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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친토크

즐겁고 맛있는 우리집 밥상이야기

가을 선물

| 조회수 : 7,476 | 추천수 : 31
작성일 : 2008-10-18 18:13:30
어제 저녁에 부모님이 다녀가셨어요.
시골에서 농사지으시는 큰집에 다녀오시다가 저희 부부 먹을 거리 나눠주신다고 들르신거죠.
이번 가을엔 농사가 잘 되었는지 엄청난 먹거리를 주셨어요.
당분간 간식 걱정, 부식 걱정 안하고 살아도 될 것같아요. ^ ^
특히나 요즘처럼 먹거리 걱정이 큰 시절에 직접 농사지은 농작물을 받으니 얼마나 감사한지!

제가 부모님 나이가 될 정도로 세월이 흐르면, 그때는 아무거나 안심하고 장봐서 음식해먹을 수 있을까요?
그렇게 되어야 할테지만, 만약 그렇지 않다면 그때는 정말 어찌해야할지... 벌써부터 마음이 무거워요.
어우. 좋은 먹거리 앞에 두고 이게 무슨. -_-;
농사지어주신 큰집 어른들, 가져다주신 부모님들 생각하며 열심히! 알뜰살뜰 먹어야겠어요.


생대추에요. 며칠전에 어느분이 올리신 대추 사진을 침흘리며 구경했는데, 이젠 안부러워요! ^ ^
나무에서 바로 따오신 거라 씻지도 않고 오독오독 씹어먹었어요.  


큰집 앞에 아빠가 청년시절에 심으신 감나무가 있어요. 그 나무에서 딴 감이에요.


마침 양파가 똑 떨어졌는데, 양파도 가져다 주셨어요. 양파들 생김새가 어찌나 서로 다른지 참 귀여워요. ^ ^


껍질채 온 콩이었어요. 반짝반짝 보석처럼 예뻤어요. 엄마랑 엄마사위 김서방이랑 함께 앉아 까두었네요. ^ ^



큼지막한 호박도 따오시고, 밤도 잔뜩 따오시고.


가을 겨울 밤에 없어서는 안될 고구마도 잔뜩. 고구마는 나중에 더 온다네요. ^ ^


깻잎 좋아하는 딸을 위해 엄마가 특별히 챙겨오신 어린 깻잎.
고구마순은 껍질까기 싫어서 안받으려니까, 엄마가 저녁 먹고 까주시대요. 나이 먹어도 철 안드는 딸이죠. -_-;


마침 시래기 지짐이 먹고 싶었는데, 무청 시래기 말린 것도 가져오셨네요.

정말 많죠? 사진에 안나온 것도 많아요! ^ ^


오늘 사진을 하나하나 찍으면서, 사실은 좀 뭉클했어요.
세상에 누가 나를 위해서 이렇게 이것저것 챙겨줄까... 싶어서요.
부모님께 정말 잘해드려야지... 다시한번 다짐해봅니다. (맨날 다짐만! ^ ^;;;)




12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띠띠
    '08.10.18 6:40 PM

    정말 행복하시겠어요.
    너무 너무 많으네요.^^
    근데 걱정되는 한가지~ 농사지으시는 분은 큰집 어른들인데
    부모님이 큰집에서 저 많은 농산물 받아오시면서 그만큼 용돈을 드렸거나
    하셨겠지요?

    저 어렸을때나 지금이나 시골에서 농사짓는 저희 부모님이
    명절때나 일이 있다고 다녀가시는 친척분들 농사 지은거 엄청 챙기셨어요.
    근데 아무것도 없이 받아가기만 하거나 되려 이거달라 저거달라 맡겨놓은 듯
    챙겨가는 친척 보면 너무 화가 났었지요.
    부모님은 챙겨주는게 좋아 챙겨주신다 해도 인사할 줄 모르는 친척이
    얄밉더라구요.^^;

    혹시나 해서 ~^^;

  • 2. miro
    '08.10.18 8:18 PM

    저는 엄마한테 공짜로 얻어먹는 거구요, 부모님은 대부분 사오세요.
    고추나 고구마같은 건 주변분들에게 대신 파시기도 하시고요.
    그치만 큰어머니께서 이것저것 더 많이 챙겨주셔서 고맙죠.
    아직도 가끔 뵈면, 우리 애기...라며 엉덩이 두들겨주세요. ^ ^;;

  • 3. 금순이
    '08.10.18 9:02 PM

    따뜻한 정이 느껴져요,
    우리엄마도 친정가면 늘 봉지봉지 싸주시지요.
    모든 엄마의 마음 아닐까요?

    저두 이상하게 우리집 오는 지인들께 돌아가실때
    봉지봉지 싸게 되더군요.ㅎㅎㅎㅎ

  • 4. 장이
    '08.10.18 11:06 PM

    제 지인 중 한사람은 집에 가면 일부러 엄마께 이거 먹고 싶다 저거 해먹자, 고 한대요...

    "엄마 나이 드셨다고, 힘들다고 가만 계시라고만 하면, 울 엄마가 더 할머니가 되시는 거 같아서 싫어요... 엄마 앞에서 이거저거 해달라고 하면 신나하시며 당신 요량껏 활기차게 움직이시는 모습이 더 보기 좋아요"

    그 지인의 말이에요...
    어느 정도는 일리가 있는 말이라고 생각이 들었어요...

    그리고... 생대추... 무지 부럽습니다...

  • 5. 달걀지단
    '08.10.19 12:01 AM

    오오...저 어린 깻잎 볶아 먹으면 정말 맛나는데..

    님의 사진 보니까...마음이..뭐라 형언할수 없이 푸근해지네요.
    위에 댓글다신 장이님글에 너무 너무 공감한다는.

  • 6. miro
    '08.10.19 12:52 AM

    장이님 글 읽으면서 끄덕끄덕 했어요.
    저도 엄마에게 일부러 뭣좀 해달라 할 때 있어요. 해주시는 거 너무 기뻐하시니까요.
    요즘은 엄마 소리만 해도 눈물이 핑도는게... 가을이라 그런가요. ㅡㅜ

    깻잎도 대추도 모두 함께 나눠먹음 좋을텐데요! ^ ^

    금순이님, 저도 집에 오는 손님 손에 뭐라도 들려보내야 마음이 좋아요. ^ ^

  • 7. 순덕이엄마
    '08.10.19 4:29 AM

    아~ 따숩다~^^

  • 8. 천하
    '08.10.19 7:29 AM

    부모님의 따뜻한 선물..
    보기만해도 좋네요.

  • 9. 소박한 밥상
    '08.10.19 12:40 PM

    비닐봉지란 것이 결코 예쁜 물건이 아닌데
    봉지 봉지마다 얼굴을 내밀고 있는 놈들이 자체발광 온기를 내뿜어요 !!!!!!!!
    큰집 앞에 아빠가 청년시절에 심으신 감나무..........
    아빠의 청춘도 한번 생각해 보셔요 ~~~~^ ^

  • 10. 조향원
    '08.10.19 3:19 PM

    정말 가슴이 따뜻해지는 선물이네요. 부럽습니다.

  • 11. bistro
    '08.10.20 2:09 PM

    최고 염장 포스팅! 사진에 없는 것도 많다니 정말 최고최고 부러워요 ㅠㅠ

  • 12. 날마다날마다..
    '08.11.4 11:55 AM

    울 엄마 생각나네요. 오늘 전화드리니 많이 아프시다고 하던데....
    마음 짠하고 속상해요. 모든 부모님이 건강하시고 오래사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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