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얼마전부터 닭튀김이 먹고 싶었는데,
솔직히 어떤 튀김기름에 튀겨다주는 건지 몰라서, 수화기를 들지 못하고 꾹 참고 있다가 오늘 집에서 튀겨먹었어요.
튀김기름을 조금만 잡느라고, 깊숙한 곳에 넣어 두었던 무쇠냄비를 꺼내서, 밑간한 닭날개를 튀기고,
한상차림 317페이지의 소스에 버무려 먹었는데요, 소스가 좀 강하게 만들어졌는지, 입술이 지금도 얼얼합니다.
오늘은 참 기분 좋은 날이었습니다.
신문사 다닐때 아주 친하던 선배가 있어요,
20대의 제모습부터 모든 걸 보아온 아주 친한 선배인데, 어쩌다보니 5년 정도 못만났었습니다.
약속시간에 조금 늦겠다고 문자를 보낸 선배에게,
'걱정하지말고 천천히 오라'고 전화하고는, 왜 그토록 가까운 선배와 이렇게 오랫동안 연락이 끊어졌을까 생각해봤습니다.
생각해보니까, 그 5년동안, 자식 노릇하느라고 제가 참 많이 바빠서 그랬던 것 같아요.
지금은 제 곁에 안계신 우리 아버지께서, 5~6년전부터, 뇌졸중에, 폐렴에, 전립선암에, 폐암까지
꽤 병치레를 하신 것 같아요.
아버지 병원에 입원해 계시는 동안 병원에 드나들어야 했고,
또 뇌졸중으로 입원했다가 퇴원하신 후에는 일주일에 세번씩 한의원 모시고 다니기도 했거든요.
친정어머니께서도 인공관절 수술을 받으셨는데 퇴원 후 빨리 회복하시라고 또 일주일에 두세번씩 대중목욕탕 모시고 다니기도 했구요.
그래서 퍽 바빴던 것 같아요.
그 선배가 직장을 우리 집에서 가까운 곳으로 옮겼다는 소식을 신문에서 봤음에도 불구하고,
축하하는 마음만 있을 뿐 연락을 못했었어요.
그렇잖아요, 한번 연락이 끊어지면, 새삼스럽게 연락하는 것도 멋쩍고 해서 보고싶다는 생각만 할 뿐 연락할 엄두를 내지 못하는 거...
그랬는데 그 선배가 얼마전 신문에 난 제 기사를 보고 문자를 보내줘서, 오늘 만나게 된 것이었습니다.
선배를 기다리면서, 오년만의 만남이라 어색하지는 않을까, 옛날처럼 화제가 풍부할까 은근히 걱정했었는데,
역시 오래된 관계는 이래서 좋은 건가봐요,
바로 어제 만났던 사람들처럼, 하나도 어색하지 않고, 너무나 편안하게 밥도 먹고,
시간 가는 줄도 모르고 밀린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올해 제 계획 중 하나가,
보고 싶은 사람, 만나고 싶은 사람을 만나는데 주저하지 않겠다, 절대로 시간을 아끼지 않겠다는 거에요.
이 선배와도...적어도 두달에 한번, 아니 석달에 한번은 만날 생각이에요. 그래봐야, 일년에 고작 4번!
이 선배뿐아니라, 친구든 후배든, 보고싶은 사람을 만나는데 시간을 아끼지 않으려구요.
그러려면 더 부지런하게 살아야겠지만, 그래도 그렇게 한번 열심히 살아보려고 하고 있는 중입니다.