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어쩌다보니, 오늘 저녁상은 모두 새 반찬을 만들어 차리게 되었어요.
하루 종일 집에서 꼼지락거리다보니까, (문밖은 쓰레기 버리러 한번 나가봤어요..^^)
아무래도, 외출한 날보다는 밥상에 더 신경을 쓰게 되지요. 시간도 더 많이 투자하고.

우선 양배추를 데쳤습니다.
전에...쓴 적 있죠? 양배추 찌는 것보다, 한장 한장 떼어내서 데치는 것이 더 맛있다고요.
끓는 물에 양배추 데치고,
쌈장은 참치로 만들었습니다. 확실히...꽁치통조림으로 만드는 것보다 맛이 못합니다.
그래도, 그런대로 먹을 만은 해요..^^

애호박 조금 썰어넣고, 메밀전 부쳤어요.
부침용 메밀가루가 너무 큰 통에 담겨있어 자리를 너무 차지하길래, 작은 통으로 옮기다 보니까,
약간 남는 거에요.
담기지 못한 메밀부침가루 대충 반죽해서 부쳤는데...딱 한장 나오네요.
초간장에 찍어 먹었어요. 간장에 넣은 초, 보통 초에 레몬을 좀 썰어넣은 레몬초를 넣었는데, 확실히 향이 좋으네요.

더덕도 껍질 벗겨서 구웠어요.
오늘 더덕의 관전포인트는 구워진 상태입니다.
타지도 않고, 너무너무 잘 구워졌습니다.
비결은 팬에 있는데요.. 더덕을 구운 팬, 이 팬을 보면 참 안타깝습니다.
몇년전 한 중소기업에서 개발한 것인데...상품 개발이 끝나고 나서, 제게 써보라고 프라이팬 2개와 웍 1개를 줬었어요.
본격적인 마케팅에 들어가면, 82쿡에서 체험단 행사라도 한번 해보겠다고 했는데...
이후 사장님으로부터 소식도 없고, 어디에서도 팔리는 것을 보지 못했어요.
개발만 해놓고, 제대로 마케팅도 못해보신 듯....
이 팬이 아까운 건, 뭘 구워도 타지 않는다는 거에요.
팬이 이중으로 되어있어 꼭 예열을 한 다음 써야하기 때문에 좀 번거롭기는 한데,
한번 예열이 되면 잘 타지않아, 양념 때문에 자칫하면 타기 쉬운 더덕을 구울 때 딱 입니다.
그때 작은 프라이팬은 제가 갖고, 큰 프라이팬은 친정어머니를 드렸는데, 친정어머니도 그러세요, 신기하다고...
더 살 수 없냐고 하시는데...못 봤어요, 시중에서...
이렇게 멀쩡한 것이 제대로 빛을 보지 못하고 사라지고 만 것은...
아마도, 몇년전 코팅팬의 위험성이 대대적으로 알려졌기 때문이 아닌가 싶어요.
사실 이 팬은 합성수지를 코팅한 것이 아니라 세라믹을 코팅한 것인데도, 코팅이라는 점에서 도매금으로 넘어간 것 같아요.
요즘 시중에 세라믹을 코팅한 팬들이 꽤 있죠?
이들 세라믹 코팅팬의 문제는 자꾸 들러붙는다는 거에요.
물론 충분히 예열을 하고 쓰면 덜 하다고 하는데, 예열을 한다 해도 쓰기 까다롭더라구요.
그래서 저도 얼마전 멀쩡한 세라믹 프라이팬, 다 내다 버렸어요.
그런데 오늘 더덕을 구운 이 팬은 팬이 이중으로 되어있어서 인지,
예열이 좀 필요하기는 해도 그리 까다롭지 않고 잘 구워져요.
개발하셨던 분, 개발비가 꽤 들었을 텐데...이런 생각을 하면 참 안타깝습니다.
사실, 중소기업하시는 분들, 신제품을 개발하시면, 제게 꽤 연락을 하시곤 합니다.
제가 82cook 운영자라고, 대단한 힘을 가지고 있는 줄 아시지만...제가 무슨 힘이 있나요?
오히려 어떤 면에서는 역효과가 나는 수가 있는 걸요.
제가 써보고 좋다고 하면,
마치 무슨 뒷거래라도 있는 양, 색안경을 끼고 보시는 분들이 많고, 그런 분들 자유게시판에 꼭 한줄 쓰시죠.
저도 사람인지라...그런 글들 보면 많이 위축되고,
홍길동도 아닌데, 써보고 좋은 것도 좋다고 말 못합니다.
다 지나간 일이라 이제서 하는 이야기인데요,
작년에 '꼼꼼보기'에 한국도자기의 컬러웨어를 쓴 적 있습니다.
이거 쓰느라고, 컬러웨어를 30만원어치나 샀어요. (이 그릇 값이 꽤나 비싼 편입니다.)
협찬도 아니고, 제 돈 들여서 사면서 까지 꼼꼼보기를 썼던 것은 kimys의 권유 때문이었습니다.
"꼼꼼보기에 수입 그릇만 소개돼있는데, 우리나라 그릇도 좀 소개하면 어때?"하는 거에요.
돈은 좀 쓰더라도, 우리 그릇을 소개하고, 또 투자한 만큼 잘 쓰면 좋은 일 아니냐는 것 이었어요.
그래서, 꼼꼼보기 쓰고, 본전 뽑느라 그 그릇을 열심히 썼는데,
누가 자유게시판에 '그 그릇을 괜히 그렇게 여러번 쓰겠느냐, 다 돈 받고 써주는 것이지...'라고 쓰셨더라구요.
헉...한국도자기로부터 고맙다는 전화 한통도 안 왔는데...
거기다가,
제가 다 돈받고 하는 '짓'이면서 아닌 척 하는 것이, 다 광고면서 아닌척 포장하는 기술이 가증스럽다, 뭐 이렇게도 쓰셨구요.
이럴 때...저도....상처받습니다...^^;;
많이 단련이 되긴 했지만...아무렇지도 않다, 기분이 나쁘지않다...라고는 못하겠네요.
엇, 왜 얘기가 이렇게 흘러갔죠?
어쩌다보니 신세한탄처럼 되어버렸는데요, 그게 본론은 아니고.. 참 안타까운 때가 많이 있습니다.
어렵사리 개발한 중소기업의 물건들, 판로를 찾지못해 힘들어하는 그 제품들, 제가 도와줄 방법이 별로 없어서요...

며칠전에 만들었던 간장새우장도 올렸어요.
껍질째 놓으니까 먹기 나쁘다고 하길래 오늘은 껍데기를 벗겨서 놨는데도,
kimys, 젓가락을 안 가져가네요. 싫다는 얘기겠죠? 간장게장만 못하다는 무언의 암시!!
전, 괜찮던데...저만 먹어야죠, 뭐.

국은 뭇국 끓였어요.
꽤 오래전 말린 능이버섯을 얻은 것이 있는데, 안해먹고 있다가,
조금 불려서 넣었어요.
뭇국에 표고버섯 같은 버섯을 한개만 넣어도, 마치 화학조미료를 탄 것처럼 맛이 좋아집니다.
능이는 아니더라도, 표고라도, 속는 셈치고 한번 해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