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cook.com을 즐겨찾기에 추가
login form


 짭짤 고소한 김혜경의 사는 이야기, 요리이야기.

반가운 만남 [닭 날개 튀김]

| 조회수 : 12,301 | 추천수 : 132
작성일 : 2009-02-05 20:55:12


얼마전부터 닭튀김이 먹고 싶었는데,
솔직히 어떤 튀김기름에 튀겨다주는 건지 몰라서, 수화기를 들지 못하고 꾹 참고 있다가 오늘 집에서 튀겨먹었어요.
튀김기름을 조금만 잡느라고, 깊숙한 곳에 넣어 두었던 무쇠냄비를 꺼내서, 밑간한 닭날개를 튀기고,
한상차림 317페이지의 소스에 버무려 먹었는데요, 소스가 좀 강하게 만들어졌는지, 입술이 지금도 얼얼합니다.


오늘은 참 기분 좋은 날이었습니다.
신문사 다닐때 아주 친하던 선배가 있어요,
20대의 제모습부터 모든 걸 보아온 아주 친한 선배인데, 어쩌다보니 5년 정도 못만났었습니다.

약속시간에 조금 늦겠다고 문자를 보낸 선배에게,
'걱정하지말고 천천히 오라'고 전화하고는, 왜 그토록 가까운 선배와 이렇게 오랫동안 연락이 끊어졌을까 생각해봤습니다.
생각해보니까, 그 5년동안, 자식 노릇하느라고 제가 참 많이 바빠서 그랬던 것 같아요.

지금은 제 곁에 안계신 우리 아버지께서, 5~6년전부터, 뇌졸중에, 폐렴에, 전립선암에, 폐암까지
꽤 병치레를 하신 것 같아요.
아버지 병원에 입원해 계시는 동안 병원에 드나들어야 했고,
또 뇌졸중으로 입원했다가 퇴원하신 후에는 일주일에 세번씩 한의원 모시고 다니기도 했거든요.
친정어머니께서도 인공관절 수술을 받으셨는데 퇴원 후 빨리 회복하시라고 또 일주일에 두세번씩 대중목욕탕 모시고 다니기도 했구요.
그래서 퍽 바빴던 것 같아요.

그 선배가 직장을 우리 집에서 가까운 곳으로 옮겼다는 소식을 신문에서 봤음에도 불구하고,
축하하는 마음만 있을 뿐 연락을 못했었어요.
그렇잖아요, 한번 연락이 끊어지면, 새삼스럽게 연락하는 것도 멋쩍고 해서 보고싶다는 생각만 할 뿐 연락할 엄두를 내지 못하는 거...
그랬는데 그 선배가 얼마전 신문에 난 제 기사를 보고 문자를 보내줘서, 오늘 만나게 된 것이었습니다.

선배를 기다리면서, 오년만의 만남이라 어색하지는 않을까, 옛날처럼 화제가 풍부할까 은근히 걱정했었는데,
역시 오래된 관계는 이래서 좋은 건가봐요,
바로 어제 만났던 사람들처럼, 하나도 어색하지 않고, 너무나 편안하게 밥도 먹고,
시간 가는 줄도 모르고 밀린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올해 제 계획 중 하나가,
보고 싶은 사람, 만나고 싶은 사람을 만나는데 주저하지 않겠다, 절대로 시간을 아끼지 않겠다는 거에요.
이 선배와도...적어도 두달에 한번, 아니 석달에 한번은 만날 생각이에요. 그래봐야, 일년에 고작 4번!
이 선배뿐아니라, 친구든 후배든, 보고싶은 사람을 만나는데 시간을 아끼지 않으려구요.
그러려면 더 부지런하게 살아야겠지만, 그래도 그렇게 한번 열심히 살아보려고 하고 있는 중입니다.
12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숨은꽃
    '09.2.5 9:05 PM

    우와~닭날개다
    저녁 먹었음에도 불구하고 침이 고이네요

    요즘은 통닭 사먹기도 겁나요 정말

    오랜만에 만난 그리운 사람과 즐거운 시간 보내셨네요
    맞아요
    오랫만에 만나도 서먹하지 않고
    마치어제 만난것처럼 좋은 사람
    그런 만남이 좋은것이지요

    마치 오랫동안 곰삭은 젓갈이나 장류처럼~

  • 2. 수정별빛
    '09.2.5 9:06 PM

    저도 동감입니다.만나면 편한사람,보고픈 사람들 많이 만나며 살고 싶네요.

  • 3. 숨은꽃
    '09.2.5 9:08 PM

    그리고 올해 계획중에
    보고싶은 사람 만나는일에 주저하지 않고
    시간을 아끼지 않겠다는 생각은
    정말 잘 하신 일이예요

    저도 그러려고 노력하고 있거든요
    마음가는 대로 살아보려고요
    바쁘다는 핑계로 좋은 사람들 만나는걸 소홀히 한것 같아서요

  • 4. 그린
    '09.2.5 9:19 PM

    맞아요, 선생님....
    저도 올해에는 더욱더 보고 싶은 사람 챙기며 살려구해요.

    지금 지독한 병마와 투병중인 제 친구....
    가능한 자주 찾아보고 만나려고 하는데
    사실 마음처럼 쉽지는 않네요.
    그래도 우선 순위를 어디 두느냐에 달린 일이니까
    나중에 후회하지 않도록 정말 열심히 노력하렵니다.
    친구, 가족, 선후배님들....
    내가 좀더 가까이 다가가고 싶어요....

  • 5. 제제의 비밀수첩
    '09.2.5 9:29 PM

    닭날개튀김. 넘 맛나겠어요. 그러게요. 친한친구들. 어려운 시절 함께 했던 좋은사람들. 제가 바쁘다는 이유로 그들이 바쁘겠지란 이유로 너무나 오랜동안 연락조차 못하고 사네요. 가끔 전화로 '언제보자'는 빈 인사말 뿐. 선생님 글 보면서 내일은 꼭 전화라도 해보자고 생각해 봅니다. 희망수첩은 .......... 정말 우리네 사는이야기예요. 그쵸 ?

  • 6. 끓는 설탕
    '09.2.6 12:04 AM

    앗, 저는 319페이지에 카레볶음밥이 있어요.
    매운 맛의 닭튀김 소스는 317페이지에 있구요.
    제 것은 2쇄인데 혹시 페이지가 바뀐 건 아니지요?
    아마 밤도 되고 해서 외로운 요리 그릇들이 마실 다니나봐요.^^
    이렇게 내가 봐 주고 있으니 얘들아 이제 그만 따뜻한 집으로 돌아가렴...

    참, 질문 있어서 들어왔는데 딴 얘기만 하고 있었네요.

    지금 한상차림 보는데 저보다 남편이 더 적극적으로 얼굴을 들이밀어서요, (내 밥이 부족해? 마이? ㅠ)
    내일 냉우동샐러드 해주려고 하는데(343페이지^^)

    맨 아랫줄에 '맛간장의 양을 3큰술 줄이고' 에서
    맛간장을 3큰술'로' 줄이는 거에요, 3큰술'을' 줄이는 거에요?

    4년차 주부 경력을 걸고 3큰술'로' 줄이는 것 같은데
    아니면 대략안습ㅠ
    나 그동안 뭐한 걸까. (우리 남편 불쌍할 뿐이고!)

  • 7. 김혜경
    '09.2.6 12:56 AM

    끓는 설탕님..눈도 침침해졌나봐요..아까는 319페이지로 보였는데...글자가 작아서 7과 9도 구별 못하나봐요. 317페이지 맞아요.
    그리고, 냉우동 샐러드의 맛간장은 굴소스를 넣을때는 맛간장 3큰술에 굴소스 2작은술 넣으세요.
    '로'자가 빠졌어요.
    참..책을 어떻게 만든건지...송구스런 마음뿐입니다.

  • 8. 돼지용
    '09.2.6 8:01 AM

    맞아요. 오래 된 좋은 관계의 편안함이 그렇더군요.
    예전에 애들 키우느라 멀리 사는 친구 7,8년 만에 만난 적이 있었어요.
    전화도 한 번 제대로 못하고요.

    그랬는데 정말 학교 때처럼, 어제 만난 것처럼 얘기 했더랬어요.
    그 뒤로도 많이 봐야 일 년에 한 번이지만 정말 가까운 느낌이에요.

    그런 좋은 관계들이 감사한 맘이 듭니다.
    닭날개 튀김은 종종 하는데 소스 만들면 더 맛날 텐데 그건 또 귀차니즘 탓으로...
    담에 튀길 때는 반드시 소스 곁들여 보겠습니다.^^

  • 9. Terry
    '09.2.6 9:43 AM

    닭날개튀김이 아주 윤기가 자르르르....너무 맛있어보이네요.
    좋은 인간관계가 주위에 가득한 혜경샘..부럽습니다.

  • 10. 또하나의풍경
    '09.2.6 10:06 AM

    맞아요 맞아요 선생님...
    저도 결혼하고 특히 아이 둘낳은뒤론 친구들과의 관계가 거의 소원해졌어요 ㅠㅠ
    올해는 저도 선생님이 말씀하신대로 실천할래요~~

  • 11. 샤이
    '09.2.6 8:09 PM

    가족이 우선이지 하다가 친구가 그립고,,,선배들의 살뜰한 보살핌도 받고싶고...

    가족이 주는 기쁨이 있고, 친구나 선후배를 만남으로 채워지는 기쁨이 있더라구요

    사회속에서 사람들과 만나고 사랑하고 슬퍼하며 사는게 인간의 삶이겠지요

  • 12. 김미숙
    '09.2.10 9:43 AM

    제가 책을 구입해서 오늘 받았습니다
    많이 보았던 요리책하고는 다르네요
    다른 요리책은 그림 보고나면 잘 보게 안되는데 여러가지 내용부터 유명하신 요리선생님과 달리 정말 주부로서 실생활에 필요한 내용에 정말 재미있습니다
    선생님 책이 많이 팔리셔서 하시고 싶으신일 이루어지셨으면 합니다

☞ 로그인 후 의견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댓글입력 작성자 :

N
번호 제목 날짜 조회
2047 만세!! 손털었어요... 32 2009/02/23 13,479
2046 막걸리 식초 만들기 28 2009/02/22 28,673
2045 살 찔 수 밖에 없는 ~ 22 2009/02/20 18,091
2044 오늘은~ [버섯볶음] 17 2009/02/19 11,833
2043 버섯을 좋아한다면~ [버섯 전골] 26 2009/02/18 13,315
2042 오늘 점심은~ [고구마 라떼] 12 2009/02/17 14,054
2041 어제 만든 치즈로~ [치즈 샐러드] 9 2009/02/16 10,601
2040 그냥 한번 만들어본 홈메이드 치즈 36 2009/02/15 15,392
2039 새로 사들인 그릇들! 20 2009/02/14 16,878
2038 비오는 날 저녁 밥상 15 2009/02/13 12,779
2037 게으름 피우다가~ [탕수육] 15 2009/02/11 14,165
2036 돼지갈비 800g으로~ [콩비지찌개] 12 2009/02/10 12,039
2035 묵나물 먹는 날! 17 2009/02/08 12,640
2034 택배의 날 [국수 한그릇] 15 2009/02/07 14,533
2033 6천5백원으로 기분내기! [연어회] 14 2009/02/06 15,088
2032 반가운 만남 [닭 날개 튀김] 12 2009/02/05 12,301
2031 김혜경의 특별한 점심 한상 ^^;; 29 2009/02/04 19,774
2030 상큼한 것이 땡겨서~ [사과 드레싱] 22 2009/02/03 14,792
2029 '한상차림' 구입하신 분 꼭 봐주세요!- 54 2009/02/02 14,681
2028 벌써 한달이.... 17 2009/02/01 10,561
2027 뜻밖에도 맛 좋은~[대구알 장조림] 14 2009/01/31 15,265
2026 오랜만의 [섭산적] 13 2009/01/30 9,663
2025 두부부침 살려주기 [두부조림] 10 2009/01/29 13,703
2024 그리운 음식들~~[도미양념구이] 8 2009/01/28 10,748
2023 저녁에 먹은 [매생이 떡국] 13 2009/01/27 11,54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