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다 잠시 개였다 다시 쏟아지는 빗줄기~~~ 삶이 그러하듯... 요즘의 기후 변화..참 변화무쌍합니다.
비 내리는데 감자를 좀 삶아야겠다 싶어서 과도로 감자겉껍질을 벗겨내느라 실랑이를 벌입니다.
아주 어렸을 적에 스텐 숟가락이 참 얇았던 것 같아요. 그 숟가락으로 감자껍질을 벗겼던..기억때문일까요?
전 노가다 노동이고... 하고 나면... 손톱 밑이 엉망이 됨에도 불구하고 반찬하는 용도 아니고는 감자칼로 편하게 슥슥 밀어내지 못합니다.
그렇게 살살 겉껍질을 벗겨 찐 감자라야 온전한 감자로 보이니 우짜겠어요?
손이 모질라지도록 벗겨야죠~
그렇게 잔뜩 삶아 놓은 감자.. 식탁 위에 올려 놓으면 어느 누가 먹었는지 모르게 하나씩 없어지곤 합니다.
그렇게 하고 남은 감자.... 아침에 후라이팬에 기름 두르고 노릇하게 구워서 상에 놓을까 합니다.
일명 휴게소 감자..

감자 굽는 옆에선 묵은 김치로 찌개를 좀 끓였어요... 멸치만 넣어서 끓이는데 정말 냄새가 훌륭합니다.
고기를 안 먹는 저에겐... 사실 이 냄새가 진리^^

휴게소 감자는 알감자를 뒹글려서 노릇하게 굽는데...
전 삶은 감자를 4~8등분으로 잘라서 접촉면에 많아지도록 해서 굽습니다.
그래야 이리 저리 돌려 굽기도 편하고... 구워 놓은 다음에도 맛도 더 좋은 것 같아서요.

역시나 아침에 삼겹살도 조금 구워줄까 하는데....
어떤 분은 아침에 고기를 구워먹어요? 하시며 깜놀하시는 분들도 있지만
저희 집 스타일은 저녁보다는 아침에 치중해서 먹자주의라서.... 좀 다를 수도 있어요..
틀린 것이 아닌... 다름을 서로 인정한다면 사람과 사람간의 관계가 부드러워질 수 있지 않을까요?
삼겹살엔 쌈장이나 기름장을 주문하기도 하지만 오늘은 파무침을 좀 해줄까 해요.
대파 한 단 샀는데 싱싱할 때 파무침을 해주면 고기 먹는 맛이 훨씬 좋을테니까요.
파는 파전용칼로 채썰었고요.
그런 다음에..매운 맛을 없애주기 위해 차가운 물로 몇번 헹군 다음에 얼음물에 담궜습니다.
더위에 지친 대파님..생기 좀 나라고~~ ㅎㅎㅎ

잠시 얼음물에 담궜다가 체에 밭쳐 놓으면 이렇게 파의 숨결이 느껴지기도 합니다.

파 무침의 양념장...고추가루, 국간장, 깨소금, 매실액, 참기름으로 무쳤습니다.
이 양념장말고 진간장 2술, 고춧가루 1술, 다진 마늘 1작은술, 멸치액젓 반술, 설탕 1작은술, 매실액 1작은술, 통깨 약간으로 해도.
맛있습니다.

그렇게 해서 차려진 아침 밥상... 역시 그득한 우리 집 밥상답죠?
아마도 이것 또한 취향이지 싶어요.
어떤 집은.... 그냥 한가지라도 쌈박하게 차려서 그것 하고만 먹는 걸 좋아하기도 할 것이고..
또 어떤 집은 저희 집마냥.... 이것 저것 다양하게 차려 놓고 먹어야... 뭔가 먹은 듯한 기분이 드는 그런 취향말이에요.

물김치.... 이젠 하향곡선으로 접어든 맛이긴 하지만...
그래도 늘상 박수만 받고 살 수 없는 것이 인생이듯... 이렇게 한풀 꺾인.. 음식도 끝까지..... 받아들이고 먹는 것이지요.

저희 집 아이들... 요리할때 잘 거드는 편이에요.
밥상 차릴 때 수저도 잘 놓아주고... 후라이팬에서 뒤집기도 잘 하고....
밥 먹는 다음엔 반드시 자신이 먹는 그릇들 뒷정리해서 개수대에 갔다 놓는 것도 잘하고..
맘 내키면 자신의 밥그릇 정도는 설거지까지 해 놓기도 잘하는데.. 이건 남편의 영향이 아닐까 싶습니다.
저희 남편 집안일이라곤 상관없이 사는 사람이긴 하지만....
반드시 자신의 뒷정리.. 개수대까지 가져다 놓는 것의 솔선수범을 보여준 탓이 아닐까 싶어요.
그래서 오늘도... 아들 아이... 삼겹살 굽는데 중간에 뒤집어주길래..마저 굽는 줄 알았더니만..
한번 뒤집어 놓고 볼 일을 보러 가는 바람에.... 이렇게 오버 쿠킹되고 말았네요.
이건 제 잘못일까요? 아들 녀석의 잘못일까요? ㅎㅎㅎ

이렇게 알맞게 구워졌어야 했는데 말이죠..

김치찌개도 맛있게 잘 되었고...

다 차려진 밥상에.... 목청껏 식사하세요를 외쳐도... 오는 이가 없네요..
사진만 보고도 먹고 싶다는 분들도 많은데.... ㅠ.ㅠ

파채무침도 외로이.... 젓가락 대기중~

아직 남겨진 황태찜...

잠시 후에 한 사람, 두 사람 모여들어.... 냠냠..꼭꼭..맛있게 잘 먹었습니다.
오늘도 여전히 비는 온다고 하는데..이젠 비는 그만~~~이라고 간곡하게 하늘에게 빌고 싶네요.


PS:: 요즘..제가 미니훈제 오븐에 조리를 많이 하다보니... 댓글로, 쪽지로 문의가 많이 오네요.
그런 것 같아요.. 왠지 글로 가까이 보다보니... 친근하게 여겨지고.. 조금은 절 좋게 봐주시다보니.. 왠지 저 제품이 꼭 있어야 할 것 같고..뭔 그런 기분들이 많이 들어서 그러지 않을까 추측해보곤 합니다.
물론 저런 류가 없고...꼭 필요한 것이라면 제것과 같은 것이든... 다른 것이든 구입하셔야겠지만... 제가 혹여 충동성을 유발하는 역할도 하지 않을까 싶어서 많이 저어되기도 하거든요...
주방 살림살이라는게.... 참 많지요.... 꼭 필요하고 늘 쓰는 것도 있고..어떤 것은 일년, 이년에 한번 쓸까 말까 하는 것들도 많아요..그래서 살림살이를 구입할 때 신중을 기하실 필요도 있는 것 같습니다.
두번 세번 생각해보고 왜 필요한지.... 꼼꼼히 따져보시고도 필요하시다면 그 땐 하늘이 두쪽 나도 사야겠지요...
이것 또한 괜한 잔소리이겠지만 왠지 한번은 말하고 싶었던 부분입니다...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