낮에 문자가 옵니다.
무슨 스팸이야? 하고 열어보니, 김혜경님의 결혼기념일을 축하드립니다, 이런 문자인거에요.
김혜경님의 결혼기념일? 뭐야 내가? 오늘이? 잘못온거 아냐?
하고 달력을 보니, 헉, 정말 오늘이 결혼기념일인데 저는 까맣게 잊고 있던 거에요.
생각이 났다가 깜빡 잊은 정도가 아니고, 아예 꿈에도 생각조차 못했어요.
깜짝 놀라 남편에게 전화를 걸어, "당신 오늘 무슨 날인지 알아?" 하니 1초도 안걸려서,
"결혼기념일. 난 알고 있었어, 그래서 저녁 외식이나 할까했지" 합니다.
늘 이래요. 저는 잊고 있는 결혼기념일, 남편은 꼬박꼬박 기억합니다.
저녁때 뭘 먹을까 하는 남편에게 제가 말합니다.
"아무거나 먹읍시다. 연희동에 가서 초밥이나 한그릇 먹든가"
그리곤 입던채로 나섭니다. 검은 반바지에 흰티셔츠,
그것도 아기들이 밥풀같은 걸 묻혀서 오늘 아침 새로 입었지만 오후만 되면 꼬질꼬질해지는...
가다가 후회했다는 거 아닙니까? 적어도 옷이나 갈아입고 올껄하고..
저녁엔 이걸 먹었습니다.
새우튀김 반접시.
반접시만 팔아요, 새우 다섯마리. 진짜 맛있었어요.
다른 거 시키지말고 그냥 한접시 주문할 껄 하는 가벼운 후회..
제가 주문한 초밥.
와규초밥이 2개 있었는데...맛이 괜찮았어요.
남편이 주문한 볶음우동.
후추맛이 다소 강하긴 했지만, 제 입에 잘 맞아서, 주방으로 뛰어들어가,
"뭘로 간하셨어요? "하고 물어보고 싶은 충동을 간신히 누른 그런 맛이었어요.
이렇게 먹고나니 서비스로 온메밀국수를 한젓가락정도 줬는데,딱 좋았어요.
작년 결혼기념일에 제가 작고 반짝이는 무언가를 선물로 요구했더랬습니다.
그랬더니 남편은 현금으로 1백만원을 줬고 그 돈 들고나가서 막 낄 수 있는 반지를 하나 했었어요.
작고 반짝이는 것은 박지 못하고 아주 평범한 막반지를 해서 끼고 다녔죠.
오늘도 "결혼기념일 선물은 없어요?" 하니까, 헉...이 사람..
"내가 선물이야" 합니다.ㅠㅠ
이게 바로 교육의 효과입니다,
제가 늘 그랬거든요, 남편에게는 선물을 받으면서, "여보 나는 내가 선물이니까 당신에게 선물 안해줘도 되지?" 이렇게요.
그래서 올해는 그냥 넘어가 줄랍니다.
맞아요, 여보, 당신이 선물입니다, 건강한 당신이 내게 제일 큰 선물이지요.
앞으로도 건강하고 지금처럼 오래오래 삽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