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 1일입니다.
이제 한달만 남겨놓은 2011년
올 한해 어찌들 보내셨는지요?
시간이라는게 늘상 흘려 보내고 난 후에 아쉬움.... 좀 더 잘할 것을 싶은 후회같은 것이 생기지만..
이미 흘려 보낸 시간에 대한 아쉬움이 크다면 더욱 더..지금 이 시간에 더 충실해야 하는 것이 아닐까 싶습니다. 2011년에 대한 아쉬움이 더 크기 전에 남은 한달이라도 더 열심히.... 알차게 보내야겠어요.
이번 주에도 화요일, 수요일 쿠킹 클래스를 마친 목요일 오전...
한껏 느긋한 마음으로 밥상이야기를 펼쳐봅니다.
지난번에 만든 유부주머니 남은 걸로 오늘 아침에는 뎁혀서 데리야끼 소스 졸인 것을 끼얹어 먹었습니다.
폼나죠? 맛도 좋아요... ㅎㅎ
갑자기.... 요며칠 날씨가 찡하니 콧끝이 시러울만큼 추워졌지요?
저희 아파트는 매주 수요일에 장이 서는데..어제는 날씨도 춥고 비도 오고 그랬잖아요...
수업 마치고.... 늦은 오후에 장에 나가보니..... 썰렁하니 손님도 없고...
미처 팔지 못한 물건들이 잔뜩 쌓여 있는 채로....상인들은 시린 손을 주머니에 넣고 웅크리고 있는 모습을 보니 참 마음이 짠해오는 것이... 그렇더군요.
너나 나나 할 것 없이 세상사.... 자기에 주어진 삶의 무게들이 결코 녹녹하지 않다는 사실이 때론 우리를 슬프게 하기도 하지만....
가만 들여다보면 어떤 일이나 공짜는 없는 것 같아요.
그런 삶의 무게를 견디며 배우는 것이 우리에게 주어진 삶의 목적은 아닐런지.....
편안함을 통해서 배울 수 없는 인내, 극복, 어려운 이에 대한 이해, 사랑은 그런 견딤을 통해 얻을 수 있으니.... 이 추운 겨울날.... 저마다 어려운 삶의 무게가 있다면.... 다 삶의 과정임을 깨닫고 견딜 수 있는 우리들이 되게 해달라고 기도해야 할 것 같다는 생각을 어제 오후에 잠깐 해보았습니다.
올해는 배추가 실하고 좋은데 비해 너무 싸서 아무래도 이런 저런 김치를 많이 담게 되는데...
백김치나 보쌈김치 같은 것은 비싼 고춧가루도 많이 필요치 않아 더욱 좋은 김치가 아닐까 싶습니다.
약간은 허옇게 담은 보쌈김치.... 국물도 자작하니 담가 놓으니 조금씩 익어가는 맛이 시원하니 좋습니다.
사진이 좀 선명하지는 않지만 통에서 뒤짚으면 이런 상태의 보쌈김치가 됩니다..
이런 상태에서 잎을 조금씩 펼쳐 놓으면 안에 먹기 좋게 썰어서 담근 무, 배추, 양파, 파프리카, 배, 그리고 새우, 오징어, 밤, 잣등이 빼곡이 얼굴을 드밉니다.
올해는 오징어가 많이 안 잡혔는지..아님 수온의 변화때문인지 오징어 가격이 많이 비싸죠?
예전에는 오징어, 고등어 이런 생선이 서민적인 식재료였는데 ㅠ.ㅠ
오징어는....껍질째 잔칼집을 넣어 오븐에 굽는 것이 데치는 것보다.... 더 맛이 좋습니다.
쫀득거리는 맛도 그렇고... 맛있는 육즙이 빠져 나가지 않아서 그런가봐요.
오늘 아침 밥상입니다.
우선 4개 남겨둔 유부 주머니... 데쳐서 소스 끼얹어 놓았고요..
꼭 복주머니같지요?
2011년.... 마지막 남은 한달도... 알차게 보내고...
새로 맞이하게 되는 2012년에도 복이 들어왔으면 좋겠다는 마음으로 먹었습니다.
보쌈김치..도 시원하니 담백하니 맛이 들어갑니다.
어제 굽다 남은 마늘빵 두조각도 오징어 굽기 전에 구어 놓았어요.
오징어는 손쉽게 가위로 먹기 좋은 크기로 잘라서 상에 올렸습니다.
그리고 2010년 김장김치...꼭 작년 이맘때 담근 김장김치... 멸치를 넣고.... 뭉근하니 끓여
쭉 찢어 먹는 김치찜입니다.
김치 냉장고가 없었더라면 생각도 할 수 없는 묵은김치..
군내 하나 없이 이렇게 지져 먹을 수 있으니... 일년 삼백예순날 쉴 틈없이 돌아가는 김치 냉장고의 수고로움이 참 고맙습니다.
우리가 때론 잊고 있지만...
우리는 모두... 이런 저런 기계들이 묵묵히 제 할일을 하는 덕분에...
그리고 주변의 많은 이들의 수고로움때문에.... 하루 세끼 맛있게 먹고.. 따뜻한 곳에서 잘 수 있는 것 같아요.. 참 고맙고 고마운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다른 집들도 그렇겠지만 저희는 잡채를 만들고 나면 꼭 당면은 먼저 건져 먹고
잡채소가 어중간하게 남드라구요... 어제도 그랬어요..
그래서 오늘 아침에 당면 한 열가닥정도만 삶아서... 다시 한 접시 잡채로 변신을 시켜 줍니다.
그리고 제가 자신있게 잘 만드는 밑반찬중 하나인 우엉조림...
잔멸치를 넣어 같이 조려주었습니다.
그리고 생선보다는 고기를 좋아하는 아이를 위한 베이컨 구이도 한접시...
매실장아찌, 오이간장장아찌 마늘장아찌..이렇게 장아찌 삼총사도 꺼내 담아 놓고..
12월 산타처럼 제게 도루묵을 전해주신 산타가 계세요....
직접 들고 오셔서 말이죠..참 고마운 분의 마음을 담아 끓인 도루묵 매운탕입니다.
잡채에 깨도 듬뿍 뿌리고...
잡채 옆에 담긴 무는 2010년 김장김치에 박아 놓은 섞박지 무김치...
아삭하니 하나씩 씹어 먹는 맛이 참 좋습니다.
김치찜은 머리붙은 채로 지져서 가지런히 잘라 놓았어요.
오징어도 야들야들 쫄깃하니 하나씩 집어 먹고...
2011년 12월 첫날... 힘내서.... 제게 주어진 12월도 또 열심히 살아야겠다고 다짐합니다..
여러분들도 모두 힘내서....
우리 모두 그런 12월을 만들어 보도록 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