먹는 얘기하는 게 민망할 지경이다.
어제 늦은 점심 겸 저녁으로 먹은 국수와 부추샐러드다.


적당한 크기로 자른 부추와 토마토를 볼에 담아
다진마늘, 올리브유, 소금으로 무쳤다.
좀 심심하기에 발사믹 식초 약간과 간장 두어 방울 떨어뜨렸다.
더 이상 희생과 피해가 없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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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치거나 혹은 부치지 못한 편지>
K에게
금요일 저녁부터, 대부분 뉴스가 일본 지진관련이다.
그만큼 밀접한 영향이 있고 이슈가 되고 있다는 거겠지.
솔직히 지리적 가까움 때문인지, 충격적이고 생생한 영상 때문인지 칠레나 아이티와는 사뭇 다른 느낌이었다.
가까운 이웃의 재해에 대해 더 안타까워하고 더 이상 피해가 없기를 바라는 마음이 당연하다면
그 마음 한켠으로 뭔지 모를 다른 감정이 이는 것은 일제강점이라는 아픈 역사 탓일 게다.
게다가 원전폭발사고와 경제에 미칠 영향 따위를 전하는 뉴스에선 서늘한 공포가 느껴지기도 했다.
불편한 마음으로 뉴스를 지켜보다 채널을 돌리곤 했다.
생각해봤다. 이 불편한 마음은 어디서 오는 걸까?
뉴스를 접하고 안타까움과 돕고 싶다는 마음이 드는 건 자연스럽고 당연한 마음이다.
이때 돕는 다는 건 조건이 없다. 도움 받는 상대가 누군지, 나와 관계가 어떤지 따지지 않는다.
심지어 자신이 다칠 위험이 있는 상황에서도 돕게 된다.
이런 도움은 ‘의도된 행위와 거리가 멀고 사건에 가깝다’고 한다.
여기에 개인이든, 역사든 또는 정치, 경제든 서로의 이해관계가 끼어들면 도움은 조건을 살피고
상황을 분석하게 된다. 돌아올 이득(돕지 않음으로 인해 돌아올 이득, 통쾌함을 포함)을 계산하게 된다고 한다.
이런 상황에서 도움은 정당성을 근거로 하게 되기에 기준을 필요로 한다. 이 기준은 위험에 처한 당사자가 아닌
도와주는 측에서, 즉 밖의 이해관계에 따라 만들게 된다. 아마 현대사회에서 국가나 단체 간에 이루어지는
대부분의 ‘도움’이 이에 해당할 거다. 과거 우리가 받았던 미국 원조나 지금 우리가 하고 있는 북한에 대한
지원이 대표적이겠지.
이런 두 도움 사이의 차이 때문에 ‘경제에 미칠 파장’ ‘주가’ ‘환율’ ‘유가’를 발 빠르게 분석하는 기사에
채널을 돌렸고 원전폭발이라는 공포까지 더해진 역사의 아픔을 감정으로 풀어내는 인터넷 글들에
불편했었나 보다.
“싫다, 왜 돕느냐” “어려운 사람 돕는 건 당연한 거다.” “이후 이런 저런 이해관계를 따져보면 도와야 한다.”
“불쌍하긴 한데 원전 때문에 불안하고 화가 난다.” 나름 근거가 있고 지향도 있는 이런 논리와 감정은
더 확대될 듯하다. 원전폭발 영향력의 범위와 대책, 경제적 파장은 공과를 다투기에 충분한
국내 정치공방의 소재이기도 하니까.
K야!!!
불교에서는 비단 사람뿐 아니라 살아 있는 생물의 괴로움을 지나치지 않고 염려하는 것을 연민이라 한데.
이해하고 공감하는 거고 나아가 자신을 포함한 모든 존재의 괴로움을 염려하는 거래.
당장 사람 힘으로 어쩔 수 없는 이런 재난에 더 많은 피해가 없기를 바라는 마음,
재난으로 힘든 사람을 돕는 마음을 내고 물질도 내며 자신도 돌보는
따뜻하고 조용하고 차분한 행동이 필요하지 않을까 해.
축소하지도 과장하지도 왜곡하지도 말고 두려워하지도 말며 사건에 가깝게 가기.
성찰은 거기서부터 시작이지 않을까?
어느 나라보다 내진 설계가 잘되어 있다는 일본에서 일어난 원전 폭발은 원전 자체의 안전 문제 뿐 아니라
과학발전에 대해 살펴보고 많은 걸 생각하게 해.
‘과학은 안전하며 인간 삶에 항상 긍정적인지?’ ‘발전은 모두에게 좋은 건지?’
‘과학발전은 인간뿐 아니라 살아있는 모든 것들을 이롭게 하는지, 인간만 이롭게 하는지,
소수의 사람만 이롭게 하는지?’ 따위를 묻게 한다.
“자신을 포함해 모든 존재가 고통 받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이 연민이라면 친절은 행복해지기를 바라는 마음,
행동이다”는 말로 이만 줄일게. 일본지진을 바라보는 우리 마음이었으면 해.
고3 수험생의 괴로움과 힘듦, 짜증을 알기에 이를 염려하고,
네가 행복해지기를 바라기에 너에게 친절하려고 해.
친절은 실천이라니까……. ㅋㅋ. 오늘도 행복하렴.

* 편지를 쓰는 동안 원전 3호기가 폭발했다는 소식이 들리는 구나.
더 이상 피해가 없어야 할 텐데. 희생자의 명복을 빌며 모두 힘내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