라며 고분고분하게 굴 것이지,
"머리가 긴 게 아니라 숱이 많아서 그렇게 보인다"고 뻗대고 따지다가 괘씸죄에 걸려,
즉결재판에까지 넘겨졌었습니다.

모월모일 모시까지 모처에 출두해서 재판을 받으라는 처분을 받고,
모월모일에 엄마랑 같이 출두했는데, 냅다 오빠를 닭장차에 태워 법원으로 데려가더라는...
울 엄마..상상도 못했던 상황에..쓰러졌었잖아요..그때..ㅠㅠ
요즘처럼 머리를 길러서 땋고 다니는 남자도 있는 때에, 귀밑으로 머리가 좀 내려왔다고, 재판이라니...
참...호랑이 담배 먹던 시절의 이야기입니다.




암튼 이때부터 오빠 친구이자, 우리 집에도 드나들어 저와도 안면튼지, 37년이나 되는 두영오빠...
82cook의 좋은 후원자이기도 합니다.
광고가 단 한개도 안들어와 운영비가 모자랄 때 제일 만만하게 전화할 수 있는 물주..^^;;




그 경희식당을 오늘 처음 가보았습니다.
갔더니.. 말로만 그 듣던, 상다리 휘어지는 상이 이렇게 차려져 나오네요.
반찬을 세어보니 마흔 몇가지인데..헷갈려서 세다가 말았습니다.




다 맛있었지만, 특히 요거..깨송이라고 하는 것 같던데,
들깨부각을 튀긴 것 같았어요. 요게 너무 맛있었어요.
두영오빠가 점심시간이라 그렇게 바쁘지 않았더라면, 좀 싸달라고 해보는 건데..
마~~이 아쉽습니다...^^






도라지를 이렇게 한 것도 맛있었어요.
고춧가루 조금 뿌리고 참기름과 깨소금을 뿌린 것 같은데, 뻘겋게 무친 것과는 다른 담백한 맛이었습니다.




이 외꽃버섯은 순수 자연산이라 해서 많이 먹으려고 했는데,
먹고나서 입에 남은 향이 제겐 좀 생소해서..



생표고를 넣은 버섯전골도 맛있었어요.

먹은 반찬을 좀 자세히 찍고 싶어도, 다 잡히질 않아서..이렇게 석장으로 찍어봤습니다.









경희식당의 반찬들을 먹으면서, 남경희 할머니의 요리책 생각이 났어요.
아, 그게 그 북어보푸라기구나, 아 이게 박정과구나...하면서..

경희식당 음식의 특징이라면 자극적이지 않고 담백하다는 점입니다.
고춧가루도 많이 안 쓰고, 마늘도 많이 안 쓰고, 들기름이나 참기름도 많이 안쓰고.
재료 본연의 맛을 살리려고 노력하는 것 같은데,
어쩌면 맵고 짠, 자극적인 입맛에 길들여진 사람들에게 좀 안맞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어요.


그리고..경희식당이 인상적인 것은...



식당 곳곳에 이런 종이도시락이 쌓여있습니다.
이렇게 고무줄과 비닐팩 한장이 패키지로 되어있습니다.




스티로폼 접시가 아니라 재활용이 가능한 종이도시락이라는 점이 반가워서 열어보면,
이렇게 칸이 나눠져 있죠.

이거..뭐 하는 거냐 하면요.




자기가 먹다 남긴 반찬을 싸가는 것입니다. 이렇게...
나물은 나물 대로 이렇게 담아 집에 가지고 오면 한끼 비빔밥은 거뜬합니다.




나물뿐 아니라,
저랑 우리 친정어머니가 먹다 남긴,
황석어젓무침, 마늘장아찌,  감장아찌, 북어보푸라기, 소라초무침, 호두강정도 몽땅 쌌습니다.
김치와 깍두기, 나박김치, 된장찌개만 먹다남은 것..그냥 두고 왔어요.^^
김치 깍두기는 싸올걸 그랬다 싶은 생각도 나네요.

식당들의 반찬 재사용문제가 사회적 이슈로 대두되기 훨씬 전부터,
이집은 이렇게 해왔대요. 그래서...여자손님들이 아주 좋아한다네요.
아예, 나물같은 건 다 먹기도 전에 더달라고 해서 챙기는 분들도 있다고...




속리산에 가을이 깊어지고 있습니다.
아니, 속리산뿐 아니라 곳곳에 추색(秋色)이 짙어지고 있습니다.
요즘 나라걱정 하다보면...정말 밤잠이 안오지만....
이번 주말만이라도 잠시 눈을 들어 주변 산을 한번 바라보시는 건 어떨까요?
27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유니크
    '08.10.24 9:11 PM

    아... 너무 좋네요...

    근데 선생님 ...한식기 세트 너무 궁금해요.

    빨리 보고 싶어요...ㅠㅠ

  • 2. 코코샤넬
    '08.10.24 9:21 PM

    예전부터 남경희 할머님 팬이라서 진작에 가보고 싶었던 경희식당입니다.
    선생님 덕분에 사진으로나마 구경하네요.
    아버님께 많은 말씀 드리고 오셨는지요^^

  • 3. 붉은수수밭
    '08.10.24 9:24 PM

    다음주에 속리산에 가는 사람입니다 어떻게 찾아가면 되는지 궁금하네요.

  • 4. 바나바
    '08.10.24 9:29 PM

    그댁에 가본지가 10여년 됐군요^^ 기억도 가물가물 하지만 정갈하고 깔끔한 반찬들이 인상적이었던 곳이었죠 광주에 살아서 왠만한 한정식 음식 그까이~거 할땐데도 참 음식이 정갈했었죠 내일 속리산 간다는 남편에게 그렇챦아도 경희식당 들렸다 오라던 참이었는데...

  • 5. 달자
    '08.10.24 9:34 PM

    선생님 !숙제 다하고 쉬는 아이 같아요.
    보고 싶은 얼굴, 가고 싶던 곳 , 먹고 싶던 것....많이 누리시길...
    선생님의 숙제장이 기다려 집니다^^

  • 6. 딸기가좋아
    '08.10.24 9:43 PM

    와... 꼭 한번 가보고 싶습니다...

  • 7. 김혜경
    '08.10.24 9:45 PM

    유니크님..한식기 사진, 요기에 있어요..
    http://www.82cook.com/shopping_20081028.php

    붉은 수수밭님, 속리산 법주사 근처 관광단지 거의 끝까지 가면 왼쪽으로 길 안쪽에 아람호텔이라는 곳이 보이는데 그 바로 옆이 경희식당이에요.
    홈페이지도 있는데... http://www.ikyunghee.co.kr/ 입니다.

  • 8. lpg113
    '08.10.24 9:46 PM - 삭제된댓글

    아버님 잘뵙고 오셨군요....

    저도 다음주쯤에 속리산 다녀오려구요..경희식당은 당연히....^^

    지지난주에 울 친정 아빠 갑작스럽게 뇌출혈 수술하셨거든요..

    간호하시느라 힘드셨던 친정엄마..

    건강하게 금방 회복해주신 친정아빠..

    아직 아들이 죽을고비 넘긴줄도 모르시는 우리 할머니...

    며칠동안 잠도 못자고 밥도 못먹고 아빠 옆을 지킨 동생들...

    제가 아빠때문에 신경못써줬던 남편...다섯살짜리 아들...

    모두들 여행 한번 하려구요...

  • 9. 롤리팝
    '08.10.24 9:55 PM

    지금부터 십년도 훨씬 전에 아버지 회갑때 본가식구들 속리산에 모여 하루 놀고 경희식당에서 밥먹고 했었지요.....................똑같은 상차림으로 같은자리에서 오래도록 계속되는 식당이 있다는거 참 보기 좋아요.

    저희가족은 워낙 양념강한음식들 안 좋아해서 담백한 경희식당음식 참 좋아해요.
    보름땐 꼭 경희식당에서 나물 주문해서 부모님 보내드리곤 하죠..

  • 10. 한번쯤
    '08.10.24 10:21 PM

    남편이랑 둘이먹다가 전 도시락 3개를 싸서 가지구 왔어요 정말 푸짐하구 맛있었죠...

  • 11. 후레쉬민트
    '08.10.24 10:43 PM

    저도 몇년전부터 가보고 싶었는데 그리멀지않은데 속리산 갈일이 잘안생기네요 ㅠㅠ
    일부러라도 단풍지기전에 다녀 와야겟다 생각이 드네요
    가을이 오긴온거야 하던중인데 갑자기 단풍이 확들고 추워졋어요

  • 12. 예쁜솔
    '08.10.24 11:49 PM

    아버님께 잘 다녀 오셨네요.
    효심 깊으신 따님이십니다.
    저도 아버지를 국립현충원에 모셔 놓고 있는데
    바로 옆 동네에 살면서도 자주 가뵙지 못하거든요.
    추워지기 전에 한 번 다녀와야겠어요.

    경희농원의 나물은 추석때 주문했었는데...
    시중에서 잘 못보던 귀한 나물들을 담백하게 무쳐놓으셨더라구요.
    냉동고에 넣어두고 필요할 때마다 잘 먹었어요.

    속리산에 저렇게 아름다운 가을 물들었군요!
    오랫만에 가 봐야겠다...생각이 듭니다.

  • 13. 배시시
    '08.10.25 12:05 AM

    경희식당 넘 가보고 싶은곳인데..식당찾아 서울서 내려가야하나 고민중이예요... 속리산 갈일이 생겨야말이죠..

  • 14. 예민한곰두리
    '08.10.25 12:07 AM

    종이도시락 아이디어, 참 좋습니다.
    저는 과식을 하면 바로 배탈나는 사람이라
    한정식에 가면 버려지는 음식들이 참 아깝기도 하고
    남은 반찬이 재활용 될까 찜찜한 마음인데요

    다른 식당도 저런 포장 문화가 정착되면 참 좋겠어요.
    대신 리필은 안 되어도 불만 없습니다. ㅎㅎ

  • 15. oegzzang
    '08.10.25 12:13 AM

    상차림이 참으로 정갈하네요.
    종이도시락도 정말 맘에 들구요...

    며칠전 쪽지에 친절하게 대답 해주셔서 감사드려요....^^

  • 16. 오금동 그녀
    '08.10.25 12:26 AM

    82에 오면 많은것을 알게 됩니다.
    가족의 사랑, 친구, 맛있는 음식 그리고 정!
    꼭 한번 가보고 싶은 곳이네요~!

  • 17. 도야엄마
    '08.10.25 1:16 AM

    나물 반찬이 너무 먹음직스러워 보여요.
    제가 갑자기 입덧중이라, 아무것도 먹질 못했는데.. 며칠전부터 헛제사밥이 너무 먹고 싶은거에요...ㅡㅜ 투정부릴 수 있는 친정엄마가 계신것도 아니라, 낼, 주말만을 손꼽아 기다리고 있어요.
    낼은... 기필코 신랑을 졸라서 헛제사비빔밥 꼬옥 먹고 말거에요. ^^

    아~ 선생님 갖고오신 황석어젓무침 한젓가락 올려먹으면 더 맛날거 같아요. 꼴깍...^.~

  • 18. 해바라기 아내
    '08.10.25 9:45 AM

    제가 초등학교(그 당시 국민학교) 5-6학년 때 쯤 부모님과 함께 경희식당 갔었어요.
    지금으로부터 대략 30년전 쯤이예요.
    이렇게 쓰고나니 정말 호랑이 담배 먹던 시절인 것 같아요.

    그 당시는 너무 어려 그 담백한 반찬들이 맛없게만 느껴졌었어요.
    불고기가 제일 맛있었던 것 같아요.
    그 때 주인 할머님께서 저희 밥 먹는 동안 방에 들어오셔서 반찬에 대해 설명해 주셨는데 그 분이
    그럼 두영 사장님 어머님이셨나요?
    점잖으셨던 기억이 생생해요.

    제가 30년 전에 갔었던 경희식당과, 저도 지난 주에 갔었던 속리산에 혜경샘도 다녀오셨다니
    왠지 뭔가 통하는 것 같다는 느낌, 찌찌뽕!

    오랫만에 어머님 모시고 법주사 가서 큰 불상 아래에서 어머님 불공도 드리시고, 막걸리도 마시고
    왔답니다.

  • 19. 유시아
    '08.10.25 10:02 AM

    이두영사장님 남편 고등학교 후배라 가끔 경희식당에도가고 1년에 한번 경희 농원에도 갑니다
    선생님과도 그런 인연이 있으셨는지....
    담백한맛과 셀수 없는 가지수 식당 분위기에 예전 저희 외갓집 같아요

  • 20. 풀꽃
    '08.10.25 11:29 AM

    와~이렇게 많은 반찬 가짓수가 나오는 한정식은 첨보는거 같아요..
    속리산쪽으로 가면 꼬옥 들러 보겠다고 굳게 다짐합니다..ㅎㅎ

    생소한 반찬들 맛도 궁금하고,,
    단풍 여행겸 훌쩍 떠나면 너무 좋은 분위기를 맛볼수 있겠는데...
    으~ 당장이라도 떠나고 싶은 맘...^^

  • 21. 또하나의풍경
    '08.10.25 1:36 PM

    상다리가 휘어질듯한 반찬에 놀라고 종이도시락에 두번 놀라고 감탄하네요 ^^

  • 22. fish
    '08.10.25 3:17 PM

    작년인가? 제작년인가?에 간절히 기도할께 있어서 절에 갔다가 맘먹고 들렀었어요.
    남편한텐 절에가자 해놓고 나물사먹던 홈피 들어가서 주소 뽑아놓고 저녁은 여기서 먹어야지 하고..

    저 갔었을때 사장님이 무서운 얼굴(?)로 휙휙 바빠 보이셔서 82보고 왔다고 말도 못하고... ㅋㅋ
    상다리 휘어지게 차려진거 남편이랑 남기는게 아까워서 꾸역꾸역 배터지게 먹고 왔는데..
    저렇게 언제부터 빈 도시락을 주셨데요? 저도 좀 챙겨주시지.. ㅠㅠ
    남편이랑 둘이서 비닐봉지라도 싸올껄 그랬다 했었는데.. 아까워서 싸가려구요..
    전 저 짭짤한 된장이 너무너무 맛있더라구요. 아직도 생각 나요.

  • 23. 봄봄
    '08.10.25 4:44 PM

    어릴때 부모님과 속리산갔던 기억이 나네요, 저 소나무가 새겨진 기념 메달도 사주셨었는데,
    식당은 못가봤던 것 같지만요 ^^
    어제 친한 동생집에 경희식당 할머님 요리책이 있길래
    (한국에 있는 언니가 사진이라도 보라고 보냈다네요 ㅋㅋ)
    반가워서 펼쳐봤었는데, 여기서 재료도 구하기 힘든 나물이랑 떡에만 눈이 가더라고요 ㅜㅜ
    담에 한국가면 부모님모시고 속리산이랑 경희식당도 한번 가보고 싶네요 ^^

  • 24. tazo
    '08.10.26 6:36 AM

    이런 글은 꼭 남편에게보여줍니다. 그럼 꼭 한국가서 가보자 그럽니다..
    그게 언제일런지..-_-;;;
    눈물의 염장사진 되겠습니다.너무나 맛나보여요~~~

  • 25. 어린왕자
    '08.10.26 7:00 PM

    먼 옛날에 가봤던 속리산..... 왜이리 떠나질못할까요?
    사진으로봐도 감탄사가 절로나네요.

  • 26. 사비에나
    '08.10.28 2:56 PM

    제가 처음으로 가봤던 한정식 식당이 경희식당이었어요 자그만치 18년전인가? 그랬는데 그땐 넘 오래전이라 저런 용기가 없었던걸로 기억나요 그리고 그냥 불고기 전골이 아니라 불고기였던것 같은데.. 그런데 용수산도 가보고 나름 이곳저곳 가봤어도 경희식당만큼 맛있게 먹은 기억이 남는곳이 없네요
    깔끔하면서도 간이 딱 맞고 한식당 잘못 가면 느끼는 달달한 뒷끝이 없었던 넘 맛있어서 이런곳도 다 있구나 했었어요

  • 27. 우서니
    '08.11.14 10:09 AM

    푸짐한것이..가보고싶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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