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 이삼일, 집안일을 좀 소홀하게 했다고,
아침에 부엌으로 나와보니 가관도 아닙니다.
제자리에 넣지않아 어질러진 주방도구들, 설거지해서 엎어놓고는 제 자리에 넣어주지 않은 그릇들,
어제 저녁 설거지 이후 오늘 아침까지 식구들이 내놓아 설거지를 기다리고 있는 컵이며 과일접시,
욕실이며 다용도실, 여기저기 널부러져있는 빨래거리,
그리고 얼른 치워달라고 기다리고 있는 재활용쓰레기들.
해도 해도 끝도 없고, 표도 안나는 집안일들,
제가 컨디션이 안좋으면, '어휴 지겨워, 내가 이집 몸종이야 하녀야'하며 궁시렁궁시렁하면서 마지 못해 치우는데요.
(아, 그러고 보니, 제가 지겨워라는 말도 달고 삽니다, 이것도 이제는 하지말아야할 금지단어!!)
기분이 괜찮으면, 지겹다는 소리 안하고도, 재빨리 깔끔하게 정리하면서,
'내 손만 닿으면 신기하게도 집안이 깨끗하게 정리된단말이지!'하며 흐뭇하게 생각하는데요,
오늘 기분이 나쁘지 않았던 모양이에요.
삶는 빨래 한판 삶아서 돌리고,
삶지않는 빨래도 한판 삶아서 돌리고,
어제 밤에 담가둔 무청시래기 푹푹 삶아내고,
겨울옷을 몇개 꺼내면서 세탁소에서 씌워왔던 비닐커버 몇개 벗겨냈다고 산더미같은 재활용쓰레기 다 갖다버리고...
그리고는 사치떨러 나갔습니다.
요즘 제가 저 자신을 위해 부리는 사치, 1주일에 1번씩 마사지샵에 가는 건데요,
해보니까, 1주일에 한번 두시간 정도 시간 빼는 것도 쉽지않네요. 잘해야 열흘에 한번 정도 시간이 나는 것 같아요.
마사지 받는 동안 방해받기 싫어서 두시간 정도 핸드폰을 꺼뒀더니, 핸드폰 켜자마자 문자에 전화에...헉...

돌아오면 굴을 한봉지 샀어요.
우리 집 남자, 굴전 좋아하잖아요.
한봉지 다 부치면 많은 것 같아서, 반 정도 부쳐 딱 한접시 만들었는데...아, 글쎄...부족했습니당...ㅠㅠ...

무청시래기는 작년에 사뒀던거라서 그런지,
삶아도 삶아도 딱딱한 것 같아서 어쩌나 하면 차돌박이를 넣고 지졌는데요,
오래오래 약한 불에서 푹 끓여서 인지, 아니면 무쇠냄비 덕분인지 걱정했던 것보다는 잘 물러서,
잘 먹었지요.

제 체력은,
한끼에 반찬 네가지 이상은 못합니다.
딱 세가지가 체력의 한계인 것 같아요.
시금치나물도 한접시 하고 싶었고, 샐러드도 한접시 해서 올리려고 했는데,
시래기 지짐에, 감자볶음, 굴전까지 하니 체력이 방전되어...김치와 김, 딱 이렇게 해서 올렸는데요,
반찬양이 전체적으로 모자랐던 것 같아요.
수저를 놓고 일어서보니, 접시들이 완전히 비워진 상태, 심지어는 김치 국물까지 다들 비워냈더라구요.
반찬 남는 거 진짜 싫은데, 매일 오늘처럼 반찬을 싹싹 비웠으면 좋겠는데...
앞으로도 계속 반찬을 모자라게 할까요?
그런데, 어려서부터, "음식은 조금 남는 게 낫다, 모자라는 것보다..."하는 것이 어른들의 가르침이어서,
반찬을 부족하게 하는건, 참 어려운 일입니다.
p.s.
저희 집 밥상 보시면서, 반찬도 반찬이지만,
그릇이며 냄비같은 살림 구경하는 재미도 쏠쏠하다는 분들이 꽤 계셔서,
오늘 그릇에 신경을 좀 썼는데요...차려놓고 보니, 너무 캐주얼 했던 듯...^^;;