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몇달전부터 한 일간지에 2주에 한번씩 부엌살림에 대해서 글을 쓰고 있는데요,
연재 제안을 받았을 때는, 글감을 고르기 그리 어렵지 않을 것 같아서 흔쾌하게 수락했더랬어요.
그런데 쓰다보니, 그렇게 만만치만은 않은 거에요.
마감날이 다가오면 머리를 쥐어뜯으며 또 뭘 써야할 지 마구 고민하게 되는데요,
지난번에는 담당기자가 유기에 대해서 쓰시면 어떻겠냐고 하는거에요.
희망수첩에 한번 유기에 대해서 써야지 써야지 벼르고만 있다가,
어쩌다보니 신문에 먼저 유기에 대해서 쓰게 됐어요.
신문에 게재되는 원고는 원고매수에 제한이 있어서 자세하게 쓰기 어려웠는데,
여기 희망수첩에는 좀 자세하게 써볼까봐요.

제가 지난 몇달동안 유기 공동구매를 준비했었습니다.
공방 대표님을 만나서 공동구매 하기로 하고, 품목 정하고 샘플제작 시작한 건 추석도 훨씬 더 전이었어요.
그런데 공방 스케줄이 빡빡해서, 계속 늦어지다가, 드디어 다음주 월요일부터 사흘 간 진행합니다.
기간은 사흘이나 워낙 수량이 적어서, 그전에 끝날지 사흘동안 할 수 있을 지, 어떻게 될지는 모르겠어요.
공구페이지가 생성되면 더 자세히 보실 수 있겠지만,
유기에 관심을 갖고 계신분들이라면 더 쉽게 구입하실 수 있도록 몇가지 세트로 나눠서 기획했어요.
공기 대접 4인조 세트, 주발 대접 2인조 세트, 4인조 수저세트, 수저와 주발 대접으로 구성된 어린이1인조 세트,
대중소 찬기 세트, 그리고 찜기, 이렇게요.
필요한 것만 고르실 수 있게 했는데 수량은 각각 25세트에요.
수량이 너무 적은 건 알지만, 수작업으로 만들다보니 공방에서 이 수량밖에 준비를 못했습니다.
공구에 앞서서, 꼭 알려드리고 싶은 것은 이번에 나오는 유기들은 주물유기들입니다. 방짜 혹은 반방짜가 아닙니다.
흔히 방짜유기, 방짜유기 하는데,
방짜유기란 주석과 구리의 합금을 수작업으로 두드려서 형태를 만드는 전통방식을 말합니다.
제가 듣기로는 요즘 방짜유기는 징 같은 악기나 대아 함지박 같은 큰 기물들만 방짜방식으로 만들고,
수저니 주발이나 찬기니 하는 생활식기들은 틀에 부어서 만드는 주물유기이거나,
일단 틀에 부어 형태를 만든 후 부분적으로 두드려주는 반방짜라고 합니다.
유기는 원재료 자체의 가격이 비싸서 값이 만만치 않은데요, 조금전에도 뉴스에서 그러네요, 구리 국제시세가 일년동안 배가 올랐다고. 그러다보니 한번 장만하려면 정말 큰 맘을 먹어야합니다.
저 역시 어지간히 쓸만큼 갖추는데 여러 공방의 그릇을 섞어가며 몇년동안 사모았답니다.
그중에는 정말 비싼 것도 있고, 좀 덜한 것도 있고....
이번에 유기의 가격에 대한 부담감을 낮추고 관심있으신분들은 수저나 밥공기라도 써보시라는 뜻에서 주물유기로 준비했어요. 주물유기라 해도 도자기 그릇이나 유리그릇에 비하면 값이 아주 높은편이긴 하지만요.
원래 계획은 이번 공동구매에 접시세트까지 준비하려고 했는데 제작이 끝나질 않아서, 다음으로 미뤘습니다.
1월중에 떡국을 담아먹기 좋은 면기와 함께 접시를 공동구매하려는 것이 제 계획입니다.
하나를 가져도, 값이 아무리 비싸도 방짜나 반방짜를 갖겠다 하시는 분들이라면 이번 공구보다는, 백화점 매장이나 반방짜를 만드는 공방의 물건중에서 고르시는 것이 나을 것 같구요,
유기가 어떤 건지, 입문하시는 분들은 그냥저냥 쓰시기 괜찮을 거에요.
공구 얘기는 요기까지만 하구요, 제가 하고 싶었던 오늘의 본론은 유기 관리법이에요.
집에 유기가 있는데 어떻게 해야할 지 모르겠다 싶은분들은 한번 봐주세요.

유기를 닦을 때 제일 좋은 건, 바로 이 초록색 수세미입니다.
처음 구입하셨을 때에는 이 초록색 수세미에 일반 주방용 세제를 묻혀서 골고루 닦아주세요.

간혹 철수세미를 쓰시는 분들도 있는데 철수세미 절대로 안됩니다.
표면이 너무 많이 상해요.

이렇게 닦고나서 바로 마른 행주질을 해주세요.
그냥 말려서 써도 되긴 하지만, 새 유기를 씻어서 그냥 말리면 물방울이 흐른 자국이 고대로 남습니다.

사진에는 제대로 표현이 안됐는데요,
마른 행주로 닦아보면 행주에 퍼런색 혹은 검은색이 묻어납니다.
그건 유기의 표면을 세게 닦아서, 금속의 미세한 조각이 묻어나는 것으로 자연스런 현상입니다.
너무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마른 행주에 뭐가 묻어난다고 계속해서 초록수세미로 문질러주면 계속 행주에 묻어납니다. 이 상태로 음식을 담아먹어도 상관없으니까 너무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처음에는 이렇게 초록수세미로 박박 닦아주시고,
그 다음부터는 더 부드러운 수세미로 살살 닦아서 마른 행주질 해서 쓰시면 됩니다.
저는 식기세척기에 돌리기도 해요. ^^

그런데요,
새 밥그릇 닦아서 밥을 담아먹고 나면 요렇게 밥알자국이 그릇에 남아있게 됩니다.
짜거나 신 음식을 담은 찬기에도 마찬가지 현상이 일어납니다.
헉 이거 뭐야, 뭐가 잘못된 건가? 걱정하지마세요.

초록색 수세미에 세제를 묻혀서 닦아주면 이렇게 자국이 없어지니까요.
더 반짝반짝하게 닦고 싶다면 세제 대신 베이킹소다를 묻혀서 닦으면 더 잘 닦인답니다.

쓰다보면 유기에 길이 들어 색이 누런색으로 변하게 됩니다.
사진의 두개 찬기는 같은 공방에 제작된 것으로,
오른쪽 것은 제가 몇년동안 쓴 거구요, 왼쪽 것은 이번에 샘플로 받은 것입니다.
색차이 보이시죠?
저는 좀 비싼 물건을 사면 어떤 물구입금액에 사용횟수를 나눠봅니다.
아무리 싼것이라도 사서 한두번 쓰고 마는 것보다는 아무리 비싸도 자주 쓰는 것이 더 합리적이고 더 싼 것이죠.
이렇게 하면서 비싼 것을 산 행동에 대해 자기합리화를 하는 거죠..ㅋㅋ
유기는 아주 비싼 그릇입니다. 비싸다고 모셔두면 여전히 비싼 그릇이지만, 자주자주 사용하면 깨지지도 않고, 딸에게 물려줄 수도 있고 장기적으로 봤을 때 더 경제적일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다음주 월요일 공동구매가 시작되기 전에, 충분히 따져보세요,
'비싼 그릇을 사서 자주 쓸 건지' '초록 수세미로 박박 닦아가며 관리할 수 있는 지' 등등 충분히 생각해보시고,
또 검색을 통해서 가격도 미리 알아보세요.
관리가 자신없으시다면, 절대로 구입하지 마세요.

꼭 제 계획대로 모든 게 되는 건 아니지만,
앞으로 일년에 서너차례 각각 다른 품목으로 유기 공동구매를 이어가겠다는 것이 제 계획 입니다.
르크루제 무쇠냄비 공동구매처럼요.
유기 얘기 하다보니 너무 길어졌는데요, 저기 뒤에서 저보고 홈쇼핑의 쇼호스트 같다고 돌던지지는 말아주세요.
그냥 아뭇소리하지 않고 공동구매 시작할까 하다가, 공구 늦어진다고 기다리시는 분들도 계시고,
또 적어도 이렇게 관리해야하고 이게 도자기 그릇보다는 번거롭다는 걸 알려드리려고 한거 거든요.
그럼, 전 이만 물러갑니다..총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