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래 기억되는, 잊을 수 없는 음식들이 있다.
내게 낙지볶음은 그런 음식이다.
어둠이 걷히지도 않은 어느 까마득한 날에
편지를 썼었다.
‘지금은 00時입니다.’로 시작하는
첫 작업편지에 답장은 전화로 왔다.
“월급날 밥 사겠다.”고
그렇게 광화문 교보였나, 종로서적에선가 만났다.
처음부터 명동 쪽으로 걸었던가. 어쩌다보니 명동까지 간 건지,
어쩌다 먹게 되었는지도 기억에 없지만.
우린 명동 어느
원조 간판을 단 낙지볶음 집
천장 낮은 2층에 오글오글 앉아 있는 청춘들 사이에 있었다.
“매운 것 잘 먹느냐” 며 걱정해주던
그녀는 거푸 물을 마셔댔고 끝내 밥을 남겼었다.
그때나 지금이나 매운 것에 환장하는 나야?
콧등 닦아가며 잘 먹었고 그녀의 남긴 밥까지
쓱쓱~ 비벼, 먹어치우는 식성을 보여주었다.
무교동 명도일대에서 파는 낙지볶음, 지금도 그렇지만 참 매웠다.
낙지볶음, 사실 그날 처음 먹어본 음식이다.
첫사랑과 첫 데이트
처음 본 레알 매운 맛의 기억
얻어먹은 저녁
내게 낙지볶음의 의미다.
그리고 그녀완 다시 낙지볶음을 먹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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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겨울.
명동골목,
허름한 어느 원조 낙지 집에
그녀와 나는 20 몇 년 만에 마주 앉을 수 있었다.
그녀는 여전히 매워했다.
달라진 게 있다면
낙지를 골라내고
밥을 내게 덜어주었다는 것뿐.

딱 한번 같이 낙지볶음을 먹었을뿐인데
내 생에 두번째 사랑은, 연애는 오지 않았다.
그 때 남긴 밥을 먹어서 일까?????????
그래서 낙지볶음을 보면 촘~ 억울하기도 하다.
그 좋던 시절 다가고 내가 미쳤지 미쳤지
* 이상은 저의 잊을 수 없는 음식중 하나였습니다.
잊을 수 없는 음식 속편은 반응 봐서 쓰겠습니다.
여러분의 잊을 수 없는 음식은 어찌되시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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