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주이가 동생 진이 가르치는 모습 한번 훔쳐볼까요?
그럼 타임머신 타세요.
자아~ 출바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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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5-05-27
< 선생님 놀이 >
퇴근하여 집에 들어서니 이상하게 오늘은 조용하다.
"얘들아~ 아빠 왔다~"
"아빠 다녀오셨어요? 지금 진이랑 공부하는 중이예요."
"압빠~ 저 지금 두루모아 공부하는 중이에여. 그런데 온니가 선생님이에여."
"강진이 어린이~ 빨리 이거 해 봐요."
"니에~ 아라쩌요. 선생님~"
"진이야~ 그래두 아빠랑 뽀뽀 할껀 하자아~ 자아~ 뽀~~"
"안데여~ 저 지금 공부 해야 한단 마레여."
"그래도 아빠랑 뽀뽀 하자~ 에잇~ 쪼옥~"
"아잉~ 선생님~ 이 아저씨가 우리 압빤데여 자꾸만 뽀뽀하자구 기찬게 해여.
우리 압빠좀 땟찌 해주세여~"
"강진이 아버지 그러지 마세요."
"그럼 선생님한테도 뽀뽀 해야겠다, 에잇~ 쪼옥~"
샤워를 하고 나오니깐 진이는 혼자 학습지를 풀고 있고,
주이는 점잖게 앉아서 검은 색연필을 손에 쥐고 진이가 방금한 학습지를 채점 하고 있다.
주이 담임선생님이 그러시는 것처럼 동그라미도 멋지게 큼직하게 하고, 여기저기에 친절하게
메모도 해 놓는다.
'삐뚜루 그리지 말고 짝데기 대고 똑바로 그리세요.'
'연필을 찌나게 쓰세요.'
그리고 뒷장엔 별표도 5개나 그려 줬다.
"주이야. 그런데 저렇게 써 놓으면 뭐하니? 진이는 아직 글씨도 못 읽는데."
"아참!! 그렇지... 헤헤~~"
"압빠~ 선생님보고 주이야 그러면 어떠케여. 아빠는 차암~"
저녁상을 치우고 잠자리에 들 시간.
주이와 진이는 여전히 떠들며 소란스럽다.
"얘들아 니들 안자고 자꾸 떠들면 엄마한테 혼날 줄 알아."
그러자 진이가 벌떡 일어서며 말한다.
"엄마~ 인제부텀 내가 선생님이다아~ 자아~ 엄마 나 따라해바여~
하쭝이가 대씨다. (음정 : 미도미도 미도미)"
아내는 무슨 말인가 못 알아 들은 듯이 가만히 있다.
"엄마~ 따라 해라니깐여. 하쭝이가 대씨다. (리듬 : 강약강약 강약강)"
"엄마는 먼말인지 어려워서 못하겠다."
"그럼 압빠가 해봐여~ 하쭝이가 대씨다."
"합죽이가 됩시다."
"깔깔~ 압빤 잘한다~
엄마는 못해쓰니깐 엑스포~ 압빠는 잘해쓰니깐 똥그라미포~"
"그런데 진이야 합죽이가 됐는데 자꾸 떠들면 어떻게하니."
"아라써여 압빠~ 하쭝이가 대씨다~ 하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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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이와 진이는 자라면서 서로 싸우거나 다투지 않고 잘 놀았습니다.
소꿉놀이도 자주 했지만 가장 많이 했던 것이 선생님 놀이였던 것 같습니다.
지금 생각해 보니 주이의 저런 선생님 놀이가 학습에 많은 영향을 준 것 같습니다.
기억 및 학습에 있어 반복이 큰 영향을 끼치는데, 그 중 가장 효과적인 것은
바로 남에게 설명하는 것이라고 합니다.
주이와 진이는 중 고등학교 때 중간고사나 기말 고사 등을 준비할 때면
늘 식구들을 붙잡고 공부한 내용을 설명 하곤 했습니다.
엄마나 아빠가 귀찮다고 해도 억지로 불러 앉히고 공부한 것을 설명 하던가,
둘이 서로 번갈아 가며 설명하고 그마저도 없으면 벽을 보고도 그렇게 하더군요.
물론 주로 암기과목이 이런 식이었지요.
한 가지 실험을 해 보지요.
잠시 읽기를 멈추시고, 각자 최근에 읽었거나 들었던 유머 중 기억나는 것이 있는지
생각해 보세요.
갑자기 이렇게 물어보면 분명 들었거나 본 유머는 많은데 딱히 떠오르지 않는 것이
보통입니다. 보통의 사람들은 아무리 재미있는 유머도 듣고서 돌아서면 잊어버립니다.
듣거나 본 유머를 가장 잘 기억하는 방법은, 그 기억이 사라지기 전에 누군가 다른 사람에게
이야기 하는 것 입니다. 같은 유머를 각기 다른 세 사람에게 이야기 하면 그 유머는 좀처럼
기억에서 사라지지 않게 됩니다.
최근에 읽은 ‘뇌(Brain)' 관련 서적을 보니 정말 그렇더군요.
남에게 설명하면 내용을 잘 기억하게 되는 것뿐만 아니라 그 내용이 본인의 두뇌에서
체계적으로 정리가 되는 과정을 거치게 되면서 온전한 본인의 것이 되는 것입니다.
이해하지 못한 것은 설명하지 못합니다.
설명을 한다는 것은 그 대상을 이해 한다는 의미이고 기억으로 정리 되는 것입니다.
만약 아이가 유치원이나 초등학교 저학년이라면 이것을 응용하여 엄마와 함께
선생님 놀이를 하면 어떨까요.
물론 아이가 선생님이고 엄마는 학생이 되어야겠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