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의 생일입니다. 고국을 떠나온 지 어언 20년이 넘었습니다. 유학생의 신분으로
미국땅에 발을 디뎠고 졸업후 job을 잡고 미국이란 타향에서 살아가고 있지만
음식은 한식만을 고집하고 있는 남편입니다. 생일이 늘 Thanksgiving Day와
겹쳐서 남편 생일상을 크게 차리지 않고 조촐하게 차리게 되네요.

기숙사에 있는 딸아이가 보낸 생일 축하카드가 이틀 전에 도착했습니다.
딸아이가 손수 그린 카드 속의 남편과 저는 미남 미녀입니다. 딸은 카드
세 면에 걸쳐 아버지 생일 축하와 감사의 글을 빼곡하고 정성스럽게 썼습니다.
남편과 함께 읽어 내려가는데 가슴이 찡해져 오더군요. 아들은 올해도 어김없이
유머스러운 카드를 만들어서 우리 내외를 유쾌하게 웃게 만들어 주었습니다.
아침 일찍 일어나 아버지께 카드를 전하며 빅 허그를 해주는 녀석을 보니
제 마음이 든든합니다. 아들의 카드는 우리 내외와 딸이 디스코를 추는데
남편은 애프로 가발을 쓰고 엘비스 프레슬리의 구렛나룻을 했네요.
아들은 디스코볼이 되어 빙글빙글 돌며 우리를 비쳐주고 있습니다.
생일날은 항상 미역국을 끓이는데 올핸 남편은 만두국으로 끓여달라고 부탁하였습니다.
밥은 흰 밥을 해 달라면서요. 늘 현미와 잡곡밥을 먹고 있으니 생일날은 좀
다르게 먹고 싶은가 봅니다. 만두를 빚었고 국물은 사태 육수를 냈습니다.
고명으로는 백지단과 황지단, 어슷 썬 파, 볶은 쇠고기, 실고추를 얹었구요.
호박전을 부치고...
녹두빈대떡도 부치고...
양송이버섯전도 부쳤습니다.
간장고추장아찌 무침, 해초 무침, 그리고 오이지 무침. 고추장아찌는 우리집에서 난
고추로 만들었는데 엄청 맵습니다. 그래서 남편이 참 좋아하지요.
쇠고기 장조림. 이번엔 조금 짭짤하게 만들었습니다.
김치는 오색 양배추김치와...
남편이 좋아하는 총각김치를 내었습니다.
미니오븐으로 제가 좋아하는 조기를 굽습니다. 칼집을 낸 조기를 화씨 425도로 예열한
오븐에서 10분간 굽고 뒤집어서 10분간 구웠습니다. 그런데 조기 크기에 따라
굽는 시간을 조금씩 달리 조절해야 합니다. 생선을 굽고 난 오븐의 생선 비린내는
오븐용 그릇에 물 한 컵을 따르고 바닐라 엑기스를 세 방울 떨어뜨려
화씨 350도로 10분 정도 베이크하면 냄새가 없어집니다.
아가미까지 알이 꽉차서 뚱뚱한 조기구이입니다.
Honey, 생일 진심으로 축하해요. 그리고 사랑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