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료비 수십만원 들여서, 지지고 볶고 하는 집 요즘 밥상이 여간 부실한 것이 아닙니다.
그도 그럴 것이,
오전에 찍은 음식들은 점심때 먹고,
오후에 찍는 음식은, 도와주는 분들 집에 가서 드시라고 싸드립니다.
하루 종일, 제 일 도와주느라 피곤한데, 집에 가서 밥해먹기 너무 힘들잖아요.
그래놓고 보니, 그날 저녁은 그런대로 먹는데, 그 다음날 부터는 영 먹을 것이 없네요.
사실 먹을 것 없다는 것은 변명입니다.
냉장고, 김치냉장고마다 재료가 그득한데....머리 써서 해야하는 복잡한 음식은...하기가 싫은 거죠.
'식구들 요리해먹일 기운 있으면 촬영날 써야해..' 요러면서요...,참 나쁜 주부죠?
그래도 평소에는 반찬 잘 해주니까, 양해할 걸로 믿고...
어제 저녁에는 하도 상에 올릴 반찬이 없어서, 조금씩 남아있는 재료들을 끄집어 냈습니다.

코다리 한마리 녹여서,
맛간장에 물 좀 타서 슴슴하게 한 다음,
파 ,마늘, 고추(풋고추인지 청양고추 인지 모를 것 하나 넣었더니..청양고추네요..) 넣고 조렸어요.
참기름도 안넣었는데..먹을만 하네요.

촬영분에,
숙주나물을 조금 쓰는 음식이 있었어요.
낼모레 찍는 음식에 또 숙주가 있긴 하지만, 이럴 때는 재료를 새로 사야해요.
아무리 조금 들어가는 재료라도 싱싱하지 않으면 사진발이 잘 받지 않는 것 같아요.
그래서 남은 숙주는 데쳐서 무쳤습니다.

콩나물 역시 마찬가지.
매운탕 사진에 들어가고 남은 콩나물 볶았습니다.
사실 매운탕 사진에는 콩나물 잘 보이지도 않는데....

촬영하느라 산 명란젓과,

역시 촬영하느라 산 창란젓도 상에 올렸습니다.

이렇게 해서 차려진 저녁 밥상.
아..김치찌개가 빠졌군요..아주 재밌었는데...
쓰다남은 재료들, 느타리 조각, 목이버섯 조각, 다진 양파, 표고 육수 등등 되는 대로 막 넣어 끓였거든요.

오늘 점심은 볶음우동이었습니다.
촬영할 때 우동사리 2개를 삶았는데, 하나는 찍고나서 먹고, 하나는 냉장고 안에 들어있더라구요.
'저거 하나에 얼마짜린데 ...' 싶어서,
채소 통을 꺼내 마음 가는 대로, 손에 집히는 양파, 피망, 당근, 양배추 등등을 꺼냈습니다.
먼저 팬에 채소들 볶다가 우동사리도 넣고, 굴소스로 볶았습니다.
여기다가 쓰다남은 꼬맹이새우도 좀 넣어주고, 굴러다니는 팽이도 좀 얹어주고,
마지막으로 무순 몇가닥 얹어서 내놓았습니다.
생각보다 우동이 덜 퍼져서..아주 많이 퍼져서 먹지 못할 지경이면 어쩌나 했거든요...그런대로 괜찮았어요.
전 볶음우동에 가쓰오부시 얹는 것보다 안 얹는 것이 더 나은 것 같아요.
며칠 후 볶음우동 촬영도 있는데..레시피를 바꿔쓸까봐요..가쓰오부시 빼는 걸로....
밥이 뜸드는 동안 볶음 우동 먼저 다 먹고,
밥은 간장새우장 반찬 삼아서 먹었습니다.
저녁은...춘권입니다..
춘권피도 큰 것, 작은 것이 있어서..책에서 두가지 모두 보여드리기 위해서 두가지를 다 샀더니..
냉동고 안에서 이리 채이고, 저리 채이고 하네요.
하나는 먹어줘야 할 듯...
저녁에 춘권 먹으면 사진도 올려놓을게요. 다시 오세요...^^
추가!! ^^

저녁에..춘권 해먹었어요.
제대로 하기 귀찮아서,
김치에 베이컨 넣고 볶았던 것 굴러다니는 것 넣어 말고,
새우는 채소도 섞지 않고, 그냥 새우 넣어 돌돌 말아서 튀겼는데...괜찮았어요.
중하 이상의 큼직한 새우로 튀김할 때,
튀김옷 만들기 번거롭거나, 아니면 펑펑 튀기는 거 무서우면 춘권피로 싸서 튀기면 쉬워요.
맛도 괜찮구요.
대하나 중하만은 못하지만 자잘한 새우 여러마리 넣어서 튀기니까 뭐 그것도 나름대로는 먹을 만했어요.

날씨가 쌀쌀해져서, 뜨끈한 국물이 그립잖아요.
조리되지 않은 상태로, 그냥 재료 상태로 사진 찍히고, 냉동실 안에 있던 동태 꺼내서 매운탕 끓였어요.
TV에서 보니까 한 식당 주인이 동태는 멸치국물 하지 않고 그냥 맹물에 끓여야 맛있다고 하길래,
그렇게 끓였어요.
무와 알배기 배추는 역시 굴러다니던 것 넣고..
간은 고추장을 주로 하되, 좀 맛이 부족한 듯 해서 고춧가루와 국간장 소금 등을 더 넣어서 간을 맞췄어요.
생태매운탕이 개운하고 시원한 맛이라면,
역시 동태매운탕은 구수한 맛이 있는 것 같아요.
전 생태탕보다 동태탕이 더 맛있는 것 같은데, 다른 분들은 어떤지 모르겠어요.
이렇게 해서 자투리 재료들, 혹은 제 손길이 닿기만 기다리는 재료들, 열심히 먹어줬습니다만....
모레부터 또 쌓이겠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