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른 가 두부 한 모 사와라.” 는 것과 “콩나물 00원어치 사오라.”가 아니었을까 싶다.
지금도 장 볼 때마다 빠뜨리지 않는 게 두부다.
그런 두부를 2007년부터 한 2년쯤 집에서 만들어 먹었다.
재미삼아 만든 두부에 ‘세상에서 가장 맛있는 것’을 만난 듯 좋아하는 딸과 H씨 모습에 거의 매주 만들었다.
두부란 음식이 만들면 만들수록 ‘참 신산했을 음식’이란 생각에 마음이 아리기도 했고
넘쳐나는 비지를 보며 아까워도 하고 비지전, 비지장 따위를 만들어도 보았다.
그러다 딸 K가 기숙학교에 가고 한 달에 한번 집에 오게 되며 나의 두부만들기는 자연스럽게 사먹는 걸로 바뀌었다. ‘든 식구는 몰라도 난 식구는 안다.’고 셋에서 둘로 식사 인원이 줄자 주말에 만든 두부가 일주일을 넘겨도 남아 있기 일쑤였다. 게다가 셋일 때도 처치 곤란인 비지까지 보태니 자연스럽게 두부 만들기는 멈춰지더라. 그렇다고 아이 있는 방학 때만 만들어 먹기도 유난스러운 것 같아 그냥 사먹었다.
올 들어 주말마다 K가 집에 오고 ‘다시 두부 만들어야지’ 하는 마음이 들긴 했는데, 이 핑계 저 핑계로 게으름 피우며 한 주 한 주 보내다 6월도 절반을 넘겨 지난주에야 만들었다.
꽤 익숙한 일인 줄 알았는데 오랜만이라 그런지 ‘두부만들기’는 더뎠다. 40여분이면 될 일을 1시간이 넘게 걸렸다. “이 신산스러운 일을 내가 왜 할까?” “그냥 사먹고 말지.” 하는 맘이 콩물 짜며 콩물 저으며 순간순간 들었으나 멈춰지진 않더라. 동동거리며 허리가 휘도록 오금이 배기도록 다듬고 삶고 말리고 절여 논 저장음식을 다시 불리고 삶고 무쳐 풍성한 먹거리로 내 놓던 어머니도 이러셨을까 가만히 짐작해본다.
국산 콩 500g 한 봉지면 4~5천원쯤 한다. 500g 불려 온전히 두부 만들면 시중에 판매되는 두부 두 모쯤 나온다. 질로 따지면 훨씬 단단하고 고소한 맛도 더한다. 비지까지 생기니 노동력을 뺀다면 그럭저럭 만들어볼 만한 일이긴 하다. 이번엔 천연간수 따로 구매안하고 집에서 염촛물 만들어 했다.
1. 두부 만들기 준비물
메주콩 500g, 베주머니, 면보, 믹서, 간수로 쓸 소금과 식초, 소포제 대용 들기름…….
2. 두부 만들기
- 콩을 물에 불린다. 저녁에 불려 아침에, 아침에 불리면 저녁에 쓴다고 생각하면 된다.
- 불린 콩을 분량 2배만큼의 물의 넣고 믹서에 간다. 한 번 콩물을 짜내고 남은 비지는 한 번 더 갈아 짜낸다. 아깝다고 세 번까지 할 필요는 없다. 쌀뜨물 같은 말갛물만 나온다.
- 콩물을 큰 솥이나 냄비에 받아 끓인다. 이 때 콩물이 너무 되직하면 물을 좀 넣는다.
- 간수 준비한다. 물 한컵에 소금과 식초를 1:1 비율로 섞는다. 내 경우는 소금과 식초 2큰 술이었는데 좀 짰다. 두부의 간과 단단하고 부드러움의 기호에 따라 소금과 식초양을 조절하면 될 것 같다.
- 간수 준비가 끝나면 들기름 한 큰 술쯤 콩물에 붇고 슬슬 저어준다. 들기름은 소포제 대용이라는데 거품이 제거 된다기보다 거품이 더 생기는 걸 막아주는 것 같다. 이과정은 생략해도 두부만드는데는 지장없다.
- 콩물이 끓어오르면 불 끄고 준비된 간수 슬슬 뿌려 두어 번 저어 놔둔다.
- 잠시 후면 뭉글뭉글 두부가 뭉치는 걸 볼 수 있다. 순두부다.
- 순두부 좋아한다면 한 국자 떠 식구대로 먹어도 좋고 간단히 소주 한 잔도 좋다.
- 여기 순두부까지라면 저녁에 불린 콩으로 아침에 비교적 간단히 만들 수 있어 해장으로 좋다.
- 순두부가 좀 식으면 채반같은 곳에 면보 깔고 순두부를 붓거나 국자로 떠 간수 뺀다.
- 이때 빠지는 콩물은 따로 받아 찌개에도 넣고 식혀 세안용으로 써도 좋은데 오래 두고는 못쓴다. 콩물은 냉장 보관해도 쉽게 상한다. 세안용으로 아침에 받아둔 콩물 저녁에 쓰려면 보통 상해있다.
- 면보에서 일차로 간수 빠진 순두부를 두부 틀에 면보째 넣고 힘껏 누르면 두부 완성이다.
- 두부틀은 나무나 플라스틱으로 된 것 인터넷에서 구입하든가 적당한 크기의 상자에 구멍 뚫어 사용하면 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