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구경하며 한껏 어머니 생각에 젖었다가
비 그치고 내리쬐는 햇볕에 땀 줄줄 흘리며 찡그린 인상으로 퇴근한 어제.
H씨 ‘밭에 갔다 왔다.’며 안방에 에어컨 켜 놓고 고구마 줄기 다듬고 있더군요.
마주 앉아 이러저런 얘기하며 같이 고구마 줄기마저 다듬었습니다.
땀은 식었지만 덥다는 느낌은 여전했습니다.
K는 친구 만나 저녁 먹고 독서실 간다고 했고 H씨도 저녁 생각 없다고 하니
나만 먹으면 됩니다.
냉장고에 찬밥 들어 있고 된장에 무친 고구마줄기 반찬이 보였습니다.



양푼에 찬밥 한 덩이 담고 고구마 줄기 담긴 반찬통 엎었습니다.
들기름 넣고 고추장 반술 정도 넣어 비볐습니다.
찬밥이라 잘 비벼지지 않습니다. 숟가락 세워 밥덩이를 먼저 잘게 부순 후 비볐습니다.
“밥을 데워 먹지! 냉장고 든 걸 그냥 먹어요.”라며 H씨 한 걱정 합니다.
“뭐 어때, 괜찮아.”라고 말해주었습니다.
참 이상하게 전 더운밥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습니다.
한여름이면 더 그렇습니다. 찬밥과 더운밥 같이 있으면 항상 찬밥을 집어 듭니다.
더운밥 주면 신경질이 날 때도 있습니다.
아버지는 한 여름에도 꼭 더운밥과 뜨거운 국을 드셔야 했던 분입니다.
여름이면 연탄불 화덕 옆에서 밥을 짓고 국을 끓이던 어머니 땀 과 머리 수건이 고단한 기억으로 남아 있습니다.
그래서 찬밥을 좋아하는지도 모르겠습니다.
비빔밥 한 양푼 뚝딱하고 나니 좀 더위가 가셨습니다.
K 오면 간식으로 주려고 옥수수 삶아 놓고
오늘 아침 반찬 하나 만들었습니다. 고추장 고구마줄기지짐입니다.
이전엔 된장에 무쳤으니 이번엔 고추장에 지져보렵니다.


적당한 크기로 자른 고구마줄기 냄비에 넣고
다진 마늘, 고추장 2/3술, 된장 약간을 밥 한 공기쯤의 물에 잘 풀어 냄비에 부었습니다.
센불로 끓이다 끓기 시작하면 중간불로 낮추고 들기름 좀 둘러 윤기 자르르 흐르게 하고
배즙 한술 풀어 달달한 맛을 더해 한소끔 끓였습니다.
뭐라 표현 할 수 없는 찌개 익는 냄새에 불에서 내렸습니다.
좀 심심합니다. 소금으로 간을 맞췄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