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렌지피코님 말 안듣고 생크림과 초콜렛을 한꺼번에 넣고 끓이기 시작하면서 오늘의 실패는 정해져있던 것이었습니다... 그래도 크림은 엄청 맛있게 잘 되었습니다...
문제는 다음부터...
계란 하나가 신선하지 못한지 분리할때 흰자에 살짝 노른자가 들어가면서 안좋은 예감은 더해가고...
흰자가 절대 단단해지려고 하지 않는겁니다...
더이상 팔이 아파 휘핑하기 어려울때까지 해봤지만 이놈의 흰자는 주르르 흐르기만할뿐 어찌나 고집이 센지...
그만 머랭이 되지 않은 상태에서 반죽...
반죽이 너무 질어 스트라이프는 되지도 않고...
흰반죽, 초코반죽이 뒤범벅...
그래도...
그래도...
제대로 구워지긴 했을 줄 알았습니다...
다 식힌 후 유산지를 떼자 산산히 부서져버리는 시트...흑흑흑
결국 조금이라도 멀쩡한 부분을 조그맣게 잘라, 초코크림,시트를 켜켜이 쌓고는 냉동실로...

이런 처참한 모양의 되었습니다...
유산지를 갓 떼었을때의 시트의 모습은 절대루 공개할 수 없어요...
신랑이랑 아이들도 안보여주었답니다...

나 따위가 오렌지피코님의 레시피에 도전을 하다니...
찬바람이 불자마자 기침을 하는 울 꼬맹이를 위해 월동준비를 했습니다...
엄마닮아 기관지가 약해 조금만 찬바람이 불면 기침을 좀 심하게 해요...
자다가 기침을 하고 기침을 하다 토하고...
급기야 올 초에는 폐렴으로 입원까지 했었어요...
울 꼬맹이는 자기 약을 만든다며 옆에서 신이 났답니다...

레몬차, 생강차, 도라지청을 만들었어요...
레몬차는 굳이 찬바람이 불지 않아도 거의 떨어지지 않게 만들어 놓는 것입니다...
이방법 저방법으로 해봤지만 시럽을 만들어 재우는 방법이 저희 식구 입에 제일 맞는것 같아요...
먼저 레몬을 굵은 소금으로 박박씻어 소금과 소다를 탄 물에 잠시 담궈둡니다..
(이유는 잘 모르겠지만 그냥 그렇게 하고 있어요...너무 정확성이 떨어진다...)
아주 중요한 것...레몬의 씨를 제거합니다...레몬의 씨를 꼭 제거하세요...
레몬을 얇게 슬라이스합니다...
저는 이번에 손으로 썰기 귀찮아서 그냥 통채로 채칼에 잘랐더니, 씨까지 산산조각...
그 작은 씨를 일일이 빼내느라 힘들었어요...ㅜ.ㅜ 머리가 나쁘면 몸이 고생한다니깐...
냄비에 물과 설탕을 동량으로 넣고 팔팔끓여 시럽을 만들어줍니다...
저는 이번에 레몬 4개에 물400g, 설탕400g을 사용했어요...
400g인 이유는 없구요, 그냥 동량으로 재어보니 이번엔 이렇게 사용했어요....
저는 이렇게 시럽을 만들어 남으면 음식할때 설탕대용으로 쓰기도 하고, 자투리 과일있으면 시럽에 퐁당
넣어 두고 쓰기도 해요...^^
레몬 슬라이스한것과 시럽을 담고 위에 꿀로 덮어줍니다...
다음날부터 드셔도 따뜻한 물에 타드시면 아주 맛있어요...^^
생강차는 생강껍질을 꼭 벗겨야한대요... 저두 이렇게 차는 처음 해봤어요...
생강껍질을 벗기고 슬라이스한 뒤 황설탕에 켜켜이 재워놨어요...
2시간쯤 지나니 설탕이 거의 다 녹은거 있죠??? 신기해라..
생강차도 마지막은 꿀로 덮어주었어요...
서울에서 기침하는 꼬맹이를 위해 보내주신 말린 도라지를...
물로 씻어 살짝 불린 후 흑설탕에 켜켜이 재워놨어요...
생강차를 담느라 황설탕을 다 써버려서요...^^
이것도 맨 위는 꿀로...
제가 제대로 한 건지는 모르겠지만, 엄마가 만든걸 먹고 올해에는 기침을 좀 덜했으면 하는 바램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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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젯밤 저희 신랑이 그럽니다...
"왜 안줘???"
"실패했어요...ㅜ.ㅜ"
"그래도 줘야지..."
냉동실에 꽁꽁 감춰두었던걸 잘라들고 왔더니...
"이게 왜 실패야???"
"실은, 이거 원래 롤케익이에요...ㅜ.ㅜ"

단면사진입니다...
울 딸은 아침에 밥도 먹고 케익도 한조각 먹고가고...
고슴도치 울 가족들은 무조건 맛있답니다...
거기다... 또 해달랍니다...또 실패를 해야하나???
맛있다고 칭찬해주는 가족들 덕분에 좌절모드를 조금씩 벗어나고 있어요...^^
(접시가 너무 더러워서 꽃으로 가려볼랬더니 더 잘보여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