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친토크
즐겁고 맛있는 우리집 밥상이야기
눈물젖은 도시락을 먹어보셨나요?
제가 오늘 딱 그짝이 났네요 그려...
만년초보1님의 그리운 엄마 이야기에다...
annabeth님이 쓰신 <외로우니까 사람이다> 란 시...
그리고 언제 봐도 눈물나게 그리운, 엄마가 (혹은 그 누군가 나를 아끼고 사랑해주는 사람이) 나를 위해 차린 것같은 보라돌이맘님과 프리님의 정겨운 밥상...
안그래도 요즘 몸이 안좋아서 눈두덩이 퉁퉁 부어있었는데, 눈물을 좀 빼내고나니 오히려 얼굴이 가벼워진 것 같아요...
오늘 아침에도 아이는 유치원에 가고 싶지 않은 기색을 역력히 보이며, 이것도 가져가겠다, 저것도 필요하다며 오만가지 장난감을 다 차에 싣고 있었어요.
평소엔 어지간하면 원하는대로 들어주는데, 오늘 아침엔 몸도 무겁고, 이미 목표한 출근 시간에는 왕창 늦어버렸고, 게다가 이렇게 아침마다 치르는 소리없는 전쟁을 앞으로 십 수년은 더해야 한다는 절망감이 덮쳐서 그만 아이에게 짜증을 내고 말았어요.
시무룩해져서 떼부리던 것도 스탑, 세상에서 가장 아름답던 미소도 스탑, 차안에 흐르는 정적...
유치원 교실에서도 엄마 가지말라며 평소같으면 한바탕 떼부림을 하고 이별할텐데, 오늘은 어정쩡한 표정과 몸짓으로, 엄마랑 눈도 안마주치고, 그렇다고 놀이에 참여하지도 않고 오도카니 서있는 모습을 보며 돌아나왔어요.
에잇 속상해...
이런 날에는 누군가가 (보***맘님 이나 프*님 이라곤 말못함 :-) 소박하게 밥 한 상 차려주고 등짝을 토닥여 주면서 "괜찮아, 괜찮아... 먹고 힘내야지. 얼른 수저 들어 응?" 하고 말해준다면...
내 몸안의 모든 수분을 눈물로 쏟아내 버리고, 어설픈 서러움은 뜨거운 국물 한 그릇에 녹여버리고...
그렇게 다시 힘을 내어 이 세상을 살아가련만...
늘 그러하듯, 어제 먹고 남은 음식을 내 손으로 싸온 도시락을 열고 있습니다...
어제 먹던 이 음식도 물론 내가 만든 거지요...
누군가 나를 위해 차려준 밥상이, 뼈에 사무치도록 그리운 날입니다...
남편한테 업드려 절받기 한 번 시도?
에이... 이번 주 토요일 까지는 건들지 말아야 해요...
요즘 많이 바쁜 일이 있어서요...
사진은 며칠 전에 먹었던 도시락이고요...
오늘 도시락은 이보다도 못한, 너무나 초라한 것이라 사진도 없어요...
일하는 엄마들, 우리 그래도 손 꼭잡고 힘을 내어보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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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ribbonstuffie
'10.8.10 1:15 AM - 삭제된댓글전..소박한 상을 차려드리진 못하지만 말로 때울게요..
괜찮아요. 힘내세요...
아이가 어려서 힘든것들..곧 지나가요.
그럼 또 지금의 소중한 시간이 그리워 진답니다.
힘내시고..좋은 하루 되세요.2. :)
'10.8.10 1:36 AM토닥토닥.. 힘내세요
3. teresah
'10.8.10 7:53 AM외국에서 일하랴...살림하랴...아이들 키우랴...힘드시죠.
그래도 항상 열심히 사시는 것 같아서 보기 좋습니다.
기운 내세요!!4. 해바라기 아내
'10.8.10 9:15 AM저도 일하며 아이들 키우던 그 때가 생각나 눈물이 좀 맺혔네요.
이렇게 쓰고보니 아이들 다 큰거 같지만 이제 한국나이로 9살, 11살.
이쯤만 커도 수월해져요. 애들 금방 커요. 조금만 참으세요.
그래도 외국이 나요. 한국은 아줌마들의 불필요한 평가까지 받아야 하니까요.
우울증 걸릴 시간도 없을 정도로 미친듯이 일하며, 살림하며, 육아 해온 지난 시절을
돌아봅니다. 아직 진행중이기도 하구요.
이제 허리도 아프고, 몸도 골골하지만 저의 노고를 고마워하고, 제 짐을 덜어주려는
남편과 아이들의 노력에 요즘은 행복하답니다.
조금만 더 참으셔요.
십 수년까지 안 가고 몇 년만 지나도 훨씬 수월해져요.5. 토꺵이
'10.8.10 9:28 AM야아앙아아아아아아~~!! 파파파파파팍팍~~!! 울트라 슈퍼 파워 생겨라~~~ 파파팍!!!
제가 딴 건 잘 못해서 주문하나는 잘 외운다눈...
이따 저녁 때 되면 힘이 파바박 날 거예요 ^^
저녁때까지만 우울의 밑바닥에서 우아하게 헤엄치다 저녁때되면 사사삭 올라오세요~ 가끔씩 우울의 밑바닥 쫌 터치해줘야~ 이게 사람사는 거라능거 ㅋㅋㅋ
사실 저도 어제 우울의 끝을 보고 온사람이라눈 히히히
힘내세요~~~6. 마리s
'10.8.10 9:34 AM어젯밤에 우리 모두 다같이 우울한 기분들이었나봐요.. ㅠㅠ
아침에 소년공원님 글 읽는데도 눈물이 ㅜㅜ
진짜 제가 감히 프리님, 보라돌이맘님처럼은 못 차려도
가까이 살면, 맛있는거, 좋아하시는걸로 한상 차려드리고 싶어요...7. 비오는사람
'10.8.10 10:04 AM공원님 글 읽기전에 아무렇지도 않았는데...
울 생각 없었는데 소년공원님이 때리셨어요...ㅠㅠ
없는 솜씨로나마 도시락 한통 정성스럽게 싸서 힘내요 해주고 싶어요...
아 왜 눈물이 안그쳐....8. 곧미녀
'10.8.10 1:05 PM히이잉.....저도 생각한 출근시간 지났다고 유치원 어린이집 가는 아이들에게 눈치주고 소리질렀어요. 앞으로 이생활 언제까지 일까 싶으면....당장 때려치고 싶을것 같아요.
토닥토닥........
전 밥은 못차려 드리구요.. 같이 사먹으러 갈 수는 잇는데.......힘내세요.9. 꿀짱구
'10.8.10 2:21 PM정말 눈깜짝할 사이에 지나간답니다.
저도 일하는 엄마로서 단 하루도 울지 않고 지난 적이 없었지요.
우리 아기 8개월때쯤인가 눈부신 햇살 아래 제가 안고서는 꽃 보면서 서 있는 사진 한 장 있는데
남들 보기엔 정말 그저 그런 평범한 사진이지만
그 사진만 보면 가슴이 울컥 한답니다.
당시 반지하 방에서 살던 때, 너무넘 더워 아기 안고 나와 옆집 대문에 걸린 화분 바라보며 억지로 웃음 지어주던 바로 그 순간. 저는 헐렁한 티셔츠를 걸친 80kg짜리 뚱뗑이 아줌마였죠.
그 아기의 살결, 보드랍고 말랑하던 어깨살, 제가 맨날 얼굴 파묻고 냄새맡던 우리 아기의 동그란 배
아기 냄새, 그 향기로 힘든 나날들을 간신히 견뎌왔다고 생각했었는데
지금 와보니 그때가 너무나 행복했던 시절이었어요.
우리 아기가 벌써 초등학교 2학년인데... 이제 다시는 그때로 돌아갈 수 없겠죠.
힘내세요. 정말 잠깐이랍니다.
아이의 시무룩한 얼굴, 어정쩡한 안녕까지도 다 마음에 고이고이 간직하세요.
가까이 있다면 못하는 반찬이나마 밥상 한상 차려드리고 어설프나마 도시락이라도 싸 드리고 싶어요.10. 다이아
'10.8.10 2:25 PM저두... 그만큼 맛나고 떡 벌어진 아침상은 아니더라두..
아침에 끓인 아욱된장국에 감자조림, 풋고추찜, 버섯볶음이라도 괜찮으시다면
숟가락 하나 더 놓고 같이 밥먹구 싶네요.
아이가 어릴때는 더 힘든것 같습니다.
힘내세요.
오늘은 우울하더라도 내일은 좀 더 힘내는 밝은 하루가 되길...11. annabeth
'10.8.10 4:00 PM소년공원님.. 글 이제봤네요 ㅠ.ㅠ 아가가 아프다고 하더니.. 소년공원님께서 몸도 마음도 많이 지치신것 같아 어째요... ㅠㅠ 너무 먼곳에 계시기에.. 마음만으로 위로해드립니다...
이것 또한 지나가리라 <--이런 말 있잖아요..
한순간이에요.. 좀 더 힘내보셔요.. 나중에 시간이 흐르면 담담하게 생각할 날이 올꺼랍니다 ^^
소년공원님 화이팅^^12. 만년초보1
'10.8.10 6:47 PM아휴, 힘내세요. 가뜩이나 힘든 울 소년공원님 눈두덩 퉁퉁 붓게 해드려서 어째요.
제 눈두덩 가라앉히려고 얼음 잔뜩 얼려놓은 거 있는데 보내 드리고 싶다는.
비가 한참 내리고 나면 공기가 훨씬 맑아지잖아요. 힘내서 뽀송뽀송하게~!
오늘 출산 휴가 간 후배가 3.65kg짜리 둘째 아들을 낳았다고 연락을 했어요.
전 그 후배가 후배지만 얼마나 존경스러운지 몰라요. 넘 완벽하게, 잘하려 하지 마세요.
일하면서 살림하고, 아기 낳아 키우는 것만으로도 이미 위대하신 거예요.13. 프리
'10.8.10 8:03 PM이궁... 늘 씩씩하던 소년공원님.... 이렇게 속내를 털어 놓으시니 더..정이 듭니다요...
정말.... 같이 따뜻한 밥 한끼 같이 먹으면서 이런 저런 이야기라도 나누면 훨 좋을텐데.. 아쉽네요.
그래도.... 힘내세요...
물론 잠시의 고단함이시겠지만.. 정말 일하면서 아이키우고 살림한다는 것 그것 자체만으로도 대단한 거랍니다... 너무 완벽하게 할려고 애쓰다 보면 벅차서... 울고 싶을 그 마음이 아니실까 싶습니다. 그럴 땐..잠시 긴장을 푸시고... 스스로에게 여유를 주도록 하심 어떨까요??? 소년공원님... 따독따독^^14. 보라돌이맘
'10.8.10 10:06 PM힘 내세요. 소년공원님.
살면서 힘들때가 누구나 있지요.
저도 마찬가지구요.
인생이란 사실 좋을때보다는 힘든 시기가 더 많은 듯 하지만...
매번 또 이렇게 또 저렇게 그때그때마다 고비를 넘기면서
열심히 살아가야 할만한 의미가 분명 있지요...^^
속내에 사랑이 많으신 분인 걸 알기에...
아마 어렵고 힘겹게 느껴지는 이런 시련의 시기쯤이야
이번에도.. 그리도 다음번에도... 잘 이겨내실꺼예요.15. 소년공원
'10.8.11 4:23 AM아... 이렇게 많은 분들이 위로를 해주시다니...
정말 감사합니다.
정말 정말 감사합니다.
토깽이님 말씀처럼, 바닥을 치고 올라와서 오늘은 멀쩡해졌어요.
그리고 이 세상에는 나만큼 고생하는 - 어쩌면 더욱 열심히 살고계신 - 엄마들이 많구나 하는 것도 큰 위로가 되었어요. 아이들 금새 훌쩍 큰다는 말씀도 도움이 되었구요.
따스한 말 한 마디 건네주신 모든 분들께 평화와 행복이 깃들기를 진심으로 기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