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저녁 내내..
한천 불리고, 팥 푹 삶고,
잘 삶아진 팥 , 체에 밭쳐 앙금 내리고...
그리곤 냄비에 눌어 붙을세라...어깨 아픈 줄도 모르고 내내 저어서 양갱 만들었습니다.
요즘 몇차례 양갱을 만들면서...
내내 명치 끝에 뭐가 걸린 듯,
아프고 슬프고 안타깝고 미안하고 그립고 야속하고....그랬습니다...
양갱을 무척이나 좋아하셨는데...양갱 만들어 드리겠다고 큰소리만 쳐놓고...행동으로는 못 옮겨서,
단 한쪽도 입에 못 넣어드렸습니다....양갱 만드는 거, 정말 별 거 아닌데...
내일....만나러 갑니다.
그 사랑을 잃은 후에야, 내가 얼마나 사랑하는 지 알게 된 그 사랑을...내일 만나러 갑니다...
한줌의 재가 되어, 작은 항아리에 담겨서, 양지바른 곳에서 쉬고 계신 내 사랑을 내일 만나러 갑니다.
내일 가서, 뵙고,
딸이...당신을 잃은 허탈함을 잊어보려고 시작했던 다섯번째 책, 탈고한 얘기며,
절필했던 당신 사위가 펜을 다시 잡아, 오랜만에 쓴 소설책이 이제 곧, 당신 딸 책보다도 먼저 세상의 빛을 보게됐다는 얘기며,
이런 저런 얘기들을 조근조근 풀어놓고 올 것 입니다.
지금보다 더 세월이 가면, 아마도 점점 더 뜸하게 만나러 가게 되겠지만,
그래도 적어도, 5월7일과 10월24일만큼은 꼭 그곳에서 시간을 보내고 싶습니다.
그분이 세상에 온 날과 그분이 내 어머니와 인연을 맺은 그날 만큼...함께 시간을 보내고 싶습니다.
사랑하는 내 아버지, 그리운 내 아버지....내일..당신께, 당신을 만나러 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