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톡 하향평준화 위원회 회장, 발상의 전환입니다.
더운데 어찌 지내고 계시는지요.
저 역시 밥 해먹기 힘들지만,
좋은 이웃들 덕에 근근히 연명하고 있습니다.
세팅을 좋아하던 제가...
(아무도 모르겠지만;;;;;)
아이 데리고 씨름하느라 이렇게 변하더군요.

제목 그대로 저질밥상.
(원어로 말씀 드리면 즈질밥상...)
어느 날 점심이었답니다.
음식에도 어울리는 상차림과 매너가 있잖아요.
저는 이 밥상에 딱 어울리게,
애 업고 서서 먹었습니다.
그래도 꿀맛이었다는... 쿨럭!
(저는 전생에 향단이었나봐요.-,.-)
그도 그럴 것이 바로 딴 상추라 야들야들하고 너무 맛있었어요.
거기다 친정엄마가 직접 담근 고추장과 막장~
여기다 염장을 조금 더 지르면...
아직도 상추를 사다 드세요?

요건 옆집 103호 할머니께서 뜯어다 주신 상추구요.

이건 건넛집 104호 아주머니께서 뜯어다 주신 상추에요.
(104호는 한겨레 구독하시는군요. 제가 전에 그랬죠? 개념 찬 이웃들 때문에 그릇 반납 때 덮을 신문이 없다구요. ㅠ.ㅠ 폐지 줍자고 광화문에 갈 수도 없공...-.-;)
암튼, 얘는 얼마나 여리여리한지 먹기가 미안할 정도!
어쩐지 쓰미마셍... 하고 먹어야 될 것 같았어요.
요런 건 쌈 싸먹기에는 부적합하구요.
큰 볼에 고추장 넣고 살살 비벼 먹어야 해요.
계란 후라이 필수!
(단, 노른자가 익지 않은 반숙이어야 합니다!!!!)
그러면 격 떨어지는 상추 비빔밥 완성이지요~
격 없는 비빔밥은 이웃들과 격의 없이 지낸다는 반증~
괜찮아요.
어차피 저는 향단이니까요~^_________________^
이분들 덕에 이번 여름에는 마트에서 상추를 집어든 기억이 없어요.
다른 동은 화단에 모두 화초 같은 걸 심었는데
저희 동은 뒤편이 산이기도 하고 아파트 입구랑 멀어서 눈에 잘 띄지 않거든요.
그래서 주민분들이 소소하게 키우시는 게 있어요.
텃밭이라고 하기엔 좀 뭐하고,
화단에 고추랑 상추 키우시는 정도.
저도 초기에 뭣 모르고 나도 한번 해볼까 했는데
거기 심고 계시는 분들은 아파트 입주할 때부터 계신분들이더군요.
그래서 저는 명함도 못 내밀었어요. ^^;

이런 것도 받았답니다.
104호 아주머니께서 제주도 분이시거든요.

주시면서 재피라고 하던데 찾아보니 제주도 방언이라고 하네요.
상큼하면서도 씁쓸한 맛과 향이 나는데 상당히 독특해요.
묘한 레몬향???
레몬 제스트와 비슷한데 흰 부분까지 갈아버린 맛이라고 해야 하나?
독특한 향 때문에 못 드시는 분도 계실 듯.
저는 처음인데도 금방 적응 됐어요.
제가 향신료에 좀 강하거든요.
추어탕에 산초가루 팍팍 넣고,
쌀국수에도 고수 수북~
인도에 가서도 현지인처럼 잘 살 것 같아요. ^-^
어쨌거나, 재피잎을 잘게 다져서 물회에 올려 먹기도 한대요.

큰 것도 있고,

이렇게 작은 것도 있었어요.
많이 주셔서 부추 부침개 할 때 몇 조각 넣었는데 그것도 괜찮았어요.
제주도분들, 다양한 활용법 부탁드립니다~^^

이건 팔삭 (혹은 나스니깡)이라고 불리는 과일인데
알맹이만 갈아서 얼린 거래요.
이것도 제주도 과일.
자몽처럼 약간 씁쓸한 맛이 나요.
저희 언니는 별로라는데,
저는 맛있었어요.
설탕이나 꿀을 타서 먹어도 좋대요. ^^

이게 팔삭이에요.
전에 받은 건데 신기해서 찍어두었어요.
귤과 비교하니까 정말 크죠?

작은 귤이긴 하지만,

그래도 엄청 크죠?
껍질이 상당히 딱딱해요.
오렌지보다도 훨씬...
제주도에서는 마당에서 과실수로 키워서 드신다고 하니 외지인들은 모르고 현지인들만 아는듯 해요.

저희 언니가 감자 한 박스를 가져다주었어요.
시댁에 다녀오는 길에...
언니 덕분에 이웃분들께 인심 좀 썼죠.
분이 폴폴 나는 맛있는 감자였어요. ^^b
근데 이 감자박스 되게 웃겨요.

크기 표기 좀 보세요.
왕왕, 왕특, 특, 대...
사람들이 큰 걸 좋아하니 이런 웃지 못할 촌극도 벌어지네요.
왕이 특보다 크다는 건 대체 어떤 근거인지...
색깔 선명하고 큰 것을 선호하니 농약치고, 화학비료에 색소까지...
좀 작고 못 생기면 어떤가요.
벌레 좀 먹으면 어때요...
농약 친다고 뭐라고 할 게 아니라 우리의 인식과 선택부터 바뀌어야 할 것 같습니다.

감자 돌린 날,
점심에 물회를 가져다 주셨어요.
위에 잘게 다진 게 재피잎이에요.
이런 거 너무너무 반갑죠.
주부들이 제일 소홀하기 쉬운 게 점심이잖아요.
저는 이유식 만들고 먹이고...
그러고 나면 입맛도 없고 기력도 없어서 혼자 먹자고 뭘 해지지가 않아요.

오징어랑 양파, 오이, 청양고추...
그리고 잘 보이지 않지만 오도독 씹히는 소라도 있었답니다.
찬밥 잔뜩 말아서 볼이 미어지게 먹었어요.
(역시 난 뼛속까지 향단이..=.=;)

아놔~
지친다, 지쳐...
정리를 하면 뭐합니꺄!

치워도 잠깐뿐!
이런 일은 일상다반사고,
끝나지 않는 도돌이표처럼 무한반복됩니다.
내가 뭔 시지프스도 아니고...
애들 책이요, 하드커버라 돌댕이처럼 무거워요. ㅠ.ㅠ
요즘 어지르는 영역이 점점 넓어지고 있답니다.
엄마 살림 잘하는지 검사하느라고 요샌 싱크대 아래서 살아요.

워이~
저리가라!
아이 키우다가 좀 지치고 힘들면
스카이라운지로 올라가 기분 전환을 하고 오지요.
몰래 아껴둔 나만의 스카이라운지로~

전망 괜찮죠?

저희 아파트 옥상이에요. ^^
여기에 차 한잔 타가지고 가면~ 캬!
(뒤에 애를 업었을지언정...ㅋㅋ)
이 날은 비가 와서 운치 만점이었어요. ^^

저 멀리 관악산도 보이죠?
비가 와서 선명하진 않지만...
맑은 날은 맑은대로,
궂은 날은 또 그런대로...
쉿!
암튼 이 장소는 비밀이에요.

스카이라운지의 실체는 이렇습니다.
괜한 환상 가지실까봐서...^^;
저희 아파트,
재건축 얘기가 솔솔 나오는 곳이에요. ^-^

돌아오는 엘리베이터에서 한 컷!
엄마가 차 한잔 즐기는 동안 잠이 들었더군요.
잠들면 이 엄만 땡큐지~
한번은 아이 없이 외출을 했는데
몸이 얼마나 가뿐하던지요.
혼자일 때 맘껏 못 돌아다닌 게 억울할 정도로...
그랬는데 아이 둘 있는 선배가 그러더군요.
하나면 얼마나 가뿐하니?
맞아요...
그 때를 그리워하지말고
하나일 때의 가뿐함(!)을 즐겨야겠어요.
애가 둘이면 스카이라운지에서 차 한잔 즐길 짬이 있겠나요?
늘 지금 이 순간에 감사하며 살아야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