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 먹을 땐 오히려 정찬을 먹는다는 이도 있긴 하지만 난 그게 잘 안 된다.
그냥 대충, 끼니 때우는 정도로 먹는다. 국밥, 라면, 김밥 등 주로 터미널이나 기차역 주변서 먹고 만다. ‘이러지 말아야지’ 맘을 먹어도 보았지만 한두 번 지나면 그만이다.
주중 대전에서 혼자 머물 때도 그런 편이다.
왜 나를 위한 식사 준비가 자연스럽지 않을까?
그렇다고 자존감이 없는 것도 아닌데…….
음식뿐 아니라 수저 짝 맞추기나 옷 같은 경우에도 그런 경향이 있다.
H씨와 K의 젓가락 짝은 맞춰 주지만 내 것은 그냥 잡히는 대로 쓰는 경향이 있다.
어제도 그랬다.
뭔가 나를 위한 근사한 저녁을 해보자 생각하고 장까지 봐갔지만
막상 씻고 나니 밥도 새로 해야 하고 엄두가 안 나더라.
냉동 칸에 있는 떡 꺼내 김치에 넣고 끓였다.
김치 떡국쯤 되겠다.
집에서라면 이러진 않았을 텐데.

가족에게 모두 양보하던 어머니를 보아서 일까?
‘혼자 있으며 뭘 귀찮게 해 먹냐’는 귀차니즘 탓일까?
“비록 라면을 먹더라도 스스로에게 정성을 다 하 거라”
K에게 말해주고 싶은데 나부터 잘 안 되니 참 알 수 없는 경우다.
*혼자 먹은 음식들
어찌 보면 궁상이고 잘 하면 오늘 같은 날 간편하면서도 어울릴 수도 있는 음식들이다.
부추 잘게 잘라 넣고 반죽한 수제비

먹다 남은 김치국에 끓인 떡라면

부추전과 신김치 그리고 맥주

"아무튼 혼자일수록 잘 차려 먹읍시다"
노력이라도 해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