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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짭짤 고소한 김혜경의 사는 이야기, 요리이야기.

이때쯤 한번씩 상에 올리는 [굴전]

| 조회수 : 13,374 | 추천수 : 93
작성일 : 2010-11-10 21:38:58


한 이삼일, 집안일을 좀 소홀하게 했다고,
아침에 부엌으로 나와보니 가관도 아닙니다.
제자리에 넣지않아 어질러진 주방도구들, 설거지해서 엎어놓고는 제 자리에 넣어주지 않은 그릇들,
어제 저녁 설거지 이후 오늘 아침까지 식구들이 내놓아 설거지를 기다리고 있는 컵이며 과일접시,
욕실이며 다용도실, 여기저기 널부러져있는 빨래거리,
그리고 얼른 치워달라고 기다리고 있는 재활용쓰레기들.

해도 해도 끝도 없고, 표도 안나는 집안일들,
제가 컨디션이 안좋으면, '어휴 지겨워, 내가 이집 몸종이야 하녀야'하며 궁시렁궁시렁하면서 마지 못해 치우는데요.
(아, 그러고 보니, 제가 지겨워라는 말도 달고 삽니다, 이것도 이제는 하지말아야할 금지단어!!)
기분이 괜찮으면, 지겹다는 소리 안하고도, 재빨리 깔끔하게 정리하면서,
'내 손만 닿으면 신기하게도 집안이 깨끗하게 정리된단말이지!'하며 흐뭇하게 생각하는데요,
오늘 기분이 나쁘지 않았던 모양이에요.

삶는 빨래 한판 삶아서 돌리고,
삶지않는 빨래도 한판 삶아서 돌리고,
어제 밤에 담가둔 무청시래기 푹푹 삶아내고,
겨울옷을 몇개 꺼내면서 세탁소에서 씌워왔던 비닐커버 몇개 벗겨냈다고 산더미같은 재활용쓰레기 다 갖다버리고...

그리고는 사치떨러 나갔습니다.
요즘 제가 저 자신을 위해 부리는 사치, 1주일에 1번씩 마사지샵에 가는 건데요,
해보니까, 1주일에 한번 두시간 정도 시간 빼는 것도 쉽지않네요. 잘해야 열흘에 한번 정도 시간이 나는 것 같아요.
마사지 받는 동안 방해받기 싫어서 두시간 정도 핸드폰을 꺼뒀더니, 핸드폰 켜자마자 문자에 전화에...헉...




돌아오면 굴을 한봉지 샀어요.
우리 집 남자, 굴전 좋아하잖아요.
한봉지 다 부치면 많은 것 같아서, 반 정도 부쳐 딱 한접시 만들었는데...아, 글쎄...부족했습니당...ㅠㅠ...




무청시래기는 작년에 사뒀던거라서 그런지,
삶아도 삶아도 딱딱한 것 같아서 어쩌나 하면 차돌박이를 넣고 지졌는데요,
오래오래 약한 불에서 푹 끓여서 인지, 아니면 무쇠냄비 덕분인지 걱정했던 것보다는 잘 물러서,
잘 먹었지요.




제 체력은,
한끼에 반찬 네가지 이상은 못합니다.
딱 세가지가 체력의 한계인 것 같아요.
시금치나물도 한접시 하고 싶었고, 샐러드도 한접시 해서 올리려고 했는데,
시래기 지짐에, 감자볶음, 굴전까지 하니 체력이 방전되어...김치와 김, 딱 이렇게 해서 올렸는데요,
반찬양이 전체적으로 모자랐던 것 같아요.
수저를 놓고 일어서보니, 접시들이 완전히 비워진 상태, 심지어는 김치 국물까지 다들 비워냈더라구요.

반찬 남는 거 진짜 싫은데, 매일 오늘처럼 반찬을 싹싹 비웠으면 좋겠는데...
앞으로도 계속 반찬을 모자라게 할까요?
그런데, 어려서부터, "음식은 조금 남는 게 낫다, 모자라는 것보다..."하는 것이 어른들의 가르침이어서,
반찬을 부족하게 하는건, 참 어려운 일입니다.


p.s.

저희 집 밥상 보시면서, 반찬도 반찬이지만,
그릇이며 냄비같은 살림 구경하는 재미도 쏠쏠하다는 분들이 꽤 계셔서,
오늘 그릇에 신경을 좀 썼는데요...차려놓고 보니, 너무 캐주얼 했던 듯...^^;;
14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놀부
    '10.11.10 9:39 PM

    우왕~넘 맛있겠어요
    당장 숫가락들고 달겨 가고 싶네요

  • 2. 정명주
    '10.11.10 9:47 PM

    둘째 갖고서 먹고 싶은것이 많았는데 요즘은 굴파전이 먹고 싶더라구요
    사진의 굴전 보니 침이 꼴깍~~~^^

  • 3. narie
    '10.11.10 9:49 PM

    어머낫, 저희도 며칠전에 굴전 해먹었는데 ^^ 참 맛있었어요.
    상차림 너무 화사하고 예쁩니다.

  • 4. 커피번
    '10.11.10 9:49 PM

    알록달록 너무 예뻐요~~
    눈이 즐겁습니다 ^^

  • 5. 엘레나
    '10.11.10 9:56 PM - 삭제된댓글

    전혀요~~~ 그릇이 너무 예뻐서 한참 봤어요.
    전 저렇게 컬러풀한게 좋더라구요^^
    굴전 너무 먹고 싶은데 치료차 식이요법중이라 눈으로만 실컷 먹고 갑니다.

  • 6. 최은경
    '10.11.10 11:46 PM

    저 며칠전 선생님 책보고 무청넣고 차돌박이 넣고 지져먹었어요..
    전 맛있었는데..
    남편은 기름이 많아 좀 그렇다고 하네요..
    차돌박이 대신 넣은 기름이 좀 적은 고기는 없을까요??
    아.. 오늘은 떡볶이 해먹었어요.. 양념 3가지로 이런맛이 나오다니.. 감탄했습니다..

    꾸벅..

  • 7. 순덕이엄마
    '10.11.11 4:22 AM

    헐~ 잠수 좀 탔다가 돌아오니...
    샘님댁에 경사가 있었군요.^^
    저 아래에 인사드리면 못 보실것 같아 늦었지만 이곳에 축하 드립니다.
    따님도 행복하시길 바랄게요. 샘님도 물론요^^

    굴전, 시래기지짐..넘 먹고 싶습니다 흑!

  • 8. 다이아
    '10.11.11 12:38 PM

    요즘 시래기 너무 맛있어요^^
    그저께 시어머님께서 농사지으신 무우를 10개정도 주셨어요.
    국 끓여 먹을 것 세개 남겨놓고 깍두기 담갔어요.
    그러면서 나온 무청을 바로 삶아서 큰 맘 먹고 껍질도 까서 된장 넣고 지졌는데
    우리 아이들 너무 잘먹는거에요. 껍질 까지 않고 했을때는 먹는둥 마는둥 이었는데....
    처음으로 껍질까서 해봤거든요. 참 손이 많이 가고 잘못하다가는 성질 버릴것 같았는데
    애들이 잘먹으니 담에도 또 까서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더라구요.

    저도 다음에 할때 소고기 넣고 해봐야겠어요

  • 9. 올리비아 사랑해
    '10.11.11 4:27 PM

    지난주 친정에서 무청 얻어다가 시래기 안만들고 걍 데쳐서 지졌어요...시래기맛은 아니지만
    그래도 부드럽더군요...저 빨간색 케서롤은 어제쯤 제 품에 안길건지 ...그리고 유기는 언제쯤 만날수 있을지...지금부터 목빼고 기다려요~~~

  • 10. 김혜경
    '10.11.11 5:33 PM

    올리비아 사랑해님,
    유기 때문에 많이 기다리시고 계시죠?
    공방에서 아직도..ㅠㅠ...
    빠르면 18일, 늦어도 22일 정도에는 보실 수 있을 거에요.

    부페 캐서롤은...주문을 넣어도 선적하고 통관하고...아주 마~~이 기다리셔야될 듯...ㅠㅠ..

  • 11. sunnymami
    '10.11.12 11:52 AM

    굴전에 시래기찌게도 좋은데, 역시나 그릇에 눈이 가네요.. 알록달록 이쁜것들이 식욕을 돋궈요..
    쌤~! 저 그릇들 브랜드 좀 알려주시면 안될까요?

  • 12. 수박나무
    '10.11.12 1:19 PM

    아~~~~~~
    제가 싸랑하는 굴전이네요.
    제 집 식구중엔 굴전을 먹는이가 오직 저 하나인지라, 저 먹겠다고 굴전을 하는 수고를 하지 않게되네요ㅠㅠ
    그래서 구정에만 먹게 되는 굴 전... 침 넘어갑니다.

  • 13. 김혜경
    '10.11.12 3:40 PM

    sunnymami님,
    접시는요 한국도자기의 컬러웨어입니다.
    볼 종류는요, 요즘 코스트코에서 팔고있는 르크루제의 수플레볼입니다.

  • 14. Terry
    '10.11.13 7:19 PM

    저는 부족한 듯 해서 모든 반찬 싹싹 비우는 걸 좋아해요.
    남는 반찬은 다시 넣어놓지 않거든요. 넣어놔봐야 제 차지인데...
    저도 남은 반찬 먹는 건 넘 싫어해서리..

    제 눈엔 저 상차림도 멋지기만 합니다. 시래기찌개 넉넉한데요 뭐.
    김치 맛있지, 찌개에 전에 볶음에.. 다 갖췄는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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