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던 와중 집주인 어르신들께서 일주일 휴가를 떠나셨습니다.
“부엌이랑 창고 음식들 맘대로 써도 돼-”
하는 감사한 말씀을 남기셨다지요.
집만 비우면 제가 꼬물대면서 부엌에서 노는 걸 아시기에
“나중에 우리도 먹을 거라고. 이건 보증금이야.”
하면서 달걀, 버터, 밀가루까지 사다 주시고 가셨어요.
그래서 떠나시는 날 빵 구워서
가시는 길에 흩뿌려드렸습니다.

...이만큼.

우유빵이라고 불리는 빵인데요,원래는 크게 만들어야 맛있는데
3살짜리 조카랑 함께 가신다 해서 작게 만들어보았어요.

버터 쿠키도 조카랑 나눠 드시라고.
정말 요즘 먹을거리 문제는 세계적인가봐요.
이 3살짜리 아가씨도 채소와 과일을 입에도 대지 않아요.
매일 맥도널드 아니면 슈퍼마켓 과자만 먹으려 한다고 합니다.
“그래도 파는 과자보다는 몸에 좋을 거예요♪”
하면서 드리자 무척 기뻐하시더라구요.
보람이 콸콸.
그리고는 바로 다음 날부터 빵 실험실 가동.
학교 다닐 때부터
“선생님. 000에 xxx를 넣어볼까요?”
“이렇게 하면 더 예쁘지 않을까요?”
“왜 안 돼요 왜애 왜애~~~”
하던...
그, 실패를 보장하던 실험정신...
그동안 머릿속에 떠돌던 온갖 자작 조리법과
학교에서는 가르쳐주지 않는
‘다른 나라 (프랑스 외)’ 빵과 과자들을 만들어 보며
신나게 보내고 있습니다.
그래도 좀 배웠다고 실패율은 많이 줄었어요.
90% ☞ 40 % 정도?

왕초코칩 쿠키로 시작.

티라미수.
진짜 맛있었는데, 안에 넣는 과자까지 직접 굽다 보니
손이 너무 많이 가기는 했습니다.

유리컵에 이렇게 하나씩 만들어보기도 했지요.

일주일동안 만든 것 중 제일 성공작인 크랜베리 & 애호박 케이크.
너무 못생겨서 틀에서 빼낼 때 좀 놀란 거 빼면
맛은 정말 괜찮았어요.
앞마당에서 기른 호박이라서일까요?

소박하고 못생긴 빵이랑 케이크를 좋아해요.
대신 재료는 최고로, 마음과 정성은 100퍼센트 쏟기!

헉.
또 틀에서 빼내다 옴팡 와그작 철푸덕.
흑흑..게다가 카카오함량이 너무 높은 초코를 썼더니
엄청 쓰더라구요.
실험은 적당히..

이렇게 동글동글 잘라내서

바닐라 아이스크림 얹어 먹으니 조금 나았어요.

틈틈이 천연효모도 만들고요.
그런데 건포도로 만든 왼쪽 것은 완전히 실패.

성공한 오른쪽 효모로 만든 통밀빵입니다.

구멍 뿅뿅.

잉글리시머핀도 구워서

맥모닝 흉내.
사실 맥모닝을 먹어본 적이 없어서
사진 보면서 모양만 따라했어요.
달걀, 치즈, 양파, 양상추만 조금씩 들어갔습니다.

망친 식빵(이나 혼자 먹어 치우느라 남아도는 며칠 묵은 빵)
으로 만든 빵푸딩.아 정말 식빵이 세상에서 제일 어려운 듯합니다.
크랜베리 가득 넣고 구워서
차갑게 식힌 다음 잘라 먹었더니
소박한 맛이 납니다.
자주 해먹을 듯 해요.
이제 오늘까지만 열심히 오븐 돌리고
내일은 대청소 후 부엌 반납합니다.
아, 그리고 저 다음 주에 휴가로 한국 가요!
지금은 끝난, 처절한 인턴십해서 받은 월급으로
어마마마 선물 샀습니다.

어마마마는 웍 좋아하시는데 옛날에 있던 마블소재(?),
벗겨지자마자 제가 이때다 싶어 홀라당 버렸거든요.
이후 스텐을 살까 코팅을 살까 고민하시며 어언 몇 년...
(스텐은 사용이 어렵고 코팅은 또 벗겨질까봐)
그럼 제3의 소재를 한번 써보는 건 어떨까 해서
37센티미터 짜리 커다란 무쇠웍을 샀습니다.
9만5천원 조금 못 되게 샀는데 뚜껑도 있고
나무 조리젓가락이랑 주걱도 들어있었어요♪

써본 적 없는 소재라서 좀 떨리는데 활용 요령 있으면 알려주세요.
빨리 다음 주가 왔음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