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었을 해야 할 지 몰라 마음만 분주 합니다.
저나 아내 모두 그렇게 먼 곳으로 여행 해 본 적이 없는데
주이 혼자 그 먼 곳으로 보낸다 생각 하니 막막한 심정입니다.

그래도 아내는 마른 반찬을 준비 해햐 할 것 같아 멸치를 볶고
멸치 볶은 팬에 찬 밥 넣고 둘둘~ 돌려 주먹밥을 만들었습니다.
주먹밥 먹고 기운내서 짐을 싸야 겠습니다. ^^
주이 격려차 어머니, 주이 고모들(저의 여동생들)과 저녁을 함께 하기로 했습니다.
마음도 심란하고 그런데 밖에서 간단히 외식을 할 까......
아내에게 물으니,
걍~ 집에서 해 먹자는군요.

뚝딱뚝딱~ 주방에서 분주 합니다.
오늘 메뉴는...?
비빔밥이라네요.....

이것 저것 준비 된 모양입니다. ^^

돼지고기도 좀 삶고....

즉석에서 오이 4개로 담근 오이 소배기....

느타리 버섯...

호박 나물...

꼬들꼬들~ 맛있는 무생채...
잠깐 설명 하자면, 무를 도톰하게(7mm) 채 썰어 소금에 절이고
물기 없도록 꼬옥~ 짠 다음 적당히 양념합니다.
(이때 물엿을 살짝 넣어 주는것이 팁 ^^)

요놈은 취나물 같은데.... 아니라네요.
언젠가 얻어온 정체 불명(?)의 나물입니다.
맛은? 구웃~~ ^^

비빔밥에 빠질 수 없는 콩나물.... ^^

버섯~ 하면 역쉬
표고버섯.....

이렇게 주욱~ 늘어 놓으니 일단 보기에 그럴듯~ 해 보입니다.

결정적으로 계란 후라이가 망했습니다. ^^;;
하지만 어차피 비빌건데요 뭐~~^^
7/27(월)
이상하게 잠이 안와 결국 밤을 하얗게 새운 아침,
아내, 주이와 함께 셋이 대사관에 서류 제출하러 집을 나섰습니다.
일주일에 딱 2일, 월요일과 화요일 그것도 오전 9시에서 12시까지만 서류를 받는다는군요.
길이 막혀 11시 30분에 서류를 제출하려니, 서류 한 장이 빠져있군요. ㅜ.ㅜ
가장 가까운 주민센터로 달려가 서류 떼서 번역해 출력을 하려 PC방을 찾았더니
그 동네 PC방은 어떻게 프린터 있는곳이 없네요. ㅜ.ㅜ
시간은 점점 지나 10분정도 남기고 어렵사리 찾은 복사소에서 출력해서
다시 대사관으로 달려가니 12시 1분전.
마치 007 첩보 작전을 방불케 하는 접수였네요. ^^

여기 저기 들려 미처 준비 못했던 물건들 몇가지 쇼핑하고 집에 오니 짐도 꾸리기 전에 파김치입니다. ^^;;
그래도 저녁먹고, 기운내서 이제 본격적으로 짐을 꾸리기 시작 합니다.
뭘 어떻게 꾸려야 좋은지...
뭘 가져가고 뭘 못가져 가는지 몰라 일단 방에 주욱~ 늘어놔 봅니다.
난민 살림살이가 따로 없군요. ^^;;

7/28(화)
밤을 거의 꼴딱 새고....
아침이 되었어도 늘어져 있는 짐들은 그냥 그대로 입니다.
가방 하나에 20Kg밖에 담을 수 없고
기내 들고 가는 빽도 12Kg을 넘을 수 없다기에
체중계로 수시로 무게 달아가며 넣었다 뺐다 하기를 수 십번....

결국 저 많은 물건들 중 2/3는 탈락하고 늦은 밤이 되어서야 겨우.....
이렇게 짐 꾸리기를 마쳤네요.
이제 이 밤이 지나면 출발입니다.
아침 비행기라 새벽에 집을 나서야 하는데
오늘도 역시 잠이 안 오는군요. ㅜ.ㅜ
7/29(수)
새벽 4시 조금 넘어 집을 나서 공항에 6시 즈음에 도착.
온 가족 어리버리 이리저리 헤메이다 겨우 체크인 하고나니 1시간 여유가 있군요.
핸드폰을 로밍하러 갔더니 예상 못했던 돌발 사태가 생겼습니다.
해외 로밍은 최근에 나온 영상통화가 되는 핸드폰만 로밍이 된다네요.
저의집 식구 핸드폰 4개가 모두 구형이라 로밍이 안된다니,
아쉬운대로 공중전화에서 선불카드로 연락 하기로 했지만 그래도 걱정입니다.
밥 생각은 없지만 그래도 뭔가 먹어야 할 것 같아 식당에서 간단히 요기하고 나니
이제 시간이 15분 정도 밖에 남지 않았네요.
늘 같은 침대에서 티격태격 깔깔거리며 장난치던
주이와 진이가 서로 아쉬운 장난을 치는데
아내는 정신줄을 놓고 있군요.
엄마 기분 풀어주려고 주이는 애교도 부리고....

이제 시간이 다 되어 갑니다.
엄마 손 잡고 출국장으로.....
자신있다고, 걱정말라며 웃으며 여유 부리더니 막상 시간이 다가오니
자못 표정이 사못 비장해 지는것 같습니다.
출국장으로 들어가기 직전, 주이가 갑자기 눈물을 보이는군요.
엄마를 끌어안고 아무말 없이 눈물을 흘리더니 손 흔들며 출국장으로 들어 갔고
아내는 유리문 옆 작은 틈으로 주이가 보이지 않을때까지 뒷 모습을 쫒았습니다.

남은 세 식구,
저 멀리 어느 비행기를 타고 갈지 막연한 마음으로 한 참을 바라 보고 있었습니다.
비행기가 이륙 하려면 아직 1시간은 더 있어야 하는데.....
말을 잃고 멍 하니 창 밖만 바라보고 있는데 핸드폰으로 문자가 오네요.

...
......
오전 11시.
공항에서 돌아 오는 내내 아무말 없던 아내는
집에 들어서자 마자 쓰러져 잠이 들었습니다.
저는 며칠 잠을 못 자 머리가 아픈데도 계속 잠은 안 오더군요. ㅜ.ㅜ
지금쯤 어디를 날고 있을까?
기내에서 주는 식사는 잘 먹었을까?
12시간을 어떻게 보낼까?
......
저녁 10시가 거의 다 되서 전화가 왔습니다.
파리에 도착했고 이제 다시 비행기 갈아타려 하고 있다고....
전화 하기가 여의치 않아 리옹에 도착해서 숙소에 들어가면 전화 하겠다더군요.
비행기를 갈아타고 1시간여 더 날아가
리옹 도착 예정시간은 이곳 시간으로 밤 12시 30분.
다시 기다립니다.
12시 30분이 지나 1시가 넘었습니다.
도착 했을텐데 왜 전화가 안 오지?
짐을 못 찾았나?
길이라도 잃고 헤메고 있나?
짐 때문에 전화하기가 여의치 않아 못하나보다.....
또 다시 기다리고 기다립니다.
새벽 2시가 지나고 숙소 도착 예정시간인 2시 반이 지나가고 있는데도 연락이 없습니다.
버스에서 내려 택시를 잘 못 탔나?
택시가 엉뚱한 곳으로 데려간것 아닐까?
연락이 안되니 답답하기 그지 없습니다.
이럴줄 알았으면 진작에 핸드폰 신형으로 바꿔줄껄.....
후회 막심입니다. ^^;;
3시가 다 되어 전화벨이 울립니다.
이제 도착했고 숙소 관리인 만나 열쇠를 받았다는군요.
휴우~
이제 안심입니다. ^^
약간의 문제가 있어 몇차례 더 통화를 하다보니 두어시간이 더 지나고,
어느덧 창 밖이 어슴푸레 밝아지는더군요.
이래서 3일 연속 밤을 꼬박 새운 샘이 되는군요.
그래도 이젠 잠을 푹 잘 수 있을것 같습니다. ^^

7/30(목)
동틀 무렵 잠이들어 오후 늦으막히 일어났습니다.
밥 생각이 없다고 하니, 아내가 감자를 삶고 부침개를 부쳐주네요.
부침개를 먹으며....
지금 주이는 몇시쯤일까?
아마도 아침일것 같은데, 잠은 잘 자고 일어났을까?
하는데.... 컴퓨터에 연결해 두었던 수화기에서 벨이 울리더군요.
'앗 ! 주이닷~!!'
아내와 동시에 컴 앞으로 달려 갔지요. ^^
'아빠~'
'응~그래~ 인터넷 연결 했구나?'
'응~ 인터넷 선이 있어 연결했더니 되네~'
'화상 연결 버튼 클릭 해봐'
'이거?'
'아~ 보인다 보여~ 주이 모습이 보인다~'
'나도 엄마 아빠 모습 잘 보여~'
......
이제 눈으로 보고 목소리 들으니 안심입니다. ^^

오후에 서류 제출하러 다리 건너 사무실에 갔다 오면서 찍은 사진을 보여주네요.
그곳은 날씨가 많이 덥긴 하지만 화창하고 좋다네요.
길거리도 깨끗하고....

불과 이틀 전만 해도 집에 있던 아이가
지구 반대편에서 혼자 저렇게 길거리를 걷고 그 모습을 곧바로 보여주는걸 보니,
참 좋은 세상 입니다.
우리가 가보지 못하고 경험하지 못한것들.....
자식들이 대신해 주니 고마울 따름이지요.
이렇게 세월은 흘러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