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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짭짤 고소한 김혜경의 사는 이야기, 요리이야기.

우리집표 백반

| 조회수 : 18,283 | 추천수 : 101
작성일 : 2010-11-18 23:58:36
누구나 마찬가지겠지만,
저도 식사준비를 할 때,는 메인 메뉴를 정하고 그것에 신경을 제일 많이 씁니다.

꼭 메인 메뉴는 하나 있어야 해서 갈비탕이나 사골곰국 같은 걸 끓이면 그낭 국이 메인이 되는 거고,
고기반찬이 있으면 고기가, 생선반찬이 있으면 생선이 메인이 되는 건데요,
어떤 날은, 메인 메뉴가 없는 것이 컨셉인 날도 있습니다..^^



그저께 밥상.
소래에서 사온 명란젓과 낙지젓에, 기왕이면 젓갈 삼총사를 만들어주자 싶어서 조개젓을 무쳤습니다,
지난 가을 간월도에 갔을 때 저는 어리굴젓을 사고, 친정어머니는 조개젓을 사셨는데,
친정어머니가 사신 조개젓, 너무 짜서 드실 수 가 없다고 해서 제가 가져왔더랬어요.
정말 완전 짜서 먹지 못하고 냉장고안에서 굴렸어요, 짠 기 빼낸다고 물에 씻어서 소용이 없었거든요.

그래서 그저께에는 일단 조개젓을 한번 물에 헹군후, 배와 양파를 갈아서 섞어뒀다가,
파 마늘 청양고추 식초 고춧가루로 무쳤는데요...너무 맛있어요.
낙지젓과 조개젓과 명란젓으로도 한끼가 충분하던걸요.
  



어제 김장을 마치고,
보통은 돼지고기를 삶아먹는데, 냉동실 안에 제주흑돈 구이용 목살이 있었어요.
이 목살을 구워먹느라, 수육은 안했던 건데요,
어제 고기를 먹었고, 또 어제 먹다남은 속쌈도 있길래, 생선같은 메인 반찬 준비하지 않고,
먹던 반찬 주섬주섬, 그릇만 바꿔서 상에 올리고,
호박 반개 전부치고, 감자 2개에 양파 ¼개 볶아서 내놨습니다.
딱히 먹을만한 반찬이 있는 건 아니지만, 그래도 이리저리 젓가락이 갈만한, 그런 우리집표 백반이었답니다.

아, 그러고보니, 메인이 있었네요..바로 김.치.찌.개....
김치 부족사태로 인해 김치찌개를 먹고 싶어도 해먹을 수 없었는데,
어제 충분하게 김장을 해넣은 마음이 넉넉해진 관계로,
오늘은 지난번에, 배추가 완전 비쌀때 담근 금치 한쪽을 척 꺼내서 김치찌개를 해먹었답니다.
역시...김치찌개가 최고입니다.
이제 김장김치 맛있게 익으면 그걸로 김치찌개도 해먹고, 김치국도 끓여먹고 비지찌개도 해먹고,
생각만 해도 신납니다.

여기서 김치에 관한 여담 한마디.
제 경우 김치가 주재료인 음식을 할때, 새 포기를 턱 꺼내서 하는 일이 거의 없습니다.
너무 아깝잖아요, 그리고 이렇게 새포기 꺼내서 찌개에 볶음밥에 해먹으면 금방 한통이 바닥을 드러내게 되구요.
그래서 식탁에 한번 올라갔다 내려온 자투리김치들을 모아서, 찌개도 하고, 국도 끓이고, 전도 부치고 하는건데요...
얼마전, 충격적(?)인 사실을 알게됐습니다.
제가 퍼준 김치를 가져간 어떤 지인이 그걸 썰어서 반찬으로 먹지 않고, 김치찌개 끓여먹고 말았다는 거에요,
저는 그렇게 못하거든요.
물론 제가 퍼준 김치, 그걸 썰어서 상에 올리든 아니면 찌개를 끓이든, 받은 사람 맘대로 먹을 수 있는 건데요...
그런데 그 얘기를 들으니까 김치가 좀 아깝다는 생각이 드는 거에요.
물론 김치를 아까워하는 제가 새가슴인거지만요...
16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달자
    '10.11.19 12:05 AM

    ^^ 같은 메뉴는 다른 그릇 .또 배웁니다^^
    추운데 감기 조심하세요. 잘 해먹을 때마다 82가 고맙습니다 꾸벅

  • 2. chatenay
    '10.11.19 12:06 AM

    ㅎㅎ~샘.....
    저도 좀 그래요.....
    둘이 살다보니,조심성도 없고....김치도 한번 썰면 다 먹을때까지 먹다보니...
    정작 찌게 끓일때는 아무생각없이 새김치를 턱~꺼내 썰곤해요...^^::
    그러다보니,김장김치 떨어지면 김치 아까워 찌게를 안끓이게 된다는거 아닙니까!ㅎㅎ~
    언제봐도 정갈해 보이는상....이 야밤에 수저들고 앉아 먹고파요~

  • 3. 돈데크만
    '10.11.19 12:07 AM

    저 첨으로 등수놀이!!!ㅎㅎ

    티비로 방금 여배우들 보고 들오니...선생님 글이...있네효....가정식 백반 먹어본지가 언제던공...
    ㅠㅠ 아..엄마밥이 그립습니당.

  • 4. 유네
    '10.11.19 12:43 AM

    저도 김치찌개는 항상 자투리김치랑 김치국물 모아서 끓이긴 하지만
    (냉장고 안에 먹다남은 김치랑 김치국물 모으는 전용 용기까지 있습니다 ^^ 맛만 좋아용)
    걍, 남에게 준 음식은 그 사람 맘대로 먹나보다 하게 되더라구요.
    아예 안 먹거나, 설사 곰팡이가 나서 버렸다 하더라도 어쩔 수가 없는 거 같아요. 물론 기분은 안 좋지만요..
    너무 속상해마세요.. 그 집은 평소에 새김치 썰어서 김치찌개 끓이는 집이었나보죠 뭐.
    그나저나 부럽네요 선생님 댁 김치 얻어간 그분 ^^ 얼마나 맛있었을까요.

  • 5. 리본
    '10.11.19 5:19 AM - 삭제된댓글

    옛날 고등학교때 가정선생님도 김치에 관해 그런 말씀을 하셨었는데... (그 때도 배추값이 많이 비싼 해 였던 것 같아요)
    그랬더니 아이들이 "선생님, 김치는 찌개가 더 맛있어요 !!" 라고...^^
    좋게 생각하세요.
    김치가 찌개가 되면 메인으로 등극하는 거잖아요.

  • 6. 진달래
    '10.11.19 9:49 AM

    혜경샘님과 같이 하는 살림법이 저두 있었군요~ㅎ
    저두 김치 먹고 나면 짜투리를 버리지 못하고 모아요
    그래서 찌개도 하고 볶음도 하고~^^

    언제나 정갈한 밥상차림에 마음이 편안해 집니다~

  • 7. 최살쾡
    '10.11.19 10:04 AM

    저두요!
    김치찌개 한다고 새김치 썰면 왜 그렇게 아까운 마음이 드는지 ㅋㅋㅋ

    새김치는 썰어서 반찬으로 내는게 젤 기분 좋아요;;;

    사람맘이 다 그런가봐요

  • 8. 발상의 전환
    '10.11.19 11:46 AM

    댓글 수가 이렇게 현저히 적다니...
    다들 백반의 중요성을 모르시는 듯!
    저희 집은요, 메인 메뉴가 없는 백반일 경우
    제 설레발을 메인으로 올립니다.

    "엄훠나, 3일 전에 무친 시금치가 이렇게 맛있을 수가!"
    "곰삭은 김치도 이렇게 물 말아먹으면 짱이야~"

    동조하는 건지, 무시하는 건지 남편은 아무말 없이 밥만 먹습니다.
    그래도 두 그릇씩 먹으니 동조하는 거겠죠?

  • 9. 다이아
    '10.11.19 1:36 PM

    ㅎㅎ 저도 김치가 적어서 거의 3주째 김치찌개 못먹고있어요. 배추김치가 한쪽도 없어서요.
    몇 주째 갓김치와 깍두기로 버티고 있죠.
    김장을 월요일에 하긴 했지만 아직 익지 않았고 시지 않은 김치를 찌개로 먹는건
    만행에 가까운 일이지요.
    이제 오늘쯤에는 익은 김치를 먹을수 있으니 다음 주쯤이면 우리집 식탁에도 김치찌개가
    오르겠죠.. 저두 정~말 신나요. 김장할때는 너무 힘들었는데 그만큼 보람도 있네요

  • 10. 초록하늘
    '10.11.19 9:09 PM

    밑에있는 유기들 장만하시느라
    살림 좀 휘청하셨을거 같아요... ㅎㅎㅎ

    하지만....






    저렇게 멋진걸 어찌 안 살수가 있느냐구요...

    진심으로 부러워요...

  • 11. 회전목마
    '10.11.20 12:51 PM

    유기 그릇에 담긴 백반..
    정갈하다..라는 말이 참 어울리는 상차림같아요.
    김치찌개랑 부침개는 따뜻할거같고, 냉장고에서 막 나온 김치는 시원할거같은 그런 느낌이네요

  • 12. Terry
    '10.11.20 3:01 PM

    제가 바로 한 포기 턱 썰어서 김치찌개 끓이는 위인인데...ㅎㅎㅎ
    상에 너무 조금씩 올리는터라 남은 김치가 없어요...ㅠㅠ 오히려 김치찌개 끓이며 한 포기 턱 썰어서 제일 이쁜 줄기부분 한두 토막은 김치접시에 올리고 나머지는 몽땅 찌개..이렇게 먹지요.
    아마 저도 엄마한테 김치는 내리내리 얻어먹어서 이렇게 간 큰 여자가 된걸까요? 하지만 한 쪽도 엄마김치는 못 버리는. ^^ 버릴 것도 안 나와요. ㅎㅎ

  • 13. 여설정
    '10.11.20 5:48 PM

    제가 두가지방법 다 끊여봤는데요. 확실히 새김치로 끊인 찌게가 더 맛있습니다.
    그래서 손님상차림할때는 새김치로 끊이고, 저혼자 먹을땐 짜투리 김치로 찌게하지요.

    물론 김치찌게가 메인일때의 경우죠.

  • 14. 해든곳
    '10.11.20 6:46 PM

    새 김치로도 찌개 맘껏 먹으려고 배추를 사서 직접 절여서 김치를 담급니다.
    없다는 사람들 흔쾌히 퍼 주기도 하고 김칫국도 끓이고 만두도 하고....
    절인배추 사서 한다면 어림도 없지만 힘들어도 직접하니까 덜 아깝더군요.

  • 15. 한들산들
    '10.11.20 8:24 PM

    어머나...김치 살림법이 저랑 똑같아요.진짜 새포기 아까워요...

  • 16. 들꽃
    '10.11.22 8:25 AM

    저는 김치통에 김치가 푹푹 줄어들면
    "안되는데~ 안되는데~"
    이러면서 가슴이 콩닥거려요~ㅎㅎㅎ
    그만큼 김치가 좋고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는 것 같아요.

    한참 전에
    제가 퀴즈 프로에 나갔을 때
    사회자가 제일 좋아하는 음식이 뭐냐고 질문했는데
    저는 조금의 망설임도 없이
    "김치" 라고 했었어요.

    집에 와서는
    "하이고~부끄러버라.그많고 많은 요리중에
    왜 하필 김치라고 했나~?" 하는 생각을 잠시 했었어요.
    하지만 지금도 저는 김치가 제일 좋아요.

    김치는 한 조각이라도 버릴 것도 없고
    국물도 아낌없이 먹게 되지요.

    선생님의 김치 사랑을 보니
    완전 공감하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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