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렸을 때는 수박 한통 사면 두번이면 싹 다 없어졌는데, 둘이 살고, 제가 먹는
걸 즐겨하지 않다 보니 한통 사면 줄어들질 않아요.
반쪽짜리나 4분의 1쪽을 사기도 하는데, 그런 건 수박 골라서 짝 쪼개질 때
빨간 속살 드러나는 재미도 없고, 또 모르는 사람과 수박 갈라 먹는 게 좀
그래요.

그래서 전 수박 사면 한번 먹고, 이렇게 절단 내놓습니다.
통째로 들어가 있으면 자르기 귀찮아서 또 안 먹게 되잖아요. 이렇게 해놓으면
1주일 다 가기 전에 없어져요. 사각 모양 내느라 희생한 찌끄러기들은 희생심을
높이 사 수박쥬~우스로 업그레이드 시켜 줍니다.
보이는 씨까지 남김 없이 발라냈기 때문에 아주 쏙쏙 잘 먹어요.
제가 이러면 주변 사람들이 '너 남편을 너무 사랑하는 거 아니냐, 멀 그렇게
까지 하냐' 이러는데요, 이게 꼭 그래서만이 아니라요... ^^;
아, 왜 수박씨를 자꾸 바닥에 떨어뜨리느냐구요. 말라붙으면 잘 떨어지지도
않는데, 조심해서 먹던가 떨어뜨린 거 금방 주워 버리면 얼마나 좋아요.
그런데, 남자들은요, 잔소리 해도 소용 없어요. 잔소리 하면 내 입만 아프고,
괜히 서로 기분만 나쁘고, 나만 잔소리쟁이 되고, 그리고 어차피 치우는 것도
내 몫으로 돌아와요.
그래서 결혼 3~4년 차를 넘어오면서는 전략을 바꿨어요. 몸이 좀 수고롭더라도
잔소리 발생 행동을 미리 차단하자. 씨도 그래서 먼저 빼놓는 거랍니다. ㅋ
그런거 몇가지 있어요. 계란후라이 하면서 하도 후라이팬 태워먹고, 닦지도
않고 두길래, 전용 후라이팬 하나 사주고, 다른 건 걍 숨겨 버렸어요.

처음으로 인터넷장보기 이용을 해봤는데, 더운데 무거운 거 들고 다니지 않아서 참 좋긴
하지만, 음식 재료 고르기 좋아하는 저에게는 고문이더라구요.
어떤 녀석들이 올지 걱정도 되고, 기대도 되고, 이틀 동안 머리 속이 온통 장바구니.ㅋ
그래도 생수나 음료, 공산품 같은 건 자주 애용하게 될 것 같아요.
대파는 어떻게 보관 하세요? 유리병에도 넣어보고, 사용 용도에 따라 잘라서 냉동
냉장도 해보고 다 해봤는데, 락앤락 통에 신문지 깔고, 씻지 않은 채로 보관하는 게 젤
간단하고 쓸때도 편하더라구요. 대파 머리는 잘라서 깨끗이 씻어 냉동 보관 했어요.
육수 낼 때 쓰려구요.
그리고 파 하나는 막 쓸거라 깨끗이 씻었어요.

동그랑땡 만들 것입니다. 재료가 참 파릇파릇 실하죠? 닭고기 넣어왔던 팩이 노랗게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네요. 재료는 미리 깨끗이 씻어 물기가 빠지도록 두고, 다른 일을
봐요. 저기 생수통 밑에 있는 건 두부 으깬 거예요. 면보고 꽉 눌러도 두부 물기 빼기
쉽지 않아요. 쫀득쫀득한 동그랑땡 만들기 위해선 물기 쫙 빼주는 게 관건이거든요.
면보로 꽁꽁 눌러 아래 위에 키친타올 깔고 무거운 걸로 눌러두면 다 뺐다고 생각했던
물기가 흥건히 흘러나와요. 쾌재를 불러요. 누구 앞에서 숨어?!

생수통이 물기 잡는 동안 또다른 두부와 놉니다, 전.
일단 이렇게 반씩 갈라 소금을 뿌려 놓습니다. 그럼 삼투압 때문에 두부 속 물기가
나와요. 잠깐만 뒀다가 쓱쓱 닦아준 후 요리 해요. 반씩 가른 이유는 제가 아직 포
뜨는 실력이 부족하여... ^^;

깍뚝 썬 두부를 전분과 함께 봉투 넣고 살살 흔들어 전분을 고루 고루 묻힙니다.
아이고, 두부가 각설탕 같아요. 이쁜 것들. 어서 맛있는 요리가 되어라~!

기름을 두르고 노릇 노릇 지져줘요. 전분 때문에 잘 들러 붙으니까 틈을 유지해 가며.
붙은 녀석들은 과감히 떼어 놓아요.

이 상태로만 먹어도 겉은 바삭 쫀뜩, 안은 보들 보들 정말 맛있죠.
간이 살짝 되어 있어 짭조름 하니, 그냥 먹어도 돼요.

키친 타올이 두부의 기름기를 흡수하는 동안 후딱 소스를 만들어요.
별 거 없어요. 케첩, 고추장, 올리고당(또는 설탕), 간장을 넣으면 되는데요, 입맛에
따라 가감하면 돼요. 전 2 : 1 : 1 : 0.5 비율로 했는데, 다음엔 고추장을 좀 더 줄여
볼까 해요.

소스 가장 자리가 끓기 시작하면 두부 넣고 휘휘 볶아주면 끝.
다음엔 전분 없이 해보려구요. 이거 엄마표 도시락 반찬 중에 아주 완소하던 건데,
대충 비슷은 한데 엄마 손맛이 안나요... 다음엔 전분을 넣지 말까봐요.
엄마는 아주 요리를 쉽게 쉽게 하는 편이라 이렇게 전분 가루 묻혀서 가루날려 가며
하시지 않았을 것 같거든요. 예전에도 전분 없이 해봤는데, 두부가 부서져서... 튀기듯
바싹 부치면 괜찮을까요? 그렇게 해봐야겠다.
울 엄마, 이렇게 모르는 거 투성이인 딸 두고 어찌 눈을 감으셨을까요.

이제 동그랑땡 하겠습니다. 물기를 좍좍 빼줘서 재료들이 포실포실 하죠?
재료들이 서로 잘 붙도록 계란 하나 깨넣고 치대줬어요.

아주 단단하게 치대줘야 나중에 동그랑땡 모양 잡기도 편하고 실한 식감을 느낄 수
있거든요. 저는 이래놓고, 또 무거운 걸로 눌러서 냉장고 안에 좀 뒀어요.
우리 눈썰미 좋은 82cook 언니들... 여기서 뭔가 의문점을 발견한 분 계실 듯.
빨간 파프리카가 안 보이네요. 흐, 맞아요. 재료 다지다가 팔 아파서 파프리칸 다시
냉장고 안으로 고이 모셔놨어요. ㅋ

정육 코너 아줌마가 또 오버 물량을 떠넘기시는 통에 양이 3분의 1이나 늘었어요.
제발 200g 달라면 200g만 주시라구요. 아니 왜 매번 270-280g 앵기세요. 흑.
전 달걀 물 풀 때 포크로 해요. 거품기는 계란 거품이 많이 나서 별루고, 원래 젓가락
으로 휙휙 잘 풀었는데, 포크가 훨씬 힘이 덜 들더라구요.
앞으로 요리 하면서 농땡이 부리기 모드로 돌입할랍니다.

이렇게요. 아놔, 너무 많은 거예요. 말복이라 통닭 튀겨 먹어야 하는데, 날 새겠어요.
그래서 '난 원래 햄버거 패티를 만들어 보고 싶었어' 이럼서 둥글넙적하게 붙여 비닐
봉투에 넣어 차곡차곡 쌓아 냉동실로 직행. 햄버거 만들어 보겠어요. ㅋ

돼지고기는 바싹 익혀야 하잖아요. 시간을 두고 노릇노릇 지져줘요.
가장 자리가 깔끔하게 다듬어지려면 옆에 세개 있죠? 저렇게 달걀물이 다 익기 전에
뒤집어 주면 깔끔하게 붙어요. 세개씩이 딱 이더라구요. 사진 찍느라 쟤들은 달걀이
너무 익어 너덜너덜 좀 불랑스러워졌다는.

불량이가 몇개 보이죠? 왼쪽 아래는 카메라 렌즈에 뭐가 묻어서 흐릿.
사진들 중 저 상태 애들이 꽤 있어요.
몇개 되지도 않음서 엄살이라구요? 흐~ 저거 막 부치기 시작할 때 귀가하신 남편님이
'하나만 더 먹으면 안돼?' 하믄서 10개도 더 드셨다지요.

2단으로 쌓았어요. 푸짐하죠? 동그랑땡이 단단하면 냉장고 안에 둬서 식었다
먹어도 식감이 그대로 살아서 좋아요.

얘도 전분이 들어가 쫄깃 쫄깃 해서 식어도 맛있답니다. 매번 해먹을 수 없고, 미리
많이 해두고 먹어야 하는 맞벌이는 이런 음식들이 필수라지요.
식어도 괜찮고, 냉동 시켰다 해동해도 괜찮은 음식들.

동그랑땡 하고 남은 계란물은 이렇게 김 한장 넣어 돌돌 말아줘요.
시댁 가서 전 부치고 나면 저 마지막에 일부러 계란을 좀 더 깨어 넣어서 이렇게
계란말이 부쳐요. 동서가 제가 만든 계란말이를 넘 좋아해서 꼭 그거 반찬으로 저녁
먹거든요.
부치는 내내 옆에서 동그랑땡 빚어 밀가루 묻혀 주던 동서 생각이 나더라구요.
동그랑땡 하나 부쳐도 혼자 하니 이리 힘든데, 동서 없었음 네 광주리나 되는 걸 어찌
다 했을까요. 이번 추석엔 치즈 넣은 왕계란말이를 해주어야겠어요.
초복, 중복, 말복, 모두 삼계탕을 먹지 않았어요. 가만 보면 주면 곧잘 먹긴 하는데,
남편이 삼계탕을 그닥 좋아하지 않는 것 같더라구요. 관찰해 본 결과 물컹물컹한 것을
싫어하는 것 같아요. '통닭 해줘요?' 했더니, '아니, 그걸 어떻게 집에서 해먹어.
통닭은 시켜 먹는 거잖아.' 하네요. 어머님이 집에서 닭튀김은 안해주셨던가 봐요.
아주 어린 시절, 아빠 월급 날이면 통닭을 먹곤 했어요. 아직도 기억나네요.
당시 원주에 살았는데, 아빠 월급 날 되면 시장통에 아빠랑 손 잡고 가서 닭 두마리
튀겨 누런 봉투에 넣어오곤 했어요. 그 기억이 참 많은 걸 보니, 닭 튀기러 갈때는 항상
저를 데리고 가셨나 봐요, 아빠는...
그러다 저희가 좀 자라면서는 삼겹살을 궈먹었어요. 살림살이 나아진 거죠. ^^
돌판에도 궈먹고, 솥뚜껑에도 궈먹고, 암튼 월중 최고 이벤트 데이였어요. 살림살이가
더 나아지면서는 갈비나 회 먹으러 외식을 나갔고, 통닭은 더이상 사먹지 않게 됐죠.
대신 엄마가 닭튀김을 해주셨어요. 엄마표 닭... 정말 너무너무 맛있었어요.
그거 함 재현해 보려고 용을 써봤어요. 이 더위에 튀김이라니...

깨끗이 씻은 닭을 우유에 재워 비린내를 제거해줬어요.
엄마는 닭을 통째로 사와 탁탁 쳐서 분해를 했는데, 전 그럴 자신이 없어 닭도리탕
용으로 잘라져 있는 걸 사왔거든요. 그러니까 튀김 떼깔이 영 소심하대요. 닭 분해하는
것 부터 배워야 겠어요.

일단 해보고, 엄마표 통닭 맛을 찾아 보자 싶어, 아키라님 레서피를 기본으로 해봤어요.
양파랑 마늘 갈아서,

허브솔프, 후추 듬뿍 뿌려 재워 놨어요.

제 주방엔 사방에 요리도우미들이 넘쳐 납니다. 치킨은 치킨끼리.
마트에서 사온 치킨튀김가루가 꽤 무겁더라구요. 그래서 재료가 잘 배어들라고, 이렇게
꽉 눌러 냉장고 안에 넣어놨어요.

치킨튀김가루 솔솔 뿌려주고,

엄마표 닭튀김은 튀김옷이 그렇게 맛있을 수 없었거든요. 그래서 튀김가루를 양파+마늘
물에 개어 듬뿍 묻혀줬어요. 너무 두껍게는 말구요.

집에 묵칼은 없고, 제대로 된 후렌치후라이는 먹고 싶고 해서, 마트에서 냉동 감자
사왔어요. 절대 언 상태로 튀기지 마세요. 기름 많이 튀고, 수분을 그대로 갖고 있어서
바삭하지 않거든요. 다른 음식하는 동안 예는 구석탱이에서 녹고 있어요.

기름에 감자부터 튀겨주고.

기름 절약하려고 두번에 나눠서 튀겼어요.

감자가 바삭하니 잘 튀겨졌어요. 이렇게 속이 좀 투명하게 보이는 후렌치후라이 넘
좋아하는데, 이 냉동 감자 괜찮네요.

두번째는 기름이 좀 타서 시꺼먼 것들이 좀 보이네요. 이거 보니 배달 통닭 또 못
먹겠어요. 세 번 써도 이런데, 기름 한번에 수십마리를 튀긴다니...
넘 맛있었어요, 남편이 어떻게 통닭집 통닭을 집에서 먹느냐며 신기하다를 연발하며
먹었는데... 결론은 엄마표 닭튀김은 아니라는 거. 먼저 저 색깔 부터가 치킨튀김가루
때문인지, 엄마 거랑 달랐어요. 엄마 닭튀김은 하얀색이었거든요.
아주 바삭하고, 퍽퍽한 닭가슴살까지 남김 없이 먹을 만큼 간이 제대로 밴.
다음엔 밀가루와 튀김가루로만 해볼까봐요.

케찹도 곁들여서.

열량 과다이므로, 요구르트 드레싱 끼얹은 과일과 함께.
참 웃기죠, 저 소스 열량 얼마나 된다고. 닭다리 하나를 덜 먹을 것이지. ^^;
오늘 트위터로 82 회원 한분이 자꾸 저를 울려요. 저 어제 저 닭튀김 먹다가도 얼마나
울었는지... 남편 운동하러 나간 다음에 설겆이 하며 참 많이도 울었죠.
엄마가 계셨음 한두가지만 일러줘도 철썩 같이 해냈을 텐데, 그러고, '역시 우리딸'
이라고 칭찬 받았을텐데...
그러고 보니, 엄마 한테 음식을 해드린 적이 거의 없어요. 어렸을 때 아빠가 근무지
때문에 지방에 계셔서 엄마가 안계신 적이 많았어요. 그땐 제가 오빠와 동생 도시락을
싸서 음식을 곧잘 하긴 했는데(초딩4학년 때부터^^V),
엄마가 워낙 후딱 후딱 음식을 잘하셔서인가 엄마한테 해드린 적은 없네요.
너무 없어서, 해드렸을 때 너무 좋아하시던 엄마 모습이 생생해요. 고 3때, 저 시험
앞두고 엄마가 10일 동안 금식 기도를 하셨어요. 너무나 순수한 기독교인이었고, 또
자식에게 절절했던 엄마는 진짜 열흘 동안 물도 거의 안 마시고 금식기도를 하셨답니다.
기도 대로 되지는 않았지만, 전 엄마의 그 기도 덕에 어떤 좋은 대학에 간 사람 보다
잘 되리라 자신해요. 엄마 기도가 헛되지 않도록 열심히 살거구요.
그때 금식 기도 끝나는 날, 제가 미음을 쑤어 드렸어요. 그 기운 없는 중에도 어찌나
해맑게 웃으며 좋아하시던지.
- 미음 보다 우리 딸 마음이 이뻐서 힘이 나네.
가르쳐 주지도 않았는데, 어떻게 이렇게 잘했어.
하시던 게 아직도 귀에 쟁쟁 해요. 이랬는데, 엄마 생신상이라도 거하게 차려 드렸으면,
울 엄마 얼마나 행복해 하셨을까요.
그리고, 엄마에게 정식으로 배운 건 딱 하나 있어요. 결혼하고 나서 전화로는 수없이
배웠지만, 겨우 1년이었으니... 대학 다닐 때 김밥 마는 걸 배웠죠. 엄마표 김밥이 정말
맛있었고, 친구들 한테도 인기가 좋았거든요. 역시 비법이 있더라구요. 김밥 마는 거 넘
좋아해서 이젠 엄마 보다 더 쫀쫀하게 잘 말 자신 있는데, 엄마 스케치 가실 때, 엄마
친구들 김밥까지 싸서 들려드렸더라면, 울 엄마, 얼마나 뿌듯해 하셨을지...
jeongminji님이 '樹欲靜而風不止 子欲養而親不待' (나무는 가만히 있으려 하나 바람이
가만두지 않고, 자식이 효도하려 하나 부모가 기다려 주지 않는다) 트위터 멘션으로
보내신 글귀가 오늘 가슴을 자꾸만 후려칩니다. 정말 엄마와 하고 싶은 것, 해드리고
싶은 게 많았어요.
입밖에 내어 표현은 못했지만, 약속은 안했지만 같이 나이들어가며 친구처럼, 자매처럼,
그렇게 하고 싶은 일들이 정말 많았답니다.
이렇게 아무 것도 못해보고 보내드려야 했을 줄은...
언니도, 여동생도 못 낳아줘서 미안하다고, 대신 엄마가 평생 언니도 되어 주고, 친구도
되어 주신다더니... 철없던 어린 시절 부터 시장 갈때 손잡고 가시며, 아침에 머리 빗겨
주시며, 백화점에서 옷 입혀 주시며, 내내 그러시더니...
30년 동안 엄마 죽는다는 상상만 해도 눈물 줄줄 흘러내리던 여린 딸을,
어디 장거리 여행만 가도 엄마 보고 싶어 매일 매일 편지를 써 날리던 정 많은 딸을...
엄마 없이 자라 엄마 없는 설움이 어떤 거라는 거 누구 보다 잘 알았을 우리 엄마가,
이런 딸을 두고 어찌 눈을 감으셨을까요. 보고 싶습니다. 너무 많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