햇볕은 쨍쨍, 모래알은 반짝거리는 무더운 이 여름에 우리집 텃밭에서는
호박이 탐스럽게 열리고 있습니다. 남편은 갑자기 새우젓호박찌개를 끓여달라는군요.
어릴 때 방학을 맞아 강화도의 시골집에 놀러가면 외할머니께서 해주시던 음식이랍니다.
* 우리집 텃밭에 달린 호박.
저는 새우젓호박볶음은 알지만 찌개는 먹어 본 적이 없네요.
남편의 고향은 강화도예요. 시부모님 모두 강화에서 태어나고 자라셨지요.
모든 일가친척이 대대로 살아온 곳이구요.
* 이번 여름에 한국을 방문했던 딸아이가 찍어온 강화도 남쪽 바닷가 갯벌 풍경.
그런데 제 친정부모님 고향은 이북 평양입니다. 그러니 남편과 먹고 자란 음식도 다르고
아무리 간단한 음식이라도 조리법이 다릅니다. 그런데 오늘처럼 제가 한 번도
먹어본 적이 없는 음식을 만들어 달라곤 하는 일이 종종 있습니다.
남편은 추억을 더듬어 제게 자세히 설명을 해줍니다. 새우젓이 들어가고
애호박은 푹 물러지게 끓이고 고추가루를 넣어 칼칼하게 만든다고 합니다.
전 인터넷을 검색해서 새우젓호박찌개 레써피를 두루두루 찾아 섭렵합니다.
레써피따라 조금씩 다르지만 공통점도 많습니다.

* 백야드에 핀 black-eyed susans.
텃밭에서 막 따온 싱싱한 호박으로 남편이 그렇게 먹고 싶어하던 찌개를 만듭니다.
와우~ 너무 맛있어요. 이젠 제가 더 좋아하겠어요. 그렇쟎아도 남편이 외갓댁에서
먹었다던 노각생채를 시도해서 여름마다 잘 먹고 있는데, 외할머니의 맛을
재현해 주어 고맙다며 맛있게 먹는 남편을 보니 제 마음도 흐뭇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